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오피스 오늘의 젊은 작가 34
최유안 지음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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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가 맛이 간 지 오래지만 그 정점을 찍은 작품.
현명한 척 잘 나가다 막판에 성격을 바꿔 행사를 말아먹는 임강이 (그리고 홍지영과 마지막에 주고받는 훈훈한 문자는 무엇??), 강혜원의 스토리를 위해 이랬다 저랬다 파전 뒤집듯 편리하게 입장을 바꿔가며 써먹는 선차장, 초반에 뭔가 대단한 인물인 듯 등장시켰다가 후반부에 감당을 못해 포기한 듯한 오균성과 송라희, 그 사이에 도저히 개연성이라고는 없는 행동으로 스토리 사이사이 끼워 맞춘 백대표, 뜬금없는 알렉스와 홍지영의 러브라인. 역시 막장드라마를 보고 자란 세대들은 등단하고 이딴 소설을 배설하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는구나.
캐릭터 정체성도 일관성도 없이 뻔하기만 한 극적 요소들로 떡칠해 놓은 쓰레기임.

홍지영은 오균성을 보며 예의에 대해 생각했다. 오균성은아마 지금 자신이 매너를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할 거였다.
불편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대화 자리를 만든 자신의 모습을자랑스럽게 느낄지도 몰랐다. 홍지영이 보기에는 전제부터 잘못됐다. 오균성은 매너가 아니라, 예의가 없는 거다. 스킬이 없는 게 아니라, 상식이 없는 거다. 더 놀라운 건 강혜원이었다.
그런 것 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한 손에 다이어리를들고 오균성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간간이 다정한 박수를 치는, 체득된 사회화가 무엇인지 보여 주는 저 사람. - P86

어릴 때 홍지영은 자신이 지구에 떠다니는 먼지 같다고각하곤 했다.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교육을 받고 회사에서일을 하고 늙어 가다 결국 죽는 이 거대한 연극이 한없이 유치하게 느껴졌다. 그것 좀 하자고 일을 하며 청춘을 바치는꼴이라니. 그런데 언제부턴가는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청춘, 꿈, 열정 따위는 애초에 인생에 없었던 단어처럼 멀어졌다. - P96

"고담 시티 같은 신도심에서는 회사 식당 아니면 먹을 데가 마땅치 않거든요. 이 나라의 성실함과 기술이라면 5년 뒤쯤 도시 하나가 뚝딱 완성되겠죠. 개성이야 하나도 없겠지만."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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