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이 답이다 - 진화 심리학자의 한국 사회 보고서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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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은 재밌다. 특히 인간 본성을 연구하는 일이 본성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건 아니라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다만 저자가 586 대깨대깨해서 좀 짜증이 난다.
본인 책 첫문장에 굳이 박근혜를 언급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대깨 집단 사이에서 높은 위치에 올라서고 싶었을테니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너그러이 이해해 본다.


많은 문화권에서 청결한 신체를 도덕적, 영적인 순결과 동일시하며, 불결한 육체를 도덕적 타락과 동일시한다. - P51

여기서 감정이 지휘하는 측면 중에는 표정, 심장 박동처럼생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주의, 추론, 기억처럼 인지적인 측면도 있음을 주목하길 바란다. - P63

수백만 년 동안 아프리카 초원에서 수렵 채집 생활을 했던우리 인간의 마음은 당시 조상의 생존과 번식을 좌우했던 문제들만 쉽고 능숙하게 처리하게끔 진화하였다. - P67

놀랍게도, 초콜릿은 달지 않다! 우리가 경험하는 그 생생하고 풍부한 ‘달콤함‘의 감각은 모두 우리의 두뇌가 만들어 낸 허상이다. 초콜릿은 본질적으로 달지 않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과일이나 꿀처럼 높은 에너지원이 되는 음식물을 선호하는 편이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에, 우리는 당도가 높은 음식을 ‘달콤하다‘고 느끼게끔 진화한 것뿐이다. - P71

초정상 자극은 동물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설명하는 데만 유용한 건 아니다. 수백만 년 동안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수렵 채집 생활을 하다 난데없이 현대 산업 사회에 내던져진 우리인간은 온통 초정상 자극에 둘러싸여 있다. 어떤 과일보다 더달콤한 초콜릿, 어떤 동네 청년보다 더 매력적인 연예인, 어떤 실화보다 더 극적인 영화는 종종 우리로 하여금 잘못된, 즉 생존과 번식에 해로운 선택을 하게 한다. - P76

왜 젊은 남성 중에서 테러 조직에 가담하는 자가 나오는가?
인류의 진화 역사에 그 해답이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자기가속한 동아리 내에서 인정을 받으려 애를 더 쓰는 쪽은 여성이아니라 남성이다. 아득한 조상 남성이 집단 내에서 차지한 지위는 그가 장차 얻게 될 자식 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위신을 높일 수만 있다면 무모하고 위험한 짓에 과감히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 친구와 누가 오줌을 더 멀리 싸는지 겨룬다. 길 가다가 눈이 마주쳤다며 칼부림을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각자의 연봉이나 지능을 놓고 허세를 부린다. - P92

여러 나라의 살인율이 왜 이토록 차이가 나는지 조사한 다른연구들도 국민 총생산이나 실업률, 근대화의 정도 등등의 다른변수들보다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변수가 살인율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결론 내렸다. 요컨대, 나라가 얼마나 부유한지는 별로중요치 않다. 국민들 사이에 부가 얼마나 잘 분배되어 있는가가그 나라의 범죄 발생률, 기대수명, 신체 및 정신 건강, 행복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 - P98

청소년기는 짝짓기의 성패가 결정되는 일생일대의 갈림길임을 고려하면, 왜 십대들이 담배, 오토바이 폭주, 범죄 같은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에 뛰어드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십대 남성들사이에서 높은 위치에 올라서려면, 내가 정말로 힘과 대담함, 배짱을 지니고 있음을 친구들에게 알려야 한다. 덩치 큰 농구 선수에게 겁 없이 대드는 것처럼, 큰 비용을 치러야 해서 아무나따라 할 수 없는 ‘값비싼‘ 신호를 보내야만 비로소 친구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십대 남성들이 또래가 보는 앞에서는 더 난폭하게 운전하거나, 약물에 더 탐닉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 P104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게 된 것이 공감과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책은 타인의 삶을 경험하게 해 주기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 이렇게 느끼고 생각하는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일 때, 나는 그 사람이 서 있는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 P110

