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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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철학을 겉으로 맴도는 주변부적인 소설인 줄 알았는데 결말에 신파적인 요소가 적절히 가미된 감동적인 서사의 드라마였다.
배경은 웅장하지만 연출과 감정선, 스토리가 잔잔한 아름다운 영화랄까.
마지막 세미의 스탠딩 코미디는 참 적절한 결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우의 무대였다면 다소 진부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뇨, 이건 일상적인 자학 같은 겁니다." - P62

그건 사고였어요. 어머니가 그런 게 아니라고요. 당신은 핑계를 대고 싶겠죠. 당신 같은 인간들은 늘 핑계를 만들기 좋아하니까. - P64

강차연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나 아버지나 캡틴 모두 새로운 일을 찾아떠난 것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을 버리기 위해서, 서로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 떠난 것이다. 남겨진 사람인 게 싫어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남겨진 사람인 게 분명해지니까, 일부러 떠난 것이다. 이일영의 실종은 폭탄이 되었고,
세 사람은 파편처럼 흩어졌다. - P156

평범한 날에는 자주 이일영을 잊었다. 죽지 않았고,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이일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거짓말인 걸 알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 P166

"전에 저한테 그러셨어요. ‘네가 지금 여기서 살고 있는 게얼마나 엄청난 우연인 줄 아니? 얼마나 희귀한 존재인 줄 아니? 너를 함부로 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셨죠. 그런 우연이 여기에서만 일어나란 법은 없잖아요. 저기에서도 일어날수 있는 거잖아요."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우연 속에 있는 거고, 일영이는 우연의 바깥에서 다시 그만큼의 확률로 우연이일어나야만 살 수 있는 거란다." - P182

"보여 주는 게 무조건 맞아. 걱정하지 마. 누군가 슬퍼할 거라는 이유 때문에 그걸 얘기하지 않으면 슬픔이 사라질 거같아? 절대 아냐. 세상에 슬픔은 늘 같은 양으로 존재해, 슬픔을 뚫고 지나가야 오히려 덜 슬플 수 있다고." - P190

"당연하지, 바보야. 당연한 거야. 그걸 이해할 수 있다고 떠드는 놈들이 사기꾼이야. 감정은 절대 전달 못 해. ‘누군가가 슬프다‘라고 얘기해도, 그게 전달되겠어? 각자 자기 방식대로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진짜 아픈 사람은 자신이 아픈 걸10퍼센트도 말 못 해. 우린 그냥……,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각자 알아서들 버티는 거야. 이해 못해 준다고 섭섭할 일도없어. 어차피 우린 그래. 어차피 우린 이해 못하니까 속이지는말아야지. 위한답시고 거짓말하는 것도 안 되고, 상처받을까봐 숨기는 것도 안 돼. 그건 다 위선이야."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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