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개정판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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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알기어려운 것이 나다. 이제부터 집중해 생각하자고 해서 바로생각을 길어 올릴 수도 없다. 그 생각은 자칫 당시 분위기에 휘둘린 감상일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생각‘하고 행동 하기보다 행동을 하면서 ‘생각‘이 따라서 정리되었다. 그때의 청승맞은 여행도 그저 생각을 비우는 역할을했을 뿐이었고, 깊은 생각은 돌아온 후 새로운 일의 가능성을 손수 알아보려고 움직이면서 비로소 자극받아 꿈틀대기 시작했다. 나의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나의 밖을둘러봐야 했던 것이다. - P19

왜 과거의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에 자신감을 가지지못했을까 안타깝다. 만일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라며 또 하나의 인생을 자신에게 주어진 옵션이라고 착각하고 제멋대로 상상하던 나는 뭐랄까, 내가현재 살고 있지 않은 대안의 삶에 멋대로 싸움을 붙인 후알아서 지고 있었다. 대안의 인생, 그런 건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행여 있더라도 분명히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저쪽 인생의 나‘도 똑같이 ‘이쪽 인생의 나‘를 시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 P27

‘내가 하는 이 일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미? 그런 건 원래 없다. 세상의 모든 의미는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다. - P29

‘저녁이 있는 삶‘이나 ‘일과 사생활의 균형 work-life blance이라고 좋게 표현할 수도 있다. 하루 대부분의 생산적인 시간을 내가 직업으로 하는 일에 투입하는데 내 마음과 열정이 그곳에 없어 빈껍데기처럼 일한다면, 그만큼 충족되지못한 마음과 열정을 다른 곳에서 어떻게든 해소시켜줘야한다. 그러려면 사생활이 정말 재미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어떻게 보면 사생활을 재미있게 하는 게 더 힘들어 보인다. 일의 문제는 그만큼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나의 삶의 질에 가장 깊숙이 영향을 주는 문제인것이다.
절대적으로 즐겁고 보람찬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의 재미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주관적인 문제다. 일이 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일의 가능성에 기회를 줄 생각을 해보면 안 되는 것일까.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서 말이다. - P32

"네가 하라는 대로 할게."
마님의 분부만 기다리겠다는 머슴 같은 대사가 그다지기쁘지가 않다. 그 말의 행간에 스스로가 가사일에 대한주인의식이 없음이 드러난다. 주도권이나 자발성, 책임을갖지 않겠다는 얄미운 선언처럼도 들린다. 그러니까 자신은 어디까지나 ‘협조적인‘ 비관련자의 입장으로 남고 싶다.
는 거? 뭐 하나 시킬 때마다 사랑과 존중의 마음으로 ‘부탁‘하고 일을 어설프게 끝내놓은 다음에도 반드시 ‘칭찬‘ - P83

둘째, 피하기는 어떤 이유에서든 나에 대해 선입견을가지면서 근거 없이 내려다보거나 올려다보는 사람들에대해 내가 취하는 행동이다. 성인이 되면 사회화되다 보니 미워도 웃는 가면을 쓰고상대에게 다가갈 수가 있는데 그렇게 맺는 관계는 보통 자신의 숨겨진 이기적인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예로 ‘당신은 내가 썩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편견 없이 잘 지낼 수 있어‘라는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하기 위해, 질투심을 숨기면서 상대의 취약점을찾아내기 위해, 혹은 눈엣가시지만 적이 되느니 차라리 동맹을 맺는 게 낫겠다는 판단하에 그럴 수도 있다. 또는 상대를 지레짐작 자신보다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누르고싶어 연민으로 접근하거나 그 반대로 자신의 상상 속에서이상화된 상대의 모습을 기대하고 접근한다. - P108

여자들은 결혼을 생각할 때쯤 되면 이 질문을 던진다.
"이 남자, 괜찮을까요?"
이 질문은 대개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의 조건이 석연치 않을 때 나오는 대사다. ‘돈으로 결혼 상대를결정할 만큼 난 야박하거나 천박하진 않지만, 내가 어쩌다 사랑하게 된 그 남자가 알고 보니 그냥저냥 사는 남자였으면 좋겠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그냥저냥 살았으면은, 내 부모님의 경제적 상황정도, 혹은 우리 집보다 더 잘살더라도 그걸 빌미로 위세를(유세를 떨고) 부릴 정도는 아닌 적당한 사회경제적 차이를 말한다. 이것은 대다수 여자들이 연애하면서 품는 속내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녀들의 가장큰 두려움은 결혼으로 삶의 질이 지금보다 떨어지는 것이다. 신데렐라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현상 유지는 해야겠다는 것이다. - P103

