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픽션 -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테마 소설집
조남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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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에 대한 소설 묶음인데 사는 곳이 소재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올 수 있지 않나…
정용준, 이주란, 조수정 작가의 단편을 재밌게 봤다.

불타 사라진 종묘를 장소라는 의미를 부여해 마음속에 기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실체가 없는 것도 상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스노우>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이주란의 소설은 일상이 따스하게 흘러가는 냇물같아서 좋다. 아랫층 방화로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엄마와 썸남 재섭씨와의 소소한 일상과 우연들이 마음이 고요하고 한적해져서 좋다.

중고나라 사기극의 뻔한 전말을 통해 쌩뚱맞은 연민을 느끼는 조수정소설도 재밌었다. 한번쯤은 이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오죽 했으면 저러고 살까.
부동산 유튜브 강의를 들으며 관광을 다니다 중고사기꾼의 발신 주소를 찾아가 보니 재개발 지역인 것을 알고 사기꾼의 사는 곳에 대한 측은한 마음에 화자가 느끼는 허탈하고, 외롭고, 화나고, 쓸쓸한 감정…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고 딱딱했다. 모두에게 일어난 비극이었지만 내용과 상실의 감각은 제각각이었다. 모두가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한순간에 잃었다. - P57

누가 그랬나. 밤은 초라한 것을 가려주는 아름다운 옷이라고. 이렇게 밤의 시간에 잠긴 종묘는 고요하고 아늑했다. - P77

"음, 지킬 것은 없지만 돌볼 것은 있잖아요. 전 밤마다돌아다니면서 계속 그들에게 말을 걸어요. 여기 있다는 것을 안다고. 기다려달라고. 그렇게 말해요. 어딘가를 맴돌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 영혼들이?" - P78

이도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감정이 장소인 것 같다는 서유성의 말을 곱씹었다. 감정이 장소다. 감정이 장소다. - P89

아이의 얼굴에서 20세기의 분위기가 풍기는 동네. - P151

피로했다. 화가 나는 것도 같았고 쓸쓸한 것도 같았다.
서글펐다. 허탈했다. 아니, 외로운 것도 같았다. 뭘까 이감정은. 이 감정에는 대체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하는 걸까.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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