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 좋은 방 - 오직 나를 위해, 그림 속에서 잠시 쉼
우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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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도판에 대한 역사적인 의미나 작가의 개인적인 배경과 시대상을 그림과 연결시켜 설명하는 해설서는 아니다.(물론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니다.) 그런 책은 아무나 쓸 수 있는 책도 아닐뿐더러, 일반적인 독자들에게는 구구절절 암기하여 상식을 뽐내기위한, 그 이상의 의미도 가질 수 없는 요약서에 불과하다.

이 책은 우리가 그림을 감상하는 유익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책이 독자의 감상으로 작품의 의미를 찾고 해석이 더해져 풍부한 작품의 완성을 이루듯이, 그림도 마찬가지로 보는 이의 감상으로 작품이 완성된다.

저자의 그림에 관한 개인적인 감상이 에세이로 출판되어 나에게 텍스트로 와 닿고, 그림도 나만의 감상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사실 그림책이지만 그림에 집중하기 보다는 저자의 감상에 집중하며 읽었고, 그 뒤에 책을 다시 한 번 훑어보며 그림을 감상했다. 나에게도 방이라는 것이 살면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막연하지만 앞으로 어떤 사연을 가지고 살아갈지 기대가 된다.

어느 때는 내가 나의 삶을 선택하고 이끌고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나를 제어하고 움직이고 소유하는 듯하다. 나는 이제야 사람이 삶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사람을선택한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P53

그림을 삶에 끌고 들어와 내삶을 더욱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그림의 본질이자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그럴 때 우리의 삶 전체는 하나의 미술관이될 수 있다. - P72

휴식도 습관이고 능력이다. 쉬지 못하는 사람은 계속 쉬지 못한다. 그들은 갑작스러운 휴식에 당황하고 불안해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낸다. 쉬면서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연거푸 초조해하며 조금의 여유도 못 견딘다. 쉬어본 적도 없고, 쉬는 방법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자랑도 성실도 그무엇도 아니다.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상태일 뿐이다. 누구든 가능하나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이 휴식이다.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휴식에도 연습과 학습이 필요하다.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지혜, 과감히 내려놓는 용기, 무리하지 않는 자세, 여유를 즐기는 기술 등이 요구된다. 쉬운 것 같지만 절대로 쉽지 않은 휴식, 잘 쉰다는 것은 잘산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를 쉬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가. 과중한 업무, 갖은 모임, 무의미한 약속, 빼곡한 일정으로 하루하루가버겁고 숨차고 힘겹다. 쉴 시간도 없고, 쉴 곳도 없다. 쉴 수도 없고, 쉴 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 하는 것이 휴식이다. 휴식은 잔여 시간이 아니라 필수 시간이다. 시간 날 때 하는 것이아니라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일이다. - P128

꿈은 이제 새롭게 규정되어야 한다. 꿈을 이룬다는 것은 직업의획득이 아니다. 꿈을 성패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건 꿈의 의미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일이다.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없지만, 어떤 꿈을 꿀 것인가는 고를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마음에 든다면, 그건 이미 꿈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원래꿈이란 그런 것이니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반드시 꿈을 이뤄야만 하는 것은 아님을 이루지 못한 꿈도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만약 가닿을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꿈꾸고 있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보내고 싶다. 꿈을 지키기 위해 버텨낸 용기는, 꿈을 이루기 위해노력한 시간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 설혹 실패한다고 해도 지지할 것이다. 당신의 꿈을 꿈꾸는 당신을 - P224

종종 생각한다. 삶이란 상실을 축적해가는 일이라고 반복되는부재를 견디며 살아가는 여정이라고. 살면서 우리는 끝없는 상실을 경험한다. 만났다가 헤어지고, 기억했다가 망각하고, 채웠다가비워지고, 가졌다가 놓아주고, 왔다가 떠나가고, 얻었다가 잃어버리고, 탄생했다가 소멸한다.
산다는 건 끊임없이 이별하는 일이다. 무언가를 잃어가는 반복속에 표류하는 일이다. 세월은 자꾸 빈자리를 만들고, 빈자리는 영영 채워지지 않는다. 만물은 유실되어 사라지고, 이윽고 소멸해버린다. 사라짐이 곧 인생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짐의 운명이있다. - P276

어떤 일을 할 때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습관이 있다. 쉽게 낙관하지 않고 도리어 이 일이 비극적인 결말을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려고 노력한다. 조금 비관적으로보일 수도 있겠지만, 상황을 낙관적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해서비관주의자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긍정 유토피아라는 허황된 환상에서 벗어나 똑바로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진정한 긍정이 온다.
다소 모순적이게 들릴 수도 있으나 실제로 그렇다. 좋은 결과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삶을 더 치열하게 만든다. 긍정이란신념이나 마법이라기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더 가깝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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