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광유년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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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산싱촌의 마을 사람들은 ‘목구멍병’으로 나이가 40이 되기 전에 죽는다.
마을 촌장 쓰마란도 목구멍병이 걸린다. 쓰마란의 동생 쓰마후와 쓰라루, 처남 두바이는 현의원에 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기계가 들어왔다는 소문을 듣고 쓰마란의 병원비를 마련하러 교환원으로 가 피부를 팔지만, 화상 환자였던 세무국 국장이 과거 산싱촌 사람들이 피부를 팔고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을 빌미로 협박을 하여 피부를 판 값을 받지 못한 채 마을로 돌아온다.
오랜 기간동안 혼외 애정관계에 있던 란쓰스가 쓰마란과 그의 억세고 고집스러운 아내 두주추이의 이혼을 조건으로 현으로 나가 ‘인육장사’(성매매)를 하며 쓰마란의 병원비를 마련하기로 한다. 란쓰스는 쓰마란의 딸 쓰마텅의 시중을 받으며 인육장사를 시작하지만, 쓰마텅은 자신이 더 어리기 때문에 란쓰스 보다 몸값이 높아 아버지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쉽다는 것을 깨닫고 인육장사에 나서려 하지만 란쓰스가 이를 만류한다. 이를 란쓰스의 방해로 여긴 쓰마텅은 란쓰스와 사이가 틀어져 산싱촌으로 돌아와 두바이의 아들인 두류와 혼인한다.
란쓰스가 번 돈으로 수술에 성공한 쓰마란은 8년 전 마을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시작했다 중단된 링인거 수로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사람들의 재산을 내놓게 하고 여자들에게는 매춘을 강요하여 공사 자금을 모은다. 수로 개통 전 공사를 마친 산싱촌의 남자들은 쓰마루를 포함해 공사장에서 사망한 일곱 구의 시신을 들고 돌아오고, 두류와 다바오 둘은 링인거 상류로 수로를 개방하러 간다. 쓰마란은 아내 두주추이보다 란쓰스를 먼저 찾아가지만 란쓰스는 인육장사를 하다 얻은 부인병으로 죽어있었다. 수로를 개방하러 간 두류는 수로 시작점이 8년 동안 공장과 도시의 폐수로 오염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자살을 한다. 다바오가 두류의 시신을 들고 산싱촌으로 도착하자 오염된 물이 링인거 수로에 가득 차오른다. 오염된 물을 보고 놀라 쓰마란을 찾으러 간 쓰마후는 란쓰스 옆에 쓰마란이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자살해 버린다. 산싱촌 사람들은 공사 중 사망한 일곱 명의 시신과 쓰스, 란, 후를 매장하고, 그제서야 두바이는 몇 년 전 서양인 조사단이 왜 산싱촌에 왔다 갔는지를 알 것 같았다.
(산싱촌의 목구멍병은 공장 등의 폐수로 오염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발생한 불소중독 현상이었고, 이를 조사하러 온 서양인 조사단은 며칠간 산싱촌에 머물다 치명적인 불소수치에 기겁하며 돌아갔다.)

(2부) 촌장 란바이수이가 목을 매 자살했다. 란바이수이의 딸 란쓰스는 아버지가 촌장 자리를 쓰마란에게 넘겨준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하고, 이로써 쓰마란이 산싱촌의 촌장이 되어 란쓰스와 혼인을 서약한다. 쓰마란이 촌장이 되자 향 간부 두옌의 딸인 두주추이가 산싱촌 밖에서의 혼인 금지규정을 어기고 마을 밖에 시집을 간다고 선언한다. 란쓰스는 촌장의 명예를 걸고 두주추이의 행실을 저지하려 하지만 두옌의 아들인 두바이는 향 간부인 아버지를 방패 삼아 두주추이를 옹호하며 쓰마란을 압박한다. 두주추이는 쓰마란에게 란쓰스 말고 자기를 신부로 맞아주면 마을 밖으로 시집가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하자 쓰마란은 촌장으로서의 체면, 두바이의 압박, 란쓰스를 향한 마음을 저울질하다 두주추이와 결혼을 한다.
