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거짓말 오늘의 젊은 작가 11
전석순 지음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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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소년 그 그녀 로 이어지는 모호한 인물 설정때문에 초반부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두서도 없고 인과관계마저 무시한 글의 전개도 문제이지만 일단 재미가 없다.
남성작가가 여성화자로 이야기하는데 감정도 제대로 전달 안되고...


마지막에 참고문헌을 보고는 한숨이 절로.....
그렇게 열심히 떠들어 댄 거짓말에 대한 고찰이 작가의 사유도 철학도 아닌 전문서적 짜집기였다니....

남자를 만나기 전 거짓말 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이제껏 진실은 과대평가되어 왔다. 거짓말은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사랑을 병들게 하지만 진실은 사랑을 아예 도려낸다.
모든 것을 다 드러낸 관계는 결코 견고하지 않다. 숨어 있던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은 이별하는 순간과 정확하게 맞물려있다. - P10

같은 사람이 인사를 해도 평가는엇갈릴 수 있다. 보고서를 바탕으로 제 안에서 각자의 진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디에도 순정한 진실은없다. 각자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있을 뿐. - P39

감정이 스며든 문장은 금방 물렁해진다. 음식이 공기와 만나는 순간 썩기 시작하는 것처럼 거짓말은 감정과 만나는순간 밑바닥부터 무너진다. 거짓말이 내려앉는 건 순식간이다. 그 자리엔 진실이 눈을 부릅뜨고 오도카니 앉아 있다. - P40

남자에게 그녀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남자는 별 사이아니라고 둘러댔지만 그래서 둘의 관계가 나만큼이나 깊다는것을 알았다. 둘러댄다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니까.
내가 아무리 집요하게 캐물어도 남자는 절대 그녀와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도 나를 부정할까. 의문 끝에 언젠가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원래 더 귀한 걸 뒤로숨기는 법이다. - P49

하지만 질문이 지나간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원하는 건 따로 있었다.
내가 믿고 있는 게 진짜라는 것. - P67

진실을 알아서 좋을 건 없었다. 불신은 몸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었다. 한 번 싹튼 의심은 울창하게 자라나 시들 줄 몰랐다. 온몸을 꽁꽁 옭아맬 때까지도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진실을 기대했지만 몰랐더라면 좋았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때론 아닌 줄 알면서도 믿었다. 애써 믿는 척하기도 했다. 그게 전 났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차라리 최선을다해 속는 편이 현명할 수도 있었다. 사막에서 살아남으려면는 오아시스가 나올 거란 거짓말을 믿어야 했다. - P68

거짓말 가이드북에서는 보통 이쯤에서 첫 거짓말을 계획한다고 했다.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그제야 아이들이 던졌던 질문에 마땅한 대답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정말 알고 싶던 건 따로 있었을지도 몰랐다. 거짓말을 잘 칠 수 있는지 없는지. 거짓말은 나쁜 아이가 치는 것이아니라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가 친다. 있는 그대로도 사랑받을 수 있다면 굳이 거짓말에 손댈 필요는 없다. 거짓말은 나쁜 거니까 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결국 거짓말을 치게 만드는건 그렇게 말한 사람들이다. 어쩌면 거짓말은 사랑해 달라고보내는 생의 첫 번째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완벽한 거짓말을 연습했다. 너무나도 완벽해서나마저도 진짠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의 거짓말, 선물을 받으려면 산타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믿는 척해야 했다.
산타를 믿지 않는 아이에게는 결코 크리스마스 선물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익은 오로지 거짓말쟁이들의 것임이 분명해졌다.
일단 속일 사람이 필요했다. 예전에는 거짓말이 성립하려면 최소한 두 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속이는 사람과 속는사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만 있어도 가능하다는 것을알았다. 속이는 사람과 속는 사람이 꼭 다를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첫 연습 상대는 나로 정했다. 나는 거짓말을 연습하기에 알맞은 상대였다. 일단 들킨다고 해도 혼날 일이 없었다. - P71

거짓말은 진실을 견디는 힘을 주었지만진실은 거짓말을 견디는 힘을 주지 않았다. - P80

그거면 그쪽 말을믿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믿을 수도 있겠다는 건 믿겠다는얘기가 아니었다. 도리어 어떻게든 믿지 않겠다는 쪽에 가까웠다. - P123

서른은 나이가 든다는 것이 더 이상 성장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이제는 퇴화와 유지에 가까워진다. 지금까지 해 왔던 성장을 하나씩 잃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몸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라 질병의 신호일 때가 잦다. 앞으로 이제껏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질병에 노출될 것이다. 뭘 시작하기에도 마무리 짓기에 애매한 나이도 서른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는 위로가 먹히는 나이. 그런 위로로 몇년쯤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훌쩍 나이가 들어 있을 것이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때가되면 자격증에 홀로그램이 붙어 있을 것이다. 그 안에는 마흔둘이나 환갑에 어울리는 거짓말도 있겠지. - P135

"늙었다고 잘 속는 줄 아니?"
"그럼?"
"잘 속는 사람은 따로 있어."
"그게 누군데?"
"누구긴 누구야.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이지. 그런 사람들이어물쩍 거짓말에 기대는 거야." - P150

돌이켜 보면 이렇게 숨기는 건 소년의 방식이었다. 문장 사이사이를 비워 두고 그 틈에 상대방의 짐작이나 기대가 고이게끔 하는 방식. - P161

아버지는 구라를 알아차렸을 때 내가컸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진실과 거짓이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 P171

남자를 보며 사랑을 느낄 만한 구석을 찾았다. 작정하고 덤비면사람마다 어느 한구석쯤은 꼭 사랑스러운 데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것만 집요하게 보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쉬웠다. 거짓말 가이드북에선 거짓으로 사랑에 빠지는 방법을생각보다 간단하게 요약하고 있었다. 나에겐 아버지보다 거짓말을 잘 치는 사람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소년이 거짓말을못 치는 사람인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처럼. - P188

어쩌면 사랑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거짓말이 아니라 사랑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와 그녀는 답을 얻을 것이다. 끝까지 답을 얻지 못한 건 나뿐이다. 거짓말이 무너지면 마지막엔 진실이 남을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이제는 남은 것이 진실이라도 의심할 것이다.
혹시 나에게만 통하는 건 아닌지.
결국 마지막까지 아무도 믿지 못했다. 끝까지 믿는 척만 했을 뿐이다. 모두를 의심하면서 속는 척 연기하다 보면 분명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더 나아진 것도 밝혀진 것도 없다. 나는이제껏 내가 남을 속이고 있는 줄만 알았다. - P213

믿음을 깨뜨린다고 알려진 거짓말은 믿음을 바탕으로 통한다. 그녀는 별다른 대꾸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남자는 한숨 뒤에 혼잣말을 파묻었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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