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 무심히 저지른 폭력에 대하여
김예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여성이 지적장애가 있을 경우,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순종과통제에 익숙한 생활을 해온 경우가 많고, 협소한 인간관계를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조금만 잘해주는 사람(특히 비장애인)이 나타날 경우 쉽게 친밀감을 드러내기도합니다. 가해자의 돌봄에 길들여진 지적장애인은 가해자로인한 착취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자라왔기에 애정과 관심을 받으려고원치 않는 성적인 관계에 끌리기 쉽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인 관계에 실제로 나가게 되면 이것을 성범죄로 인식하기보다는 애정관계로 인식하여 그 관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가족들로부터도 고립시키고 자신이 연락을 피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피해자에게 큰 심리적 압박이 된다는 것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령 문자메시지를 통해 나눈 대화에서 피해자가 먼저 연락하거나 애정표현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애정관계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이 힘의 불균형을 반드시 수사과정에서 고려해야 합니다. - P40

장애인은 소수자일 수는 있지만 ‘약자‘로 불릴 이유는 없다. 사람의 얼굴이 제각기 다르듯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도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모두 다르다. ‘약자‘라는 말로 납작하게 표현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도와줘야 하는 장애인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감탄하고 배우고 싶은 한 사람으로 만나는 것을 기대하고 실천해보면 어떨까. - P86

장애인이라서 비장애인들의 대상이 될 이유는 전혀 없다는 내 속마음이 아이에게 얼마나 전달되었을까. 누군가 데리고 나와줘야 소풍이라는 이름으로 공원 구경이라도 할 수 있는 삶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는 비장애인 중심의사회에서 객체나 대상이 되는 삶이 아니라,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P93

정말 아이에게 한 행동이 학대인 줄 몰랐다면 다른 사람이있을 때도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가 같은 잘못을한 경우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는 데서는 아무 일도 아닌 듯넘어가면서,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죽일 듯이 몰아세운다. 결국 본인도 아는 것이다. 이게 학대라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정말 학대인 줄 모르고 행하는 사람은 오히려 외부의 개입이 수월하다. 아이가 자신을 화나게 하면 아이의 뺨을 때리고, 사장이 자신을 화나게 하면 사장의 뺨을 때리는 사람은분노조절장애 등 신경정신과적 진단을 받고 사회적 관리의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동학대 가해자 대부분은 상대를 봐가면서 선택적으로 분노한다. 결국 ‘몰라서‘ ‘훈육하려고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가하는비열한 폭력이다. 아동학대 가해자들이 합당한 벌을 받아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 P140

민감할수록 잘 자라는 말의 씨앗
언어에는 힘이 있다. 말이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서, ‘어떤 언어를 쓰느냐‘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비장애인을 ‘정상인‘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분은 장애인권 교육을 접해본 적이 별로 없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곱추(꼽추의 규범표기)는 지체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아이들이 대번에 물었다. "엄마 곱추가 뭐예요?" 잠시 멈칫하다가 대답했다. - P161

어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깟 작은 말, 사소한 표현이 뭐가 그리 대수냐며 "네 앞에서는 무슨 말을 못하겠다"라는 사람도 만난다. 언어의 민감함을 생각하며 사는 것은 상대방을 판단하기위해서가 아니다. 사람이 언제 화가 나고 언짢고 불쾌한지 찾아내고 그 이유를 생각하며 사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오히려언어에 대한 민감함이 생각의 변화를 일깨우는 선생님 역할을 해준다. - P163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제 언론에서도더는 ‘처녀작‘ ‘여선생‘ 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첫 작품 ‘선생님‘이라는 표현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성 중립적 표현을 입에 붙이려고 노력하는데, 관용적으로 굳어진 유모차‘를 ‘유아차‘로 바꿔 부르는 연습, ‘아빠다리‘ 대신 ‘나비다리‘ 라고말하는 연습이 쉽지만은 않다.
줄임말이 편하기는 하지만 불편해도 줄이지 않고 쓰는 표현들이 있다. 남녀노소‘라는 말 대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이라고 표현하니 더 의미가 명확하고 좋았다. 같은 의미로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 이라는 말이 길어도 함부로 ‘국민‘이라는 단어로 줄여 쓰지 않는다. ‘국민‘이라는 말을 뜯어보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 의미가 좁아지는데 그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권리의 영역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미등록 이주민도, 난민으로 와서 낯선 땅에 정착한 사람도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헌법에서 집요하게 반복하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사람‘이나 ‘인간‘으로 바꾸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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