쓰마란은 링인거수로를 마을로 끌어오면 마을 사람들이 40세를 넘게 살며 장수할 것이라고, 마을의 모든 재산, 관까지도 팔아 수로 공사자금을 만들어 공사를 시작한다.
두주추이는 임신하지만 조산하게 되고, 아이를 멀리 묻어주라고 거우얼에게 부탁하자 란쓰스는 거우얼에게 더 높은 값을 치러주며 아이를 두주추이의 앞마당에 묻어버라고 한다. 이 사실을 안 두주추이는 며칠 병을 앓다 쓰마란이 있는 공사현장을 찾아간다.
두옌은 목구멍병이 들자 향에서 통신원으로 일하는 아들 두바이에게 자신을 관에 생매장해달라고 부탁한다. 두바이는 두옌이 자신의 관을 쓰마란이 팔아버릴 것을 두려워하는 것을 알고 아버지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두옌을 관에 생매장하고, 조만간 돌아와 무덤에 묻어줄 것을 약속하고 떠난다. 하지만 그 사이 쓰마란과 주추이가 두옌의 집에 들려 두옌의 관을 발견하고는 두옌의 시체를 꺼내 멍석에 말아 매장하고, 관은 팔아 수로 공사 자금에 쓴다.
쓰마란의 어머니도 목구멍병에 걸려 죽을 날이 다가오자 쓰마란에게 비녀를 주며 자신이 묻힐 때 쓸 갈대로 엮은 관을 구해달라고 한다. 쓰마란은 옆 마을로 비녀를 팔러 간 길에 한 여인에게서 시장 개방 소식을 듣게 되고, 마을 사람들에게 모두 교환원에 가 피부를 팔아 수로 공사 자금을 마련하게 한다. 마을 사람들이 교환원에서 피부를 팔고 돌아오고, 쓰마란이 사흘 동안 기절한 듯이 내리 잔 뒤 일어나 피부를 판 돈을 수거하러 나오지만, 마을 사람들은 전부 피부를 판 돈을 밑천으로 장사를 하러 나가고 없었다. 통신원인(국가 간부) 두바이는 시장개방을 했으니 다른 마을과 같이 산싱촌도 장사를 하고 토지분배를 주장하며 쓰마란과 맞선다. 결국 토지는 분배되었고, 쓰마란은 자신의 동생들마저 피부를 판 돈으로 신부를 얻는 등 공사자금을 다 써버리자 깊은 상실감에 빠져 좌절한다.

(3부) 촌장 쓰마샤오샤오가 죽고 까마귀에 쪼아먹혔다. 쓰마샤오샤오의 장례를 주관하는 란바이수이가 촌장이 되었고, 마을에 목구멍병이 걸리고도 살아남은 촌장의 아내 두메이메이가 흙을 갈아엎은 땅에서 난 곡식을 먹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싱촌은 그때부터 마을의 땅을 갈아엎으면 장수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란바이수이는 쓰마샤오샤오의 아들 쓰마란에게 피부를 팔아 수레바퀴를 사와 밭을 갈아엎는 데 일조하면 딸 란쓰스를 쓰마란에게 시집보내준다고 했다. 이에 쓰마란은 바로 교화원에가서 피부를 팔고 수레바퀴를 사오면서 진에서 대규모로 땅을 갈아엎는 사업을 벌인다는 소식도 전해온다. 쓰마란과 란바이수이는 진으로가 루주임을 찾아 산싱촌을 전답시범운영마을로 선정해 인력 동원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루주임의 어머니가 병치레를 하여 소식이 없자 두옌의 아내 쓰마타오화가 루주임 어머니를 간병하러 나서고, 그로 인해 산싱촌에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다. 루주임은 촌장인 란바이수이에게 촌장을 주임으로 명칭을 바꾸고 당원에 가입하여 인민공사 지도를 받을 것을 제안하지만 란바이수이는 루주임이 쓰마란과 같은 젊은 사람이 주임을 해야한다라는 말에 질투심을 느껴 산싱촌의 체제를 바꾸지 않는다. 쓰마란은 루주임의 나팔수 역할을 하며 자신의 신분이 상승할 것을 내심 기대하지만 쓰마란이 아닌 두옌이 향의 간부가 된다. 쓰마란은 두옌이 향의 간부가 된 이유가 쓰마타오화와 루주임을 내연관계에 있었기 때문을 알게 되고, 이게 들통난 현장에서 쓰마란은 루주임에게 자신을 촌장이 되게 해달라고 압박한다. 그리고 쓰마란은 돌아오는 길에 란바이수이와 자신의 엄마 역시도 부정한 관계임을 목격한다.
