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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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워터퍼드의 다가회에서 스트릭랜드 부인을 처음 만난 화자는 스트릭랜드 부인의 초대로 그녀의 집에서 찰스 스트릭랜드를 처음 만난다. 증권 중개인이었던 스트릭랜드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사람으로 인상이 남았지만 어느 날 그가 돌연 스트릭랜드 부인을 두고 ‘브리지’ 클럽의 술집 여자와 파리로 떠났다는 소식을 워터퍼드 부인에게 전해 듣는다. 스트릭랜드 부인을 찾아간 화자는 그녀의 부탁으로 파리로 향해 스트릭랜드의 행방을 찾아나선다. 파리의 호화스러운 호텔에서 지낸다는 소문과는 달리 스트릭랜드는 허름한 여관에서 기거하였고 클럽에서 만났다는 여자도 없었다. 찰스는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 먹었다며 클럽에 간 시간들은 사실 그림을 배우러 다녔다는 의아한 소리를 늘어 놓는다. 자기의 부인과 자식들에게는 전혀 미안한 마음과 미련이 남아있지 않다며 매정하고 무관심한 태도에 화자는 적잖이 충격을 받는다. 화자는 영국으로 돌아와 스트릭랜드의 소식을 부인에게 전달하지만 여자 문제가 아닌 사실에 스트릭랜드 부인은 더 큰 충격을 받으며 찰스를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
5년 뒤 화자는 진부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파리로 향했고, 4년 전 로마에서 만난 화가 더크 스트로브를 만나 찰스 스트릭랜드의 행방을 물어보았더니 더크는 찰스의 예술적 재능을 극찬하였다. 하지만 찰스는 다른 이들의 인정을 받지는 못한 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의 태도 역시 5년 전과 다를 바 없이 냉철하고, 부탁도 뻔뻔스럽게 요구하는 등 화자는 연민이나 동정 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더크만큼은 스트릭랜드의 멸시와 냉소에도 불구하고 인정을 베풀었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더크는 화자와 자신의 부인 블란치와 함께 기념일을 보내자는 제안을 한다. 스트릭랜드를 찾아간 더크와 화자는 그가 병을 앓고 있는 것을 알았고, 블란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더크는 그녀에게 찰스의 병간호를 부탁한다. 스트릭랜드는 블란치의 간호를 받으며 병을 회복해가다 더크의 작업실을 점점 독차지하는 듯하자, 더크는 그만 집에서 나가주기를 요청한다. 그러자 블란치가 갑자기 찰스와 함께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더크는 블란치가 스트릭랜드를 간호하다 그에게 빠져 버린 것을 알았고,, 그녀를 내쫓을 수는 없다며 부인을 설득하려 하지만 결국 자신이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 버린다. 하지만 블란치는 결국 찰스와 다투고 자살기도를 하다 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사망하고 만다. 더크는 블란치가 죽자 네덜란드로 떠날 결심을 한 와중에 자신의 집에서 스트릭랜드가 그린 블란치의 누드화를 보며 감동하고는 찰스에게 자신과 함께 네덜란드로 떠나자는 제안도 한다. 한편, 스트릭랜드를 우연히 만난 화자는 그가 블란치에 대한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을 보며 그를 한층 더 경멸하게 되었다. 찰스는 화자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겠다며 작업실로 데리고 갔고, 화자는 그의 그림을 보며 대단한 감명을 받지는 못하지만 묘한 감상을 느낀다. 그 뒤 찰스는 마르세유로 떠났고 화자는 다시는 찰스를 보지 못했다.
찰스는 죽은 뒤 애호가들의 칭송을 받는 작가가 되었고, 화자는 그를 알고 지냈던 사이인 만큼 그가 마르세유로 떠난 뒤의 행적을 찾아 마르세유로 향한다. 마르세유에서 찰스 스트릭랜드를 알고 지냈던 캡틴 니컬즈와 터프빌을 통해 그가 타히티로 떠났으며, 그곳에서 토착민인 아타를 만나 평생을 함께한 여정을 듣는다. 찰스는 타히티에서 티아레 존슨의 소개로 아타를 만나 토착민에 가깝게 그곳 생활에 동화되어 살았고 오두막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쿠트라 의사를 만나 말년에는 찰스가 문둥병에 걸려 죽어간 이야기를 들었고, 아타는 그가 죽을 때까지 그를 극진히 보살폈다는 얘기를 듣는다.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따르는 자유분방한 예술가에 대한 소설로 기억에 남았지만 이번에 재독할 때는 자유로운 영혼의 방랑보다는 여성들은 다소 거친 나쁜남자를 선망한다는 남성주의적 시각이 두드러져 보였다. 스트릭랜드 부인이 스트릭랜드가 순수한 예술적 열망에 자신을 버린 것이 바람피우는 것보다 더 충격적이라는 말부터 시작해, 더크같이 여성에게 헌신하는 남자를 견딜 수 없다며 매정한 스트릭랜드를 따라나서는 블란치와 그녀를 대하는 스트릭랜드의 태도가 그러하다. 특히 말미에 티아레는 자신의 첫번째 남편 존슨선장에게 폭행을 당했지만 두번째 남편이 자신을 극진히 대하는 것을 보며 끔찍했다고 발언하며 스트릭랜드와 스트로브를 상징하는 듯한 구성까지 다소 왜곡된 시각이 두드러져 보였다.
자신의 영적 자유를 추구하는 것들이 이제는 너무 흔해져서 그런지 새로울 게 없다. 스트릭랜드의 행동은 더이상 평범한 사람들에게 영적 자유를 고취시키지 못한다. 제멋에 빠져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나르시스트에, 사후 예술작품은 갤러리들의 스토리텔링 마켓팅에 성공한 작자의 소설이라는 게 지금 시대의 해석이지 않을까.