목소리가 크고 공격적인 사람들을 피하십시오. 그들은영혼을 괴롭힙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한다. 이런 사람들이 기분 나쁜 것은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려는 습성 때문이기도하지만, 상대는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데 난 내 주장이 없어서 굴복당한 기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의 여러 가지 일들은 회색 지대에 놓여 있다. 나만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회의할 줄 아는 자세를 가지며 타인의 말을 경청해야 할 것같다. 그런 후 생각의 중심이 세워져 무리 짓지 않을 정도가 되면, 타인의 개인성과 존엄성도 나의 그것만큼 존중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 P181

습관적으로 집단에 흡수되어 상대편을 거부하고 미워하는 것에만 익숙해지면, ‘NO‘의 타당성과 내용보다 누가더 격하게 NO, 를 외치냐에만 집중하게 된다. ‘NO‘를 표명한 것 자체에 이미 배불리 만족이 되다 보니 뭐가 ‘YES‘인지도 정확히 밝혀야 하는데 아무도 그에 대한 말은 하지않는다. 서로를 이해해서 접점을 찾으려고 다가가는 것조차도 타협‘이라며 지탄을 받는다. 대체 타협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비겁함과 기회주의의 대명사처럼 쓰이게 되었을까. - P180

또한 자존감은 ‘나를 사랑하자‘ 같은 1차원적인 자기암시나 구호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남들과 비교해서 내가낫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것도 아니다. 자존감은 나 자신을 아는 것‘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나 자신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좋은 점을 극대화하려는 선한 에너지가 앞으로 걸어간 만큼 나를 존중하도록 만들어준다. 다시말해, 타고난 것이나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나 자신과의관계에 자존감이 좌우된다. - P203

앞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은 사람이 막상 나를 싫어하는것은 또 견디지 못해서 겉으로는 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부단히도 애썼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그 사람이 썩 좋지도 않으면서 그가 내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 더 강박적으로 불안해했다. 왜 나를 미워하지? 내가 뭘 잘못했지?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불안감과 두려움에 더 잘 보이려고 나답지 않은 과잉 행동을 하곤 했다. 왜 그렇게 계속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했던 걸까? 곰곰 생각해보니 나는 자존감 부족을, 나의 불안정한자아를, 타인과의 관계 즉 인정 욕구로 채우려고 했다. 그러려면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단 1명도 있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나를 존중하기 위해서, 그 어느 때라도 인간관계가 기쁘기 위한 기본은 그 사람과 같이 있을 때의 내 모습을 내가좋아하는가‘ 여부이다. - P205

공적인 관계를 사적인 분위기로 흐리는 것은 부하 직원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일이다. 어떤 팀장은 팀원을 ‘친구‘로착각하여 공사 구분 없이 구구절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아 감정 노동을 시킨다. 본인은 권위적이지 않고 친근한 상사라고 착각할지 모르지만 정작 팀원의 입장에선 만만한 배설 상대가 되어주는 것만 같다. 역으로 먼저 ‘인간적으로‘ 들러붙는 아랫사람이 있다면 밉기는커녕 잘해주고싶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상사로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마땅하다. - P245

마지막으로, 아랫사람들에게 사사로운 인기를 얻겠다는 욕심은 버리도록 한다. 이러나저러나 아랫사람은 윗사람에 대해 불만이 있고 뒷담화‘를 하게 되어 있는 법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자연의 섭리라고 봐야 하는데 - P247

"OOO(과일 이름) 먹을래?"
내가 남편에게 먼저 이렇게 물으면 그는 항상 정해진 면트로 대답한다.
"네가 먹을 거면 나도 좀 집어 먹을게. 네가 먹지 않을거면 괜히 나 때문에 깎지 마."
어쭈, 꽤나 기발한 문장이라 생각했다. 책잡히게 이래라저래라 하진 않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무임승차하겠다라.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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