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사연들 - 내가 모르는 단어는 내가 모르는 세계다
백우진 지음 / 웨일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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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가히 충격적인 사실들도 많다. 가령 ‘날씨’라던지…

이 영화를 통해 나는 중국과 우리나라언중은 ‘파랗다(靑)‘라는 단어로 녹색과 청색을 둘 다 표현했음을깨닫게 됐다. ‘청천(靑天)‘과 ‘청산(靑山)‘이라는 두 단어에서도 보이듯, 하늘도 청(靑)이라고 하고 산도 청(靑)이라고 한 것이다. - P29

고유어의 뿌리도 한자에서 찾으려고 하는 시도는 조선 지식인의 중화 중심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민족 문화의 특성을열심히 탐색한 홍만종조차 저서 《순오지(旬五志)>에서 이두와 언문을 부끄러워했다. 그는 "이 두 가지 문자는 중국에는 없는 것으로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든 것"이라며 "비록 우리말을 통하고 이사事)를 이해하는 데에는 매우 종요롭다 하지만, 만일 중화 사람들이이것을 본다면 문자가 같지 않다는 기록을 면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 P121

우리말도 길지 않은 세월을 거치며 달라진다. 외국에서 들어온단어는 해당국에서와 다른 형태와 뜻으로 쓰이기 일쑤다. 어떻게생각하면 원래 형태와 뜻으로 활용하자고 하는 건 뜻은 순수하되욕심이 지나친 일이다. 다만 국제화 시대인 만큼 일상생활에서 자주 등장하는 외래어의 오류는 차츰 바로잡았으면 한다. 예컨대 백미러(back mirror)는 리어뷰미러(rearview mirror)라고 부르면 좋겠다. 백미러는 통신학 용어로 반사경을 뜻한다. - P137

우리 고유어와 한자어를 구분해 우리 고유어를 더 살려서 쓰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유어를 발라내 더 많이 쓰자는 주장의 방향은 옳다. 그러나 한국어는 이미 고유어보다 더 많은 외래어를 포함하고 있다. 《국어국문학자료사전》이 인용한 통계를 보면한글학회 <큰사전》을 기준으로 할 때, 순수 국어가 7만4,612개 항목, 한자어가 8만5,527개 항목, 외래어가 3,986개 항목이다. 한자어가 52%에 달하고 다른 외래 요소가 2% 남짓으로, 도합 54% 이상이 외국에서 들어와 우리말에 자리를 잡았다. - P189

청소년기에 내가 읽은 책에 아들이 푹 빠져든다. 그 책을 나도 다시 뒤적이면서 등장인물을 화제 삼아 아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런시간을 꿈꿨다. 실천이 의욕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 아들과 함께 다시 읽은 책 중 하나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다. 새로웠다. 과연 내가 읽긴 읽었나 싶을 정도였다. 기억이 세월에 씻겨나간탓이다. 내용을 기억한다고 하더라도 세월이 흐른 뒤의 독서는 이전 독서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쌓인 경험의토대 위에서, 또 이전과 달라진 시각과 안목에서 읽어서 그렇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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