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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약 십여년 전 읽었던 보통의 책들을 다시 꺼내 보고 있다.
처음 시작은 아무래도 얇고 여러 저서들 중에서 발췌한 이 책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도로변의 식당이나 심야 카페테리아, 호텔의 로비나역의 카페 같은 곳에 가면 쓸쓸한 공공장소에 고립되어있다는 느낌이 희석되기도 하고, 그 덕에 독특한 공동체의식을 다시 발견할 수도 있다. - P11
몇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꿈을 꾸다 보면,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즉 우리에게 중요한 감정이나 관념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느낌이 드는것이다. 우리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가장 잘 만날 수 있는곳이 반드시 집은 아니다. 가구들은 자기들이 안 변한다는 이유로 우리도 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가정 환경은우리를 일상생활 속의 나라는 인간, 본질적으로는 내가아닐 수도 있는 인간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호텔 역시 정신의 습관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슷한기회를 제공한다. - P20
오스카 와일드는 휘슬러가 안개를 그리기 전에는 런던에 안개가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안개야 많았겠지만, 우리의 시선을 인도해주는 휘슬러의 그림이 없었다면 그 독특한 특질을 보는 것이 약간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와일드가 휘슬러를 두고 한 이야기는 호퍼에게도 할 수 있다. 에드워드 호퍼가 그림으로 그리기 전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주유소, 리틀 셰프, 공항, 기차, 모텔, 도로변 식당의 숫자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 P24
나는 사랑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상상하고, 그 눈을 통하여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그녀에게 누구인가?‘였다. 이 질문의 재귀적 운동 속에서 나의 자아는 일종의 배신과 비진정성에 점차 물들 수밖에 없었다. - P45
코스[젊은 발몽 남작인 나에게는장애물 코스였다가 나오는 대로 식사를 하면서 나는 한가지 의견을 내놓았다가 잠시 후 그녀의 의견과 맞추기위해 그것을 약간 수정하는 일을 되풀이했다. 클로이의질문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 P55
(하인한테 노동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은 아직 없었다. 이러한 주장은 근대의 경영 이론을 기다려야 한다) - P73
능력주의 시대에는 천한 직업을 가진 것이 단지 가엾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런 직업은 그 반대의 기분 좋은직업과 마찬가지로 능력에 따라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서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고, 또 그 대답에아주 신중하게 귀 기울이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 P76
"[경제학은] 노동자를 일하는 동물로밖에 알지 못한다-최소한의 육체적 요구만 남은 짐승으로 아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말에 따르면 피고용인에게주는 임금은 "바퀴가 계속 돌아가도록 칠하는 윤활유와같다. 일의 진정한 목적은 이제 인간이 아니라 돈이다." - P79
석탄 사용을 중단하고 천연가스를 사용해도 도태된 에너지 자원은 절벽에서 뛰어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자는자신의 가격이나 존재를 축소하려는 시도에 감정적으로대응하는 습관이 있다. 노동자는 화장실에 들어가 흐느끼기도 하고, 실적 미달에 대한 두려움을 술로 달래기도 하며, 해고를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이런 감정적인 반응을 보면 작업장에 두 가지 요구가공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사업의 일차적 목적은 이윤의 실현이라고 규정하는 경제적 요구다. 또 하나는 경제적 안정, 존중, 종신직, 나아가 형편이 좋을 때는재미까지도 갈망하는 피고용자의 인간적 요구다. 이 두가지 요구가 오랜 기간 이렇다 할 마찰 없이 공존할 수도있지만, 이 둘 사이에서 진지하게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상업적 체제의 논리에 따라 언제나 경제적 요구가 선택된다. - P81
여자들은 홀로 있는 남자들의 절망에 감사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미래의 충성과 이타심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 P99
그러나 어머니들이 방학이 끝날 무렵이면 흔히 들려주는 말처럼, 따분해하는 사람들은 주로 따분한 사람들이다. 나는 사샤의 권태에 인내심을 잃기 시작했다. 나는 자신의 내부가 흥미로워 굳이 도시까지 ‘흥미롭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을 원했다. 정열의 샘에 늘 가까이 있어 도시가 ‘재미‘ 없다 해도 상관하지 않을 사람을 원했다. 인간영혼의 어둡고 비극적인 면을 잘 알고 있어 취리히 주말의 고요를 고맙게 생각할 사람을 원했다. 결국 사샤와 나는 오래가지 못했다. - P110
모든 독자는 자기 자신의 독자다. 책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독자가 결코 자신에게서경험하지 못했을 무언가를 분별해낼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 기구일 뿐이다. 따라서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기 자신 속에서 깨달을 때, 그 책은 진실하다고 입증된다. 프루스트 - P122
흔히 말하듯이,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서 모두 희극적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중요한 외과 수술을 하는 의사를 비웃지 않는다. 그러나 수술을 끝낸 뒤 집으로돌아가서 거만하게 의학적 은어로 부인과 딸들을 으르는의사는 비웃을 수 있다. 우리는 지나치고 어울리지 않는것을 비웃는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왕, 능력이 권력을따라가지 못하는 왕을 비웃는다. 인간적 본성을 잊고 특권을 남용하는 높은 지위의 권력자들을 비웃는다. 우리는 비웃고, 비웃음을 통하여 불의와 과잉을 비판한다. 따라서 웃음은 최고의 익살꾼의 손에 쥐여지면 도덕적의미를 획득하며, 농담은 다른 사람들에게 성격과 습관을바꾸도록 촉구하는 수단이 된다. 농담은 정치적 이상을표현하는 방법, 더 공정하고 더 멀쩡한 세상을 창조하는방법이다. 새뮤얼 존슨이 말했듯이 풍자는 "악이나 어리석음을 비난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지만, 매우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존 드라이든의 말을 빌리면, "풍자의 진정한 목적은 악의 교정"이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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