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궁극 : 서평 잘 쓰는 법 - 읽는 독서에서 쓰는 독서로 더행의 독서의 궁극 시리즈 1
조현행 지음 / 생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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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유익한 결과를 만들어야하고 자기가 읽은 책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의 책이다. 물론 서평을 쓰기위해서 독자들이 이 책을 골랐을 것이므로 저자의 이러한 입장은 당연하고 독자들을 서평 쓰기의 길로 이끌어 줄 것이다. 주로 읽는 행위에 즐거움을 느끼고 그 정도로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잘못 집어 든 경우이니, 책 내용에 분노하거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같이 주관이 명확하지 않아 ‘책보고 재미있었으면 됐지‘와 ‘누군가에게 읽은 책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의견 하나 낼 수 없다니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이의 괴리를 오가며 갈팡질팡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당연히 내용은 훈수를 두는 듯한 성격의 글이지만 그렇다고 난해하지는 않으니까.

’설명할 수 없다면,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읽은 책에 대해서, 그 내용을 설명하고,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독서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할 첫 번째 목표이다.‘(14p.)

누군가 자기 스스로 이런 목표를 지향한다면 좋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 이런 자세와 목표를 가진다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자신에 대한 틀을 정해놓는 한에서지 이런 목표를다른 사람의 독서 행위를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한다면 좀 피곤한 사람이 될 것이다.

‘어떤 책을 읽고 재미있다고 느끼고 재미있다고 쓰면 그것은 독후감이다. 그러나 재미있다고 느낀 부분이 왜 재미있는지를 세세히 다져보고, 분석해보는 것이 서평의 출발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서평 쓰기는 서평가의 주관적인 견해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그 주관적인 견해가 여러 사람의 공감을 얻고 그들의 설득을 이끌어 내도록 객관적인 근거를 갖춘 글이 서평이다.’(19p.)

나같은 경우엔 공감은 바라지도 않고 내가 주절거린 글이 욕이라도 먹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다.

‘책을 읽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독서는 인간과 세상을 넓게 보고 이해하면서 결국에는 깊은 성찰과 통찰에 이르게 하는 정신적 성장의 여정인 것이다. 독서를 통해 세상에 대한 앎과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그것에서 나만의 생각은 벼리고 가다듬어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독서의 궁극이다.’(26p.)

책을 읽는 목적은 작품에 자기 자신을 투영하여 공감하고 위로받고 반성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 감정들이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망각하고 만다. 망각의 시간을 최대한 미루기 위해 생각해 본 수단이 감상문이나 서평이었다.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여러 장점들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자구책.

‘해석이 담긴 요약하기’(50p.)

줄거리 요약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하수의 독후감이라면 보통 책의 줄거리만 쓰는 것이라고 교육을 받아서 그런듯하다. 하지만 요약이라는 것, 소설의 플롯에 맞춰 요약을 간결하게 한다는 것이 이런 고도의 정신노동일 줄이야. 거기다 자신의 의견을 첨가한 요약은 그 자체로 독창적인 ‘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서평가가 책을 읽고 던진 질문과 그에 대한 서평가의 대답을 합쳐 ‘해석‘이라고 한다. 그래서한 편의 서평은 한 편의 창조물이다. 책이라는 소재에서 서평가 나름의 사유를 이끌어 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서평가는 이러한 해석의 작업을 함으로써 해당 책이 다시 태어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책이 가진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잘 담긴 서평이 훌륭한 서평의 요건에 부합한다.’(74p.)

역시 독서라는 행위로 책이 새롭게 의미가 확장된다는 이야기, 그리고 정답이 아닌 다양한 의견과 해석이 주는 순기능을 정리해 주셨다.

‘바로 이 질문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 자체가 생각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생각은 대개 주어진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라고 느끼기 쉽지만, 질문 자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좀 더 근본적인 사유의 행위인 것이다.
질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은 모조리 메모한다는 마음으로 몽땅 적어야 한다.’(74p.)

‘여기서 해석의 툴이 하나 발견된다. 해석이란 보이지 않는 혹은 숨겨져 있는 실체를 끄집어내어 우리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해석이란 커튼 뒤에 가려져 있던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커튼을 걷어 버리는 행위이다. 해석자가 커튼을 쳐버리면 우리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모른다는 무지의 세계에서 앞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82p.)

’소설 속 인물이 하는 행동과 선택을 찬찬히 살펴 보니, 내 삶도 그와 비슷하게 흘러가거나 같다면, 내 삶도 소설의 인물의 삶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다시 던져볼 수 있다. ‘해석‘은 이렇게 ‘지금 내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고, 그 의미를 다시 묻고 새롭게 설정할 수 있게 한다. 해석은 나와 삶에 대해서 다시 질문하게 한다.‘(83p.)

‘비문학 책에 대한 서평에서는 그 책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서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85p.)

‘좋은 서평은 서평자의 독창적인 해석이 담긴 서평이라 할 수 있다. 독창적인 해석이란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서평이 아니라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을 현실에 적용하여 사유하고 그 결과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또 나아갈 방향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글이라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이 우리의 삶과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닌, 책을 통해 지금 현재를 사유하게 하는 서평이 좋은 서평으로서의 자격에 부합한다.’(113p.)

서평 쓰기에 관련된 책을 두 권 정도 읽었는데, 독서를 하면서 유념해야 하는 것과 책에 대해 쓰는 행위를 하는 것이 독서를 더욱 더 풍부하게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개똥철학같은 자기계발서에 불과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지만 쓸모없는 기우에 불과했다. 좀 더 알찬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좌표가 생긴 기분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의 내면을 들춰보는 과정이다. 우리의 내면은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감정과 경험, 관념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살아오면서 쌓인 이 복잡한 내면은 얽히고설켜있는 실타래와 같다.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모르는 무수히 많은 내가 수시로 튀어나와 나를 당황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하고, 좌절과 고통에 빠지게 한다. 책은 이런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 군상의 집약체인 것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혼자만의 힘으로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자신을 알게 해줄 무엇이 필요한데, 그것이 책인 것이다. 책 속 인물의 생각과 행동, 상황에 자신을 대입하면서 도리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된다. 책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요, 나를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현미경이다. 인간은 책에 등장하는 타인이라는 존재를 통해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자신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모든 것의시작은 자신을 아는 일로부터 시작한다. 내가 나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면 어떻게 될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지, 무엇에 삶의 기준을 삼고 열정을 쏟아야 하는지를 모르면 타인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면서 살게 된다. 세상의 잣대에 자신을 평가하며 따라가는데 급급한 삶이 된다. 주체적인 삶을 위해서라도 자신이누구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렇게 자신을 더 잘 알게 해주는 수단이 바로 글쓰기이다. 우리는 글을 씀으로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된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일부분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알게 되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해할 수 있으면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용서하는 법이다" 라고 말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타인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면 갈등이 생겨난다. 타인에 대한 이해도 나를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글을 씀으로써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보다 진실에 가 닿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도 글을 쓰면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 볼 수 있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다. 자신에 대한 기대와 희망 다짐도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들이다. 이렇게 글쓰기는 자아 성찰의 과정이기도하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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