쓰마타오화와의 관계가 시들해진 루주임은 산싱촌의 인력을 철수할 것을 결정하고, 쓰마타오화에게 루주임을 설득해줄 것을 부탁하러 가지만 쓰마타오화는 란쓰스같은 젊은 여자가 나서야 루주임을 설득할 수 있다는 말을 한다. 란바이수이는 긴급 회의를 열어 루주임을 접대해야 한다는 안건을 내놓다 마을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지만, 란쓰스가 직접 루주임을 접대하겠다고 나서고, 란쓰스의 엄마는 그 날 음독자살을 한다. 대규모 인력은 다시 산싱촌으로 돌아와 마을 땅을 다 갈아엎었고, 일을 마친 인력들이 마을에 빠져나가면서 마을의 처녀들도 인력들과 같이 도주해 버린다. 땅을 갈아엎어도 마을의 목구멍병은 없어지지 않았으며, 란바이수이가 목구멍병이 생기자 그는 목을 매어 자살해 버린다.

(4부) 산싱촌에 메뚜기떼가 나타나 흉년을 예감한 두옌은 마을을 돌며 빌려줬던 곡식을 수거한다. 며칠 후 다시 나타난 메뚜기떼가 사흘 동안 마을의 곡식을 전부 먹어치우고 쓰마샤오샤오가 사수하려던 유채밭도 모두 쓸어버린다. 곡식을 전부 잃은 산싱촌마을은 메뚜기 시체를 양식으로 먹기 시작하는데, 어린 란쓰스는 메뚜기 사체를 주우러 다니다 만난 어린 쓰마란에게 란바이수이가 촌장이 유채밭을 사수하려다 마을 곡식을 다 잃었다고 비난한 것을 전한다. 아직 순수한 쓰마란은 란바이수이의 말을 곱씹으며 자신이 꼭 훗날 촌장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란쓰스는 쓰마란이 촌장이 되면 자신이 촌장의 아내가 되고 싶다며 결혼을 약속한다. 두주추이는 이 둘의 행위를 지켜보다 란쓰스가 가고 난 뒤 쓰마란에게 자신도 아내로 맞아달라고 말하지만 쓰마란은 이를 무시한다.
기근이 계속되자 마을에서는 두껀이 아들을 다리 밑에 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촌장인 쓰마샤오샤오는 두옌에게 곡식을 마을 사람들과 나눠 가질 것을 요청하지만 두옌이 이를 거부하자 실랑이 끝에 쓰마샤오샤오가 두옌의 딸 두주추이의 뺨을 때리는 일이 벌어진다. 쓰마란은 아버지 쓰마샤오샤오에게 자신이 두옌의 집에 곡식이 숨어있는 곳을 알아내겠다며, 두주추이에게 결혼을 약속하겠다며 곡식을 숨겨둔 자리를 알아낸다. 마을사람들이 두옌의 집의 곡식을 털자 쓰마란은 두바이와 두주추이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두바이와 두주추이는 쓰마란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간다. 곡식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촌장이 식구가 많은 란바이수이의 가족에게 곡식을 더 나눠주자 쓰마란은 라쓰스에게 들은 란바이수이의 말을 쓰마샤오샤오에게 전한다.
