[eBook] 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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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 10년 뒤 읽으면 지금과는 정말 다른 느낌으로 와 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미래를 지금 예감하고 있다는 것도 웃기지만, 정말 작가의 나이에 당도해야만 알 수 있는 감정들이 있는 것이니까.

갈등과 암투만 먹고 사는 인간 - P9

같이 활동하던 동료이자 친구의 남편을 감옥에 팔 년 동안 갇히게 한 진술을 하고도 자신의 입매나 치아 배열 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쉰이 넘고도 치아 교정기를 몇 년이라도 달 수 있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조직 사건 연루 자로 조사를 받으면서도 지켜낸 교수 자리인데 뜻밖의 법인화 문제로 규정이 바뀌어 자리가 위태로워지면 곳 곳에 전화를 걸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방도를 알아볼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과 바꾼 자리인데 지키지 않을 수 있을까. 필요하면 무슨 법사도 만나고 무슨 포럼에 패널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 P19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하다가 문득 그럴 수도 있지. 한다. 인간의 자기 합리화는 타인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 는 비합리적인 경로로 끝없이 뻗어나가기 마련이므로, 결국 자기 합리화는 모순이다. 자기 합리화는 자기가 도저히 합리화될 수 없는 경우에만 작동하는 기제이니까. - P19

질문하는 사람에게 상대를 비난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질문이라는 형식 자체가 상대방을 따져보 는 시선 아래 노출시키고 해명하는 입장에 처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 P119

준회와 정원이 발견하고 다듬어 만들어낸 ‘사슴벌레식 문답‘이란, 수군거리며 주눅들게 만드는 질문의 덫에 걸려들지 않는 방법,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고 긍정하고 실천하며 밀어붙이는 방법, 쓰고 싶은 소설을 쓰 고 하고 싶은 연극을 하고 강철로 단련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실용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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