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 인생만화에서 끌어올린 직장인 생존철학 35가지
김봉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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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뒤돌아보니 직장생활 10년 이 지났다. 저자가 직장생활에서 경험했던 감정의 흐름에 나 자신의 경험을 쉽게 투영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부당함에 맞서야만 한다고 행동했던 것들, 그게 이제 돌이켜보니 나 자신의 결핍에서 발아한 자격지심일지도 모른다는후회들.
나이 들수록 세상과 타협하고 산다는데, 이게 과거에는 무슨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고, 왜 그런 기준을 갖출 자격이 있었다고 생각을 해서, 내 자존심에 상처받고 (단지 내 기준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고 있었던 걸까. 이상이라는 기준을 어디서 주입당한 건가.
그냥 이런 사회생활 고군분투기 같은 글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인생에 현타를 쎄게 맞고, 인생의 의미를 직업 이외의 일에서 찾고 난 이후로 인간관계에 관한 여유로움이 생겼다. 그래도 과거의 상처는 흉터로 남아서 그런지 아직 타인의 고군분투는 통쾌하고 재밌다.

나라고 귀찮지 않을 리 없었다. 번거롭고 치사해서그냥 돌아서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회사는 어떻게든 번거롭고 치사한 방법을 써서, 그만둔 직원들이 결국 밀린 임금을 포기하게끔 만들려는 게 괘씸했다. 나는 가장 야비한 방법으로사람들을 착취하는 회사가 싫었다. 그 이유가 나를 끝까지 가게 만든 화력이 되었다. 내가 피해를 입어도,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그들에게 뭔가 복수를 하고 싶었다. - P41

즉, 나만 알고있는, 나만의 독창적인 무엇인가는 여간해서 없다. 그건 천재의 영역이다. 그러나 천재는 거의 없다. 천재가아니라면? 결국은 실행력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 아이디어같은 것들을 주변에도 다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그걸 실행하지 못하면 꽝이니까. 내가 못할 바에야 다른 누군가가 듣고 혹은 알고 실행하면 그것으로 좋으니까. 실행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P55

불만을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 있다.
보통 그렇다. 불만이 있어도 가만히 있으면서,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싸우다가 패퇴하는 틈을 타 슬며시 이익을 챙긴다. 반면 조직이나 회사의 불합리한 면을 공개적으로 고발하거나 문제제기를 하면 대체로 당사자는 불이익을 당한다. 그런 일이 있은 후, 회사나 조직은 또다시 불만을 가진 사람이 나올 걸 대비해 조금은 좋은 방향으로 개선한다. 그렇게 조직은 앞으로 나아간다. 개인은 뒤로 가거나 추락할지라도. - P57

태도가 문제라면 누구에게나 시비를 걸 수 있다. 말이 많은 것도 문제일 수있고, 후배가 먼저 다정하게 인사하지 않는 것에 화가날 수도 있고, 회의할 때 딱딱한 말투였다며 무례하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태도를 가지고 시비를 건다는 건 진짜 문제를 은폐하고, 그냥 당신이 싫다는 표현이다. 직장에서 태도를 말하는 이들은 자신의 문제, 시스템의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술책으로 모든 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사사건건 ‘태도‘를 운운하는 말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아, 나는 그런 더러운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 - P91

타인이나 외부 평가 등에 신경 안 쓴다고 너무 강조해서 말하는 사람은 오히려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정서적으로도 불안하고.
나는 지금도 자존감이 없다. 내가 대단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무엇인가에 쉽게 뛰어든다. 안 되면 말고,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하고 능력이 없으니까 언제든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알기위해서는 일단 해봐야 한다.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일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일단 시작한다. 할 수 있기때문이 아니라, 좋아한다거나 관심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계속 갈 수 있다. 아니면 말고, 다시 시작하거나다른 길로 가면 되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서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사되는 일이 생길 테니까. - P133

그런데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꼰대가 된 상사를비웃던 이가 승진하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를 수없이 봤다. 아무리 사소한 권력이라도 일단 완장을 차게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군림하려 든다.
이쯤 되면 권력의 속성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이 권력을 통해서 발현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인간의 내면에 담겨 있는 야비하고 탐욕스런 본성이 권력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악취를 발산하는 것이라고 믿게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말하는 ‘돼지‘는 인간의야비한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들을 조롱한다. 우리 모두가 돼지가 될 가능성은 이미 존재한다. 우리의내면에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본성을 자각하고우리 안의 돼지를 최대한 억제하는 일이다. 자신의 추악함을 인정하고 새로운 세대를 위해 길을 열어주는것이 필요하다. - P169

야마모토 나오키의 단편집 〈내일 다시 전화할게>에실린 〈전망대>에서 "꿈이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악몽" 이라는 말이 맞다. 그건 단순한 몽상이 아니라 악몽이다. 지금의 내가 잘못된 길에 들어서 있다고 생각하는 후회와 자책은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든다.
인생에서 잘못된 선택은 있다.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의 길에 들어서는 경우도 무수하게 많다. 언젠가 그것을 깨닫는다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더 나은 인생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과거는그야말로 평행우주의 다른 곳에서나 가능할 뿐이고,
지금 내가 사는 우주에서 더 나은 인생은, 내가 지금선택하고 만들어야 하는 나의 미래에 있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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