기근이 계속되고 마을의 사람들이 죽을 때마다 장례는 이어진다. 장례식에 따라 나온 아이들 중 하나가 지전(죽은자를 위한 돈)을 가로채는 일이 발생하자 놀란 큰 아이들은 장수경을 외어 부정을 물리치려 한다. 이를 본 아이들은 각자 집안에 조금씩 남은 곡식들을 재물로 바치며 장수경을 외우다 쓰마란을 사이에 둔 란쓰스와 두주추이의 갈등이 생기게 되고, 두바이와 두주추이는 무리에서 이탈해 재물을 바치지 않는다. 나머지 아이들은 이탈한 두씨집안 남매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기근이 점점 심해지자 두껀이 장애가 있는 딸을 잡아먹었다는 소문이 돌고, 촌장은 종자로 사용할 양곡마저 마을에 분배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지만, 장애아들의 몫은 분배하지 않기로 한다. 이에 반발한 마을사람들은 쓰마샤오샤오를 비난하지만, 마을 남자들이 결국 장애아를 부인들 몰래 마을 밖으로 내다 버리기로 한다. 쓰마샤오샤오가 마을 여자들을 이끌고 봄나물을 캐러 나간 사이 마을 남자들은 장애아들을 마을 밖으로 내다 버리고, 산나물을 캐고 돌아온 여자들은 넋을 잃을 정도로 혼비백산해버린다. 쓰마란은 장애가 있는 형 셋을 찾아나서고, 도랑에서 까마귀떼가 몰려있는 곳으로 가보니 마을에서 버려 죽은 아이들의 시체를 까마귀들이 쪼아먹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쓰마란은 마을에서 아이들을 모아 까마귀떼를 물리쳐 장애아들의 시체를 남녀 짝을 지어 묻어주고 죽은 까마귀를 가져와 까마귀 고기를 먹는다. 이 후 어른들은 계속해서 까마귀를 사냥해서 마을로 가져와 식육의 기간을 가지게 되는데, 알고 보니 어르들은 아이들이 묻어 준 장애아들의 시체를 다시 파내 미끼로 삼아 까마귀를 사냥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은 다시 장애아들의 시체를 어른들이 찾을 수 없는 곳에다 묻어준다.
까마귀 고기도 얻을 수 없게 되자 쓰마샤오샤오는 산싱촌사람들에게 구걸을 하기로 결정하지만 전국적으로 메뚜기떼의 피해를 입은 뒤라 다른 마을도 모두 기근인 상태였고, 쓰마샤오샤오도 목구멍병의 증상이 찾아온다.

(5부) 쓰마란은 어렸을 때무터 죽음과 삶에 대한 고민을 하며 자랐다. 마을사람들이 언제부터 40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가는데, 어느 날 마을에 84세의 장수한 노인이 나타나 자신의 장수비결이 유채즙을 먹은 덕분이라고 말하자 촌장 쓰마샤오샤오는 유채밭을 마을에 조성하는데 열중한다. 또 마을 사람들에게 대가 끊이질 않도록 출산을 장려하였고, 아이들은 마을 어른들의 성애에 간접적으로 쉽게 노출된다.
과거로 올라가 쓰마란의 엄마가 동생을 임신하자 젖을 찾아 울어대는 사이 란쓰스의 엄마는 쓰마란을 안고 한쪽에는 쓰마란을, 한쪽에는 란쓰스에게 젖을 물린다. 이를 지켜보는 쓰마샤오샤오는 란쓰스의 엄마와 혼외 관계를 가지고, 란쓰스의 엄마는 쓰마샤오샤오에게 아들 이름에 란자를 붙여달라고 하여 쓰마란이라는 이름이 지어지게 되었다.