하지만 적어도 인권 유린이 일상사였던 고대나 중세에 비하면 18세기 후반에 들어서 커다란 진보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진전이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는 감성적인 측면, 그리고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일반적인 행동 원리를 남들에게만 강요하는 것은 모순임을 파악하는 이성적인 측면의 두갈래에서 이루어졌다는 핑커의 통찰은 우리 사회에도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 P114

복수심이 상대의 선제공격을 미리 억제하기 위해 대단히 소모적으로, 때론 자신까지 파멸로 이끌게끔 진화했다는 이 설명은 진화 게임 이론가들이 행한 수많은 컴퓨터시뮬레이션 결과로 뒷받침되었다. - P123

학교 폭력은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한 적응이다. 다른 영장류의 새끼들처럼, 아이들은 또래 집단 내에서 자신의 힘, 지능, 운동 능력, 용감함 등을 친구들에게 과시함으로써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자 한다. 우열 순위의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어떤 아이들은 자신보다 명백히 약한 친구를 골라서 매일 되풀이해서 괴롭히는 방안을 택한다. 학교 폭력은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을 끈덕지게 괴롭힐 만큼 강하고 억센 사람임을 널리 광고하여 결국 또래 집단내에서 가해 학생의 지위를 높여 주는 기능을 한다. - P128

실험 결과는 사뭇 놀라웠다. 객관적인 제삼자의 기억에 비하여,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점에서 사건을 돌아본 사람들은 모두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은 상세히 나열하고 불리한 부분은 줄이거나 아예 생략하는 식으로 사건을 왜곡하여 기억했다. 악행이일어났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자신의 너그러움과 믿음직함을 다른 이들에게 열심히 광고하여 평판을 높이게끔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하였다. 진실은 가해자의 관점에도, 피해자의관점에도 없다. 진실은 두 관점 사이 어딘가에 있다. - P133

한마디로, 착한 일은 남들이 알아 줘야 제 맛이다. - P164

사람들은 자기가 손해를 보는 선택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타적인소비를 할 만큼 자신이 착한 사람임을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광고할 수 있다면, 기꺼이 나중에 남들로부터 도움 받을가능성을 높이고자 ‘착한‘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 - P175

인류학자리처드 슈베더(Richard Shweder)는 전 세계의 도덕 체계를 두루살핀 끝에 도덕은 세가지 빛깔로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도덕에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중시하는 차원뿐만 아니라, 공동체의통합과 질서를 중시하는 차원, 그리고 영혼의 깨끗함과 신성을중시하는 차원도 있다는 것이다. 상사에게 꼬박꼬박 말대꾸하는 부하 직원이나 축구 한일전에서 일본 대표팀을 응원하는 한국 사람을 우리가 비도덕적이라 여기는 까닭은 그러한 행동이공동체의 통합을 흔들기 때문이다. - P183

우리의 조상 남성도 자신과 결혼한 여성이 낳은 친자식들에게는 아버지로서 상당히 많이 투자했다. 그러나 남성의 필수 투자량은 여성의 그것보다 매우 적었다. 그저 한 번의 성관계면 충분했다. 오늘 처음 만난 여성을 임신시킨 뒤 바로 헤어졌는데 그아이가 무사히 어른으로 자랐다면, 조상 남성으로선 극히 적은비용을 치르고서 번식에 성공한 셈이다. 이처럼 저비용으로 번식에 성공할 기회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에게만 열려 있었기 때문에, 자연 선택은 되도록 많은 상대와 일시적 성관계를 맺으려는 심리를 남성에게 장착시켰을 것이다. - P219

이제 어떤 여성의 눈웃음이 그냥 친절인지 성적인 신호인지추론해야 하는 남성을 생각해 보자. 두 가지 오류가 가능하다.
성적 의도가 상대방에게 실제로는 없는데 있을 거라고 막무가내로 과대평가하는 오류, 그리고 성적 의도가 실제로 있는데도없을 거라고 소심하게 과소평가하는 오류이다. 소심하게 추론하는 바람에 외간 여성과의 성관계 기회를 놓치는 일은 우리의 조상 남성들에게 진화적으로 엄청난 재앙이었다. 따라서 남성은비교적 피해가 덜한 선택지인, 상대의 성적 의도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잘 저지르게끔 진화하였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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