부인의 상심 가운데에는 버림받아 괴로워하는 마음과 자존심을 상해 고통스러워하는 마음이 내젊은 마음에는 그런 자존심이 야비하게 여겨졌다――뒤섞여 있지 않나 해서 마음이 어지러웠다. 그때만 해도 나는 인간의 천성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를 몰랐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가식이 있으며, 고결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있는지를 몰랐다. - P56

나는 남들의 의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무지에서 오는 허세이다. 그것은 남들이 자신의조그만 잘못들을 비난할 때 그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그들은 아무도 그 잘못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철석같이 믿고 있다. - P76

나는, 양심이란 인간공동체가 자기 보존을 위해 진화시켜 온 규칙을 개인 안에서 지키는 마음속의 파수꾼이라고 본다. 양심은 우리가 공동체의 법을 깨뜨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경찰관이다. 그것은 자아의 성채 한가운데 숨어 있는 스파이이다.
남의 칭찬을 바라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고, 남의 비난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너무 강하여 우리는 스스로 적(敵)을 문안에 들여놓은 셈이다. 적은 자신의 주인인 사회의 이익을 위해 우리안에서 잠들지 않고 늘 감시하고 있다가, 우리에게 집단을 이탈하려는 욕망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냉큼 달려들어 분쇄해 버리고 만다. 양심은 사회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앞에 두라고강요한다. 그것이야말로 개인을 전체 집단에 묶어두는 단단한사슬이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스스로 제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받아들인 집단의 이익을 따르게 됨으로써, 주인에게 매인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를 높은 자리에 앉히고, 급기야는 왕이 매로 어깨를 때릴 때마다 아양을 떠는 신하처럼 자신의 민감한 양심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양심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왜냐하면 사회의 일원이 된 사람은 그런 사람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음을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릭랜드가 자신의 행위가 불러일으킬 비난에 정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는 그 무서운 사람을 피해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마치 인간이랄 수 없는 괴물의 모습에 공포를 느끼고 뒷걸음 치듯. - P78

그때만 해도 나는 사람의 인격이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훌륭한 여자에게 그토록 깊은 앙심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가슴이 아팠다. 한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특질로 형성되는지 아직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한 인간의 마음안에도 좀스러움과 위엄스러움, 악의와 선의, 증오와 사랑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안다. - P85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아니다. 행복이 때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는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 - P90