촌장 두상의 장례식에 아이들은 장례놀이를 하게 되었고, 관에 들어간 쓰마란은 시간을 거슬러 쓰마란의 엄마의 뱃속에서 나오는 탄생의 장면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소설은 시간의 순서를 역행하여 서술된다. 처음 등장인물들의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에 놀라지만 점차 그들이 겪었던 과거를 거슬러 가면서 그들의 야만적인 행태에 설득력을 얻게 된다. ‘나쁜 사람은 없다, 다만 안 좋은 환경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되새기게 된다.
소설은 인간의 삶과 죽음, 촌장이라는 권력에 대한 욕망, 끊임없이 갈구하는 성애에 대해 다룬다. 옌롄커는 <딩씨 마을의 꿈>에서도 에이즈 집단 감염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권력과 재물에 대한 탐욕을 그린 적 있다. 중국이 지난 과거 시장개방을 통해 부정한 부를 획득하는 과정이나, 공산주의 국가라는 특수성에서 나오는 권력의 부패를 보다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점이 옌롄커 소설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최대 장점이다.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으로 시작한 쓰마란과 란쓰스, 두주추이의 감정과 애정을 쟁탈하는 과정과 결과는 처절하게 비참하다. 쓰마샤오샤오와 란쓰스의 엄마, 쓰마타오화와 루주임, 란바이수이와 쓰마란의 엄마 등 윗세대는 불륜으로 얼룩져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부적절한 행각이 오히려 아랫세대의 관계를 심리적으로 끈끈하게 이어주는 계기가 되는 점이 특이하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여성 착취의 면모도 드러나는데, 루주임에게 상납되는 란쓰스나, 쓰마란이 혼인을 빙자하여 두주추이에게 두씨 집안의 곡식창고를 알아내는 것 등은 남성의 권력과 정치에 희생되는 여성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한다.
장애의 존엄에 대한 문제도 장애를 구경거리로 만들어 서커스를 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소설 <레닌의 키스>와 같이 옌롄커 소설의 주요 소재이다. 쓰마란이 어른들이 버린 장애아들의 장례를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리더쉽을 보면서 작가의 장애의식에 대해 또 한 번 놀랐다.
<일광유년>은 산싱천 사람들의 병의 원인에 대해서 파고들고 이를 비판하는 책이 아니다. <딩씨 마을의 꿈>에서는 에이즈가 퍼져나간 이유와 그에 대한 벌을 선고하기는 하지만, <레닌의 키스>나 <작렬지>, <그해 여름 끝>과 같은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듯이 옌롄커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투쟁이 아닌 피해자들 안에서의 아귀다툼을 서술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소설에서 주석으로만 달려있는 불소중독은 첫 장의 마지막에 두바이 혼자 간파하는 내용으로 끝이날뿐, 산싱촌 마을의 목숨을 연장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에 집착하듯 매달리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갈등을 그린다. 표면적으로 옌롄커의 작품이 중국에서 출간하지 못하는 이유는 공산당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기 때문인데, 사실 진정한 적을 파악하지 못하고 을들의 전쟁을 비꼬아 의식 개선을 조장하려 한다는 점이 공산당이 옌롄커를 불편해하는 이유 아닐까 싶다.
나의 좁은 경험을 기준으로 세운 잣대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각자의 경험으로 마음속에 자리한 감정의 발로로 행동할 뿐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세 주요 인물들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느껴지는 작가의 연민의 시선, 중국인들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다.

"먹여 살릴 수 없어서 버릴 거면 닭처럼 가슴이 튀어나온저 애를 내다 버려야지."
두건이 눈을 하얗게 뜨고 쓰마샤오샤오를 쳐다보며 말했다.
"괜찮은 애를 버려야 혹시 누군가 데려다 키울지 모르잖아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버리면 누가 데려다 키워주겠어요? 그거야말로 정말 죽으라고 내버리는 것이지요."
목구멍이 막힌 쓰마샤오샤오는 가슴이 쿵쾅대며 뛰기 시작했다. 그 밖에
"두껀 자네가 아직 사람인 줄 몰랐네. 당장 자루 하나 들고나를 따라오게." - P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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