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감당하기 어렵고 내일은 다가올까 두렵고
전강산 지음 / 강한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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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해봐야 후회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엔 안해봐서 안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고 보니 후회건 안도건 큰 차이는 없다.

누군가의 경험과 생각을 읽음으로써 비슷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지금 우리 시대 모습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위안, 공감, 그로 인한 연대.
다르지 않은 것이나 다른 것이나 똑같이 위안이 되고 공감도 된다는 것을.

남의 고통과 불행으로 위안 받는 건, 결코 무례함이나 비겁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또 다른 동료를 만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나는 내 이야기가 쓰인 이 책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동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 P6

그즈음 나는 중간 정도의 재능을 가진 나를 매일같이 저주했다. 남들보다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많았으나 그냥 그 정도였다. 특출 나지도 않고 직업으로 삼기에는 더더욱 보잘것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따금씩 누군가의 칭찬을 받을 뿐, 그마저도 입에 발린 말이란 것쯤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많았고 내가 가진 능력은 나조차도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지만, 그러기엔 현실이 너무 무거웠다. - P17

전처럼 인정받으려고 가면을 쓴다거나, 경험담을 전시하지않았다. 이런 내 모습에 나도 놀랐다. 그러자 그는, 그러시냐고 자기는 지금까지 이런 일을 했고 앞으로 또 이런 일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구구절절 자기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그가 귀엽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남의 꿈을 함부로 호출하는 무례함에 짜증도 났다. 자기 자랑만 할 거면 내 꿈은 왜 묻는 거야, 도대체, 그러다가 과거에는 나도 그랬겠구나 싶었다. 저 사람과 다를 바 없었겠구나.
가면을 쓴다고 해서 인정받는 건 아니었겠구나. - P37

그냥 이런 것들을 위안 삼기로 했다. 작은 것들에 위로받는삶을 보잘것없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건 큰 기회나 행운이 아니라, 일상 속의 작은 것들에서 느끼는 안정감일 수도 있으니까. - P119

결국 난 무작정 퇴사를 했다. 날 못마땅해하던 상사와 불화를 겪은 후에 경영진과 상담을 통해 퇴사를 한 거다. 하지만그 소식을 알리기 무서웠다. 친구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난퇴사 소식을 유일하게 당시의 연인에게 알렸지만, 그 사람은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 사람에게도 그 사람 몫의 슬픔이 있었다. 그는 나의 감정을 안아 줄 수 있는 상태가아니었다. 자신의 슬픔에 취해 날 돌볼 여유 따윈 없었던 것이다. 나는 연인에게 나의 슬픔을 같이 안아 달라고 떼쓰는 어린아이가 되고 싶지는 않았고, 오히려 그 사람의 슬픔을 더 안아주려고 했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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