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장강명 작가를 좋아하진 않는데 이번 책은 너무 사실적.... 아니 책의 문장처럼 사실은 아니지만 진실이라 웃프고 매력적이다.

음모론을 신봉하고 현상 이면에 숨은 진실을 파악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영화스태프들 처우가 열악한 것도 사실이고요. 삼궁은 이렇게 표현하더라고요. 사실은 아니지만, 진실이라고. - P36

일단 전파속도는 엄청 빨랐어요. 글을 올리자마자 그야말로 마른들판에 불이 번지듯 온갖 게시판으로 퍼져갔어요. 사람들도 알고 있었던거죠. ㅇㅇ전자에서 노동 탄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지만, 영화판의 노동 조건에 비하면 천국 같은 직장일 거라는 사실을. 노동자 권익이니 남녀평등이니 하는 말들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 중에 자기 단체 직원들 권익 챙겨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즈음에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건드리는 영화가 너무 많이 나왔잖아요, <도가니>이후로, 그 감독들이나 제작사들이 그런 이슈를 실은 돈벌이로 활용하고 있다는 걸 사람들도 눈치채고 불편해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그 임금체불 건이 딱 터진 거죠. - P37

인터넷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권위를 타파해서 민주화를 이끌 거라고도 믿었어. 거대 언론이 외면하는 문제를 작은 인터넷신문들이 취재하고, 인터넷신문조차 미처 못 보고 넘어간 어두운 틈새를 전문 지식과 양식을 갖춘 블로거들이 파고들어갈 줄 알았어.
독재 국가에서는 지금도 인터넷이 그런 고발자, 감시자 역할을 해. 그런데 한국에서도 그런가? 인터넷신문이나 블로거들이 과연 그런 역할을하냐고, 아니지. 그냥 거대 언론이 하던 나쁜 짓을 아마추어들도 소자본으로 하게 됐을 뿐이야. 거대 언론이 점잖게 기업에 겁을 주며 광고를 따냈다면 인터넷신문들은 대놓고 삥을 뜯지. 블로거들은 동네 식당을 상대로 협찬을 요구하고, 이것도 민주화라면 민주화지. 협박, 공갈, 갈취의 민주화. 누구나 더럽고 야비한 짓을 할 수 있게 되는 민주화. 그런 대신에인터넷신문들과 블로거가 기존 언론이 쓰지 않던 무슨 좋은 기사를 내놓느냐 하면, 이런 거야. 누구누구 아찔한 뒤태, 남녀 생각 차이 열네 가지, 노래 따라 부르는 일본 강아지 화제 - P55

진보주의자 열 사람이 모여서 시국을 논의하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중세 사람은 극좌파로 변하게 돼.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고, 그 사람들은 자기가 극단적이라는 사실도 몰라. 왜냐하면 자기 옆에 있는 아홉 사람의 평균 의견이 자신과 크게 차이 나지 않으니까.
그렇게 인터넷을 오래할수록 점점 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돼. 확증 편향이라는 거야. TV보다 훨씬 나쁘지. TV는 적어도 기계적인 균형이라도 갖추려 하지. 시청자도 보고 싶은 뉴스만 골라 볼순 없고,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달라. 사람들은 이 새로운 매체에 어떤 신문이나 방송보다도 더 깊이 빠지게 돼. 그런데 이 미디어는 어떤신문 방송보다 더 왜곡된 세상을 보여주면서 아무런 심의를 받지도 않고 소송을 당하지도 않아.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최악의 신문이나 방송사보다 더 민주주의를 해치지. - P57

"1980년대 중반부터 한 10년간 가족계획이라고, 정부가 둘째나 셋째낳는 걸 상당히 규제했어.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이런 표어도 있었지.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아선호사상이 심하잖아. 또그때쯤 태아 성별을 감별하는 기술이 개발됐어. 그래서 임신을 했는데딸이라고 판정이 나면 낙태를 했던 거야. 어마어마하게.
그러니까 자네 세대 남자들이 연애를 못해서 고생하는 건, 자네 부모세대들의 잘못 때문이야. 물론 자네 부모 세대들은 그 문제에 대해 일절 책임을 지려 들지 않지. 책임은 고사하고, 자기들이 그런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몇 없을 거야. 자네들만 피해자가 된 거지." - P60

아무래도 남자들이 친밀감이나 공감보다는 유머나 지식이 주는 짧은 쾌감을 주로 추구하잖아요. 그러다보니 가상의 커뮤니티에 대한 애착심이 덜해요.
하지만 밑바닥은 다 똑같은 겁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인정 투쟁. 모두가슴에 단도 한 자루씩 숨기고 있다가 기회만 생기면 팍! 그런데 저희들은 언제 사람들이 미쳐서 그 칼을 휘두르는지 그 타이밍을 알아낸 거죠. - P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