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와 죽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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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찾아보게 된 건 은희경작가의 <빛의 과거>에 나왔던 구절 덕분이었다. 브론스키와 안나, 제롬과 알리사, 베르테르와 로테가 나오는 작품은 알았는데 에른스트와 엘리자베스는 어느 작품의 주인공인지 궁금해 찾아보다가 <사랑할 때와 죽을 때>라는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4개의 작품 중 3개의 작품을 보았지만 감동을 주는 작품은 딱히 없었고, 재미있는 작품이라면 방대한 분량과 비극적 결말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필력이 매력적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정도였나? <사랑할 때와 죽을 때>역시 문체가 어렵거나 내용이 전위적인 것도 아니었지만 감동이나 재미를 안겨다주는 작품은 아니어서 그런지 빠르게 읽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2차 세계대전 당시 3주간의 휴가를 얻은 독일군 에른스트가 고향에 돌아와 폭격을 맞은 자신의 고향 집을 보며 부모를 애타게 찾고, 어렸을 적 친구들의 다양한 변모를 느끼며 혼란스러워 하다가 아버지가 강제수용소에 갇혀있는 엘리자베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등의 혼동의 전쟁 시기를 묘사한 작품이다.
당시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책들 중 고전으로 살아남기 위한 조건인 유대인에 대한 원죄의식 또한 두드러지고, 전쟁의 비극적인 참상을 묘사하는 데 뛰어난 작품이다.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시대를 아우르는 인간 감정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고, 단편적이고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던 과거에 대한 기록을 보다 입체적이고 폭넓게 이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부담스러운 분량의 고전이라도 묵묵히 참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톨스토이나 헤세같이 시대가 지나도 흥미를 돋아주는 필력의 작가들의 작품이라면 좋겠지만....

음식보다 더 긴요한 것은 희망이 아니던가? 희망은 그 어떤 알 길 없는 뿌리들로부터 솟아오르지 않던가?- P143

"선생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답을 구하는 것은 결정을 회피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도 선생님께 실제로 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은 자신을 향해서 물어본 것이지요. 종종 다른사람에게 물어본다는 것은 곧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P251

무치히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걸어갔다. 죽은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 그래도 위안이 된다고 그래버는 생각했다.
자신의 불행이 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P306

그들은 계속 걸어갔다. 저녁놀은 더 짙고 더 깊어졌다. 그들의 얼굴과 손이 붉게 물들었다. 그래버는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갑자기 그들이 이전과 달라 보였다. 각자 자신의 운명을 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때는 판단을 내리고 용감해지는 것이 쉽다. 그러나 무언가를 가지게 되면 세상은 달라 보인다. 더 쉬워질 수도 더 어려워질 수도 있으며 때로는 거의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용감해지는 것은 언제든 가능했지만, 이제 그것은 다른 모습이고 전혀 다른 이름으로 나타나며 또 바로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켰다. 적의 점령지에서 정찰대에 쫓겨 아슬아슬하게 피난처로 도피했지만, 이전보다 더 안전하지도 않고 잠깐 동안만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신기해요. 그래도 봄이 온다는 게. 여긴 파괴된 거리이고 봄이 올 이유도 전혀 없어요. 그런데도 어디선가 제비꽃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 P339

그래버는 발길을 돌리며 생각했다. 나는 나를 지탱해 줄 무언가를 가지려고 했어. 하지만 그것을 가지게 되면 그것이 오히려 나를 두 곱이나 고통스럽게 한다는 점은 몰랐던 거야.- P385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면 그보다 더 나은 죽음을 맞았으리라고는 단정할 수 없는 겁니다. 점심은 들었든가요?"
"예. 정식으로, 포도주와 좋아하시는 후식도 곁들여서 말입니다. 생크림을 얹은 사과 케이크를요."
"그렇군요, 클라이네르트 부인. 그 정도면 훌륭한 죽음입니다. 나도 그런 식으로 죽고 싶어요. 그러니까 부인도 그렇게 목을 놓아 우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이른 나이라."
"언제 죽어도 이른 건 마찬가지랍니다. 일흔이 되어도 마찬가집니다. 장례식은 언제인가요?"- P419

슈타인브레너가 웃었다. 그는 남이 비웃는 것을 알아차리는 귀가 없었다. 그의 잘난 얼굴이 만족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P499

요제프가 어깨를 으쓱했다. "증오! 그런 건 사치야! 증오하면 경계심을 잃게 돼."-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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