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차가운 오늘의 젊은 작가 2
오현종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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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지 않은 입시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키고 싶지 않았는지 소설 초반에는 집중을 하지 못했다. 그냥 저냥 다른 계층의 두 어린 소년 소녀가 만나 서로의 불행을 비교하며 위로하다 계층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연애소설이구나 싶었는데...

이런 반전 통속적이지 않아 좋다.
기대감을 쪼그라들게 했다 후반부에 몰아치는 박진감이라니.

세개의 소설에서 드러나는 악과 한개의 숨어있는 악에관한 해설도 좋았다. (사실 초반에 너무 집중을 못한 탓에 그 상징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었다)

악을 없앨 방법은 악밖에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이 선과 악이라면 선은 우리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고 모든 것은 결국 악으로 귀결되니까....

잠시도 자신을 편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 인생이 과연 행복한지, 누나가 생각하는 행복이 엄마가 말하는 성공과 같은 주머니에 들어 있는지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 P109

그때의 나는 어른이 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아이였다. 어른이 된다는 게 이렇게 끔찍한일인 줄 몰랐다. 단지 달콤한 것, 부드러운 것을 알고 싶었다. 부드러운 것을 쓰다듬고, 부드러운 것을 이로 물고, 부드러운것의 속삭임을 듣고 싶었다. 부드러운 것을 아는 게 죄가 될수 있다는 진실을 몰랐다. - P160

나는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모진 운명이 사람을 모질게 변화시킨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내 운명을 더 이상 손해 보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이 되어야 했다. 쉽게 보여도 안 되고, 쉽게 당해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 P165

"이봐, 열쇠를 내가 쥐고 있잖아. 그런데도 이렇게 싸가지없이 말하면 돼, 안 돼, 엉? 아쉬운 거 없이 살아서 나오는 대로 입을 놀리나? 아쉬운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란 말이지. 그리고 뭐가 더러워? 커피 봉지가 더러워, 아니면 머리에 피도안 마른 주제에 이런 데 드나드는 놈이 더러워?"
......
이런 데나 드나드는 놈이 더러워, 라는 말에 화가 치밀었어야 옳은데, 도리어 속이 시원했다. 그말이 맞았다. 나는 더러운 놈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런 데 돈을 갖다 바치면서 쫓는 배신자는 나보다 더 더러운 년이었다.
하지만 내가 한 짓을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나는 어째서 이렇게 분하고 억울한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죄를 지었기 때문에?? - P166

저번에도 내가 말했지. 분노로 얻을 건 개똥도 없다고. - P167

"잘 지냈어?"
신혜가 반쯤 숙이고 있던 머리를 들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에게 한다는 말이, 뉴욕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침사추이로 찾아온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이 고작 이건가. 안 된다.
너는 벌을 받기보다 먼저 너의 죄를 고백하고 변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이마를 땅에 짓찧으며 잘못을 빌어야 한다. 그 전에는 벌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물론, 용서는 뒤따르지 않을 것이다. 용서는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이므로. - P171

그런데 죄인이 되는 것보다 이런 결말이내겐 더 절망스럽단 거 알아? 나는 죄인 아니라 악마도 될 수있어. - P173

"입 닥쳐! 너는 착각하고 있는 거야. 아버지를 사랑했다고?
너는 너 자신까지 완전히 속여 온 거야. 그렇게 믿지 않으면살 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믿은 것뿐이야! 견딜 수 없으니까!"
......
"내가 아니어도 그랬을 거잖아. 넌 누구라도 죽이고 싶었잖아. 그랬잖아." - P175

"그게 아니면 네가 봐야 할 지옥이 남아 있기 때문일 테고." - P177

그래, 누구나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 때문에 운다. 나를 위해 울어 주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는 없겠지. 울음소리가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지만, 참을 수 있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나만은 아니라는 위안, 그것에 기대어. - P179

"믿음이 지나치면 그것도 지옥이 되더라고."
나는 조금 더 빈정거려 주지 못해 아쉬웠다. - P180

신혜가 나를 부러워하던 그때 나는 더없이 불행했다는 걸, 그런 아침마다 나 역시 죽음을 상상했다는 걸알았더라면, 그녀는 덜 불행했을까.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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