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이 고민입니다 -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의
장대익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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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신리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낯부끄러운 인간본성에 정당성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랄까.

참으로 수치스러운 인정욕구, 관종, 연예인병, 질투, 시기 등등의 심보를 진화심리학적 이론을 근거로 해명해주는 친절함에 감동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숫자 하나를 제시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입니다. 우리는 이한계치인 150을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고 부릅니다. - P34

배제되는 느낌이나 무리에서 소외되는 느낌도 일종의 고통입니다. 물리적 고통은 아니지만, 때로는 물리적 고통보다 더 큰 괴로움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배제감이나 소외감을 ‘사회적 고통‘ 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뇌는 몸에서 피가 날 때와 투명인간이 된 느낌을 거의 구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인간의 뇌는 물리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을 비슷하게 처리하게 되었을까요? 물론 모든 동물이 사회적 고통을느끼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분리나 배제 경험이 생존에 치명적인 사회적 동물에게만 필요한 감정이니까요. 아마도 사회적 동물은 원래 있었던 물리적 고통 시스템을 사회적 입력에 대해서도 작동시켰을 것입니다. - P57

우리는 평판에 둔감한 사람의 후예가 아닙니다. 평판에 둔감한 사람은 집단에서 생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낙인찍히거나 따돌림을 당했을 것이기에 그와 협력하고자 그에게접근했던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종이기 때문에 누구와도 협력할 수 없다.
면 말 그대로 끝입니다. 평판에 신경 쓰는 것은 이처럼 진화적으로 적응된 형질입니다. - P79

예컨대 중국의 양쯔강을 경계로 약 1,000년간 쌀농사를 지어온 남쪽 지역과 밀농사를 지어온 북쪽 지역의 경우, 쌀농사 지역 사람들은 더 집단주의적인 반면, 밀농사 지역 사람들은 더 개인주의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왜 그럴까요? 쌀농사가 성공하려면 함께 관개시설도 만들고, 잡초도뽑고 모도 심어야 하기에 많은 일손이 필요합니다. 반면에밀은 약간 춥고 건조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만 있으면 쌀농사에 비해 손이 덜 갑니다.
쌀농사의 핵심이 농부들의 상호 협력이라면 밀농사의 핵심은 기후와 토양이죠. 이런 논리라면, 밥심으로 살아온 우리는 빵이 주식인 이들(대표적으로 서양인)에 비해 관계를 더 중시하고 평판에 더 신경쓸 수밖에 없었던 사람인 셈입니다.
연유가 어찌 되었든, 우리 사회가 서양에 비해 타인의 시선에 더 민감한 사회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 P87

예전에 발매한 앨범의 인트로 부분에는 "아홉이나 열 살쯤 내 심장은 멈췄다" 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돌아보면, 그 시절 저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걱정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시선을 통해 나 자신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밤하늘과 별을 올려다보는 것을 멈췄고 꿈꾸기를 중단했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나 자신을 밀어 넣으려고만 했습니다. 이내 제 자신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저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저 또한 제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습니다), 제 심장은 멈췄고 제 눈은 감겼습니다. 이처럼 저와 우리 모두는 우리의 이름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유령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안식처가 있었는데 그것은 음악이었죠. 제 안의 작은 목소리가 이렇게 외쳤습니다. "일어나, 네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봐." - P93

우리는 방문한 곳의 교수와 연구자 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한민국과 비교해보면 기본적으로 경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이곳 국민들은 경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그들의 대답이 다소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생생합니다.
"여기에도 경쟁은 있습니다. 우리 아이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요. 하지만 경쟁 상대가 일차적으로 남은 아닙니다. 경쟁은 자기 자신과 하는 거니까요!" - P113

핀란드에서는 학생 스스로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훈련을 어릴 때부터 합니다. 타자와의 비교를 통해우쭐하거나 우울하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에요. 학교에서는필요 이상으로 경쟁하는 것은 탐욕이라고 가르치죠. 스스로선택한 것을 성취하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자 성숙임을 강조하는 게 바로 그들의 교육철학이었습니다. - P114

