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야기‘라는 욕구에 끌리고, 책은 이야기에 관한 다양한 형식(구전, 책, 영화 등등)중의 하나라고 정리한다. 책 읽는 행위는 그런 원초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행위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 그 방식들 중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 반복적인 행복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독서의 가장 큰 강점이다. 독서를 확장시켜 쓰기로 나아가면 뭉뚱그려진 감정과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고, 독서는 자신의 성찰과 타인의 삶 사이에서 선택하는 과정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준다는 점도 기억해둬야겠다.

다시 한번 누군가가 "이동진 씨, 왜 책을 읽으세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재미있으니까요." 사실 제게는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고 있어 보이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목적 독서‘입니다. 그러므로그 목적이 사라지면 독서를 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지속적이지 않죠. 하지만 재미있으니까 책을 읽는다면 책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니까 오래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 P26

그러니까 깊이가 전문성이라면 넓이는 교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적인 영역에서 교양을 갖추지 않는다면 전문성도 가질 수 없죠. 사람들은 대체로 깊어지라고만 이야기하는데, 깊이를 갖추기 위한 넓이를 너무 등한시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국경과 시간적 제약이 점점 무의미해지는 현대에는 넓이에 주목하는 게 더욱 중요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넓이를 갖추는 데 굉장히 적합한 활동이 바로 독서입니다. - P33

한 번 시행하는 연극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
타인이라면 다양한 상황과 특정한 경우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주고 감정을 이입하게 해줍니다. 인간의 실존적인 상황, 그 한계를 좀 더 체계적이고도 집중적인 설정 속에서 인식하게 하고 고민을 숙고하게 만들죠. - P35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적인 경험이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직접적인 경험이불가능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직접적인 경험보다 간접적인 경험이 더 핵심을 보게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가 인생에 대해서 어떻게 완벽하게 파악하고 예측할수 있겠어요. 인생에는 변수가 정말 많거든요. 그런데 소설은 그런 변수들을 통제하고 정리해서 만들어낸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그것이 관계에 대한 문제인지, 인간이 고독을 즐길 수 없는 무능력에 관한 문제인지, 과연 어떤 문제인지를보게 해주죠. 그러니 우리는 직접적인 체험보다 책, 특히 소설을 통한 간접적인 체험으로 삶의 문제를 더욱 예리하게 생각할 계기를 갖게 됩니다. 미국에 갈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관한 책을 읽는 게 아니라는 거죠. 미국에 직접 가보고도 알수 없는 것들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거죠. - P36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문학은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보통 언어는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요. - P36

베스트셀러들도 물론 그렇습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어떤 책들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무엇이 결여되었다고 느끼는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줍니다. - P44

책을 읽은 후 우리는 그냥 뭉뚱그려진 감정과 생각의 덩어리를 갖고 있을 뿐입니다. 그것을 글이나 말의 형태로 옮기지 않는 한 생각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또 표현하기 위해서라도말하고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 P55

그런데 좋은 독서를 위해서는 책을 읽는 자체가 아니라 책을읽음으로써 나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 그것에 주목해야 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서에서 정말 신비로운 순간은, 책에있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에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을 때 책과 나 사이 어디인가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은 신비로우면서도 황홀한 경험입니다. - P86

줄거리 요약이 왜 중요한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든 취미로 관심이 있어서 쓰는 사람이든 너무나 많은 경우에 줄거리는 보도자료나출판사 책 소개 같은 것을 대충 베껴놓고 ‘중요한 건내 의견에 해당하는 이 뒷부분이야‘ 하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비평을 잘하는 사람들은 줄거리를 자기화하거든요. 줄거리를 재구축하는 방식이 비평으로 들어가는 첫 단계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래서고요. - P123

이야기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선사시대부터있는 거잖아요. 역사도 이야기고. 한 사람이 죽으면 남기는 게 결국 이야기잖아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굉장히 듣고 싶어 한단 말이죠. - P129

현대인들이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소비하는방식은 대부분 소설 아니면 영화가 됐거든요. 두 매체가 경쟁한단 말이죠. - P130

저는 쾌락은 일회적이라고, 행복은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쾌락은 크고 강렬한 것, 행복은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 있는 일들이라고 그래서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습관론이 나오게 되는데, 행복한 사람은 습관이 좋은 사람인 거예요. 습관이란 걸 생각해보면, 습관이없으면 사람은 자기동일성이나 안정성이 유지가 안돼요. - P150

책 읽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자기성찰과 반성을 위해서라는 말은 부분적으로 맞지만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는다는 것이 한 사람의 세계를 만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 깊은 방식일 수 있지만 그 역시 핵심은 아닌 것 같아요. 핵심은 그 둘 사이 어디에 있다는 거죠.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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