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2
최은미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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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한 해 두 해 커갈 때마다 그맘때의 나를데려왔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땐 일곱 살의내가, 아홉 살이 되었을 땐 아홉 살의 내가 살아났다. 오랫동안 잊고 살던 기억들이, 아이를 낳지않았으면 죽을 때까지 다시 살아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기억들이 지난 10년간 놀라울 정도로생생하게 살아났다. 나는 아이를 보며 내 엄마 아빠의 결혼 생활을 보았고 엄마가 나에게 했던 분풀이와 탄식을 다시 들었다. 아이는 때때로 내 지난 시간을 들추기 위해 보내진 심판관처럼 느껴졌다. 나는 내 안에서 들끓는 욕들을 아이가 알아챌까봐 겁이 났고 내가 묻어둔 기억들이 아이에게 이식될까봐 두려웠다. 나라는 인간을 형성해온 것들을 완전히 떼어두고 아이를 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달을 때마다 벌을 받는 것 같았다. - P56

나는 정신 놓고 웃는 여자가 상당한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 P69

결혼을 하기 전에 나는 결혼을 하면 내 원가족한테서 조금이라도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를 안 보고 내 아빠의 형제들을 안 보기 위해선 결혼을 해선 안 된다는 걸 몰랐다. 나에게 남편과 아이가 생기는 순간 내 남편과 아이에겐 처갓집과 외갓집이 있는 게 정상이 되리라는 걸, 정상이 아니기 위해선 정상인 척하는 것보다 훨씬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나는 몰랐다. 결혼을하는 순간 내 원가족과 더 철저히 묶이리라는 걸몰랐다. - P90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두운 저녁이었고 집에는 나와 그 여자 둘뿐이었다. 여자는 엄마와 뭔가가 제대로 틀어졌고 지금 술을 먹었다. 여자는 엄마를 가장 고통스럽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내게 온 것이다. 나는 표정이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여자를정면으로 쳐다봤다. 딴 남자랑 그걸 섞은 내 엄마보다 엄마의 사생활을 그 딸한테 말하고 있는 당신이 더 후지다고, 그런 눈빛으로 봤다. 실제로도나는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는 기분이었다. 고작저런 여자와 십수 년 지기로 지낸 엄마의 인간관계가 한심했고 딸한테 이런 말을 듣게 하는 엄마의 처신머리가 한심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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