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방문객 오늘의 젊은 작가 22
김희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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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진부한 감정표현이 많이 아쉽다.
현실성 없는 인물관계도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어 읽는 내내 실소를 터트리게 했지만, 결론적으로 모두 제정신을 차리고 ‘보통’의 단계로 가라앉은 것 같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반부부터 드러난 반전요소는 초반에 오그라드는 인물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하지만, 퀴어라는 요소가 동시대의 문학에 전혀 신선한 소재가 아니라 그런지 흥미를 돋우지는 않았나 보다. 결국 말미에 보이는 ‘손경애’의 ‘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나 감정은 클리셰도 아니고, 작가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식을 비약적으로 끼워 맞추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남자애를 향한 여자애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어떤 관계에서 싹튼 사랑이든, 사랑한 만큼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은 없었다. 계산기로 두들겨 플러스 마이너스 ‘0‘이 되는 감정의 교환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숫자 놀음은 수학에서나 가능하다는 걸 여자애는 왜 모르는 걸까. 나는 상운이를 잃고 나서야 알았다. 일방적으로 사랑하고픈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살아 숨 쉬고 싶은 이유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대상의 죽음이 곧 자기 자신의 죽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랑은 사랑하는 것으로시작되는 것이지 사랑받는 것으로 시작되는 게 아니었다. - P68

그래, 스쉬턴하이트였다. 자기가 지금 읽고 있는 독일 소설이 있다면서, 그가 그 소설에 대해 잠깐 언급한 기억이 났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두 독일 남자에관한 이야기라는 설명과 함께 그가 덧붙인 말은 이것이었다.
"인류가 생겨난 이래 우리들의 사랑은 항상 죄악시 돼 왔어..
아니, 죽음을 의미했지. 적어도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의 나는 그나마 다행인 건가?" 그때 내 대답은 이랬다. "너나 나나 스스로를 감춘 채 살아가고 있는데 현재가 무슨 의미야." 그런데 현재를 살아가는지금의 자기를 다행으로 여겼던 그가 스스로 죽음 속으로 사라져 간 것이었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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