경쟁 트랙에 빨리 올라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서보았듯이, 경쟁에 대한 인식입니다. 남과 비교하고 서열을 정하기 위한 경쟁을 경험하고 가르치는 사회일수록 행복은 모두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패자는 사회적 낙오자가 돼 승자를 원망하며, 결국 남의 자원을 빼앗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자기 자신과경쟁하는 성숙한 사회에서 패자는 성찰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승자는 타인을 이겨서가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기에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낍니다.
경쟁은 어느 사회에나 있습니다. 어떤 생명체든 경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경쟁은 생명의 징표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경쟁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종입니다. 나쁜 경쟁과 좋은 경쟁, 미숙한 경쟁과 성숙한 경쟁 등을 구분할 수 있기도 합니다.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 만족감을 얻는 것, 즉 과거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아졌기에만족하는 것은 성숙한 경쟁입니다. 승자와 패자를 모두 행복하게 만드는 경쟁입니다. - P116

동물은 자기 자신이 극심한 경쟁적 상황에 놓여있다고 감지하면 번식 전략이 아닌 성장 전략을 취합니다. 경쟁이 극심하면 자식을 낳아봤자 생존도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대신 번식을 미루고 자신의 성장에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자신의 경쟁력을 먼저 높인 후에 자식을 낳아 그 자식의 생존확률을 더 높이는 쪽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어느동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사회가 경쟁적이라고 인식하면 자식을 낳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전략이 개인을 위해 좋은 선택입니다. - P119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경쟁적 상황에대한 감지는 매우 상대적입니다. 거주자의 평균 연봉이 2억인동네에서 연봉 1억을 받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우리도 지금은 경쟁해야 할 때라고 지각하는거죠. 타인과 비교하면서 경쟁해온 이들은 현재가 과거보다나아졌다고 결코 만족하지 않습니다. 옆 사람과의 비교 우위에 있어야만 행복합니다. - P120

이를 ‘에코 챔버echo chamber효과‘라 부르기도 합니다. 에코 챔버는 원래 방송에서 연출에 필요한 에코 효과를 만들어내는 방을 뜻하는데요, 에코챔버 효과란 자신이 뱉은 목소리가 반사되어 중첩되고 증폭되는 효과를 의미합니다. 이 의미가 확대되어 요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슷한 성향의 사람끼리만 정보와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결국 한목소리만 남는 현상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에코 챔버 효과를 증폭시키는 ‘필터 버블 filter bubble‘이라는 현상도 있습니다. 이것은 정보 제공자가 이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만을 필터링해줌으로써 원래 있었던 편향을 더욱 증폭시키는 현상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과학책을 좋아하는 제는 페이스북에 뜬 과학 신간 페이지라면 늘 클릭해서 훑어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페이스북에서 제가 보는 책 광고는 모조리 과학 신간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소설에도 관심이많은데 말입니다. - P142

물론 이것이 페이스북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팟캐스트를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개인 미디어나 트위터 같은 다른 소셜미디어도 동일한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렇게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편향의 배후에 있는 인간의 오래된 심리입니다. ‘동조 심리가그것입니다.
타인의 의견에 동조하려는 본능은 줏대 없어 보이긴 하지만 생존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집단생활을 하다 보면 집단의 다른 구성원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보다 자신의 신념을 숨기고 비굴하더라도 타인에게 동조하여 받아들여지는 것이 더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지식과 견해가 짧을 때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좋은 전략이기도 합니다. 또한 대세를 따르는 행위는 크게 나쁘지않은 결과를 낳습니다.
따라서 동조 심리 자체는 인류의 진화사에서 오랫동안 진화하여 장착된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작금의 소셜미디어가 그 동조 심리를 활용하고 증폭시키며 심지어 갈취하기까지 한다는 것이 문제지요.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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