근사한 말은 할 줄 몰랐지만 정곡을 찌르는 신랄한 야유를 할 줄 알았고, 자기 생각을 늘 정확하게 표현했다. 남의 감정이란 도무지 고려할 줄 몰랐고, 상대방이 상처를 받으면 오히려 즐거워했다. - P117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를 잊어버린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도――머리로는 알지 모르나―자기의 사랑이 끝날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 환상임을 알지만 사랑은 환상에 구체성을 부여해 준다. 사랑하는 이는 사랑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면서도 사랑을 현실보다 더 사랑한다. 사랑은 사람을 실제보다 약간 더 훌륭한 존재로, 동시에 약간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미 자기가 아니다. 더 이상 한 개인이 아니고 하나의 사물, 말하자면 자기 자아에게는 낯선, 어떤 목적의 도구가 되고 만다. 사랑에 감상이 전혀 배제된다고는할 수 없다.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어느 누구보다 그런 약점에빠질 위인이 아니었다. 사랑이란 무엇에 사로잡혀 꼼짝 못하는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그가 그런 상태를 견뎌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그런 외부의 낯선 속박을 견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끊임없이 미지의 어떤 것으로 몰아가는 그 불가해한 갈망을 방해하는 것이 혹시 자기 안에 들어와있다면, 어떠한 괴로움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니까 결국은 만신창이가 되고 피투성이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방해물을 가슴속에서 뿌리째 뽑아낼 수 있는 인간 같았다. 내가 스트릭랜드에게서 받은 그 복잡한 인상을 이제까지 조금이라도 성공적으로설명했다면, 내게는 그가 사랑하기에는 너무 위대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너무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해도 터무니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애정에 대한 개념이란 개성에 따라 형성되기 마련이라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한다. 스트릭랜드 같은 사람에게도자기 나름의 사랑법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감정을 분석해보려 하였으나 쓸데없는 일이었다. - P160

「저기 담벼락이 보이나요?」나는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그렇소만」
「그게 보인다면 내가 댁과는 상종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 P195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마치 이국 땅에 사는사람들처럼 그 나라 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갖 아름답고 심오한 생각을 말하고 싶어도 기초 회화책의 진부한 문장으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람들과 같다. 머리 속에는 전하고 싶은생각들이 들끓고 있음에도 기껏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정원사 아주머니 우산은 집 안에 있습니다〉 따위인 것이다.
결국 내가 받은 인상이란 정신의 어떤 상태를 표현하고자 하는 거대한 안간힘이 거기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나를 그처럼 당황하게 만든 원인도 바로 그러한 면에 있는 것 같았다. 스트릭랜드에게는 색채와 형태들이 어떤 특유한 의미를 지님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들을 그려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찾는 미지의 그것에 좀더 가까이 가기 위해 망설임 없이 단순화시키고 뒤틀었다. 사실(事實)이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와는 관계없는 무수한 사실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찾았다. 우주의혼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 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그림들에 혼란과 당혹감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너무나 뚜렷이 드러나 있는 정서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나는 스트릭랜드에게 꿈에도 기대하지 않았던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억누를 수 없는 어떤 공감이었다. - P212

사랑을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 남자란 거의 없다. 있다 해도 그런 남자들은 별 재미가 없다. 사랑을 지상(至上)의관심사로 삼는 여자들도 그런 남자를 경멸한다. 하기야 그런 남자들 덕분에 여자들은 기분이 우쭐해지고 자극을 받기도 하지만, 그들이 좀 덜 떨어진 인간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갖는 것이다. - P219

나는 예술이란 성적 본능이 구현된 것이라고 본다. - P220

누군가 뜻하지 않은 행동을 하면 주위사람들은 아주 망측한 동기를 찾아내는 법이다. - P225

무엇인가 가슴을 뒤트는것 같더니 돌연 어떤 환희의 느낌, 벅찬 자유의 느낌이 가득 차오르더라는 것이었다. 내 집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어 그 자리에서 단 한순간만에, 그는 나머지 인생을 알렉산드리아에서 보내겠노라고 결심을 하고 말았다고 했다 - P256

정말 아브라함이 인생을 망쳐놓고 말았을까? 자기가 바라는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그것은 인생에 부여하는 의미, 사회로부터 받아들이는 요구,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저마다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기사 작위를 가진 사람에게 내가 어찌 감히 말대꾸를 하겠는가. - P260

토박이든 유럽인이든 이곳 사람들은 그를 괴짜로 보긴 했지만, 워낙 괴짜들을많이 보아온 사람들이라 그럴 수도 있으려니 생각하였던 것이다. 세상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는것, 사람은 자기 바라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 생겨먹은 대로 된다는 것을 그 사람들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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