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바깥 일기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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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실린 여론 조사. 거기에서 구체적 상징들의 힘을 발견한다. 신을 모욕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고 생 각하나 십자가에 침 받는 일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십자가를 인조 음경으로 사용할 사람의 수는 아마도 더욱 적었으리라) - 탈영은 하고 싶어도 국기를 밝고 싶지는 않다. 어린 시절에 존중해야 한다고 주입당했던 사물들의 신성한 성격, 그리고 꼭 그만큼, 사람들이 보고 만지는 사물의 위력. 그것을 위반하는 것은 즉각적이 고 가시적인 세계에 대한 침해이다. 말과 사상에는 동작이, 행동이 사물에 대해 갖는 힘이 없다. 적을 해치고 싶다고 쉽게 소원하지만, 인형을 집어서 그러한 해악을 구현하기 위해 바늘로 찌르는 행동은 대부분의 사람에 계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인데, 미신에 대한 경멸 때문이라기보다는, 위반 이외의 다른 목적성은 없는 동작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 P42

교육 시스템이 제공하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계급에 따른 문화 자본의 차이가 어떻게 사회적 지배 관계의 재생산에 작용하는지 뼛속 깊이 체험했던 에르노는, 떠나온 계급과 새로이 진입하게 된 계급 사이에서 찢김과 모색의 시간을 보낸 뒤,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객관적 분석에 이르게 되고, 그 결과 자신을 상향 계급 이 탈자 혹은 계급 종단자라고 거침없이 규정한다. - P59

오히려 피지배 계급에서 지배 계급으로 이동한 자신의 현실과 자기 부류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언어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벼려 낸 무기인 셈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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