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별 볼일 없는 작자들이 글을 쓰기 시작하는 초보적인 레파토리는 비슷할 것이다. 뭔가이슈가 되는 주제나 단어에 대한 사전적인 정의를 배껴오는 것으로 글머리를 시작한다. 주제와 유사한 과거의 사례나 신문기사를 인터넷에 검색하여 자료를 긁어 모으고 편집하여 분량을 확보한다. 논점에서 벗어난 소재라 할지라도 아주 미세한 정도의 교집합이 존재하면 주제와 개연성을 무시하고 일단 가져와서 억지스럽게 끼워 맞춘다. 분량은 어마어마한 수치의 폭격으로 채울 수 있다. 통계적인 수치를 디자이너의 능력을 빌려 그래프로 나타내고한 자 한 자 읊어대기까지 하면 피상적이고 보나 마나 한 책을 완성할 수 있다.
점점 분량이 늘어나면 흡족해지지만 정작 이야기의 중간을 넘어가 자신이 써야 하는 주제에 대해 제대로 된 안목을 가지고 새로운 해석을 내놓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사실 시작부터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체적인 과거 사례와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왔지만,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문장으로 결론에 이르려 애쓰거나 앞으로 생각해 볼 문제라며 미래 독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도 한다. 할 수 있는건 결국 디자인과 편집에 공을 들여 표지를 예쁘게 뽑아내는 것이지만 이건 저자의 능력을 가늠하는 분야는 아니다.


그냥 공짜로, 전자책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도정도로 괜찮다.

미국 의학협회는 의료 종사자들의 악수를 금기한 바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의 통계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한 환자100명 중 4명 정도가 의료 종사자의 손을 통해 옮겨진 세균에 감염되는데, 이로 인한 사망자만 연간 7만 5000명이었다. 병원의환자와 의료 종사자가 인사한다고 악수하다가 죽는 사람이 매년 7만 5000명이라는 건, 병원 외에 일상에서 악수하다가 손을 통해옮겨진 세균에 감염되어 병에 걸리거나 죽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매년 10만여 명이 악수 잘못해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셈이다.
이건 미국만의 숫자니까, 전 세계로 확장시키면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악수 때문에 죽는 것이다.

1979년 동독 수립 30주년 행사에서 소련 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와 동독 공산당 서기장 호네커의 형제 키스 장면은 역사적장면 중 하나다. 1989년 동독 수립 40주년 행사에선 고르바초프가 호네커와 형제 키스를 나눴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건재했던1960년대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의 냉전시대 때 사회주의 국가 정상들끼리 나눈 사회주의 형제 키스나 포옹 사진이 꽤 남아 있는데, 이것이 광고에 패러디되어 쓰이기도 했다.

우린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초연결 시대에 단절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사람과의 연결에서 오는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 감정 소모, 피로에 대한 거부다. 하루종일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도,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다.

불편한 소통 대신 편한 단절

이제는 더이상 사람이 사람을 직접 보며 감시하고 관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기술적 진화와 산업적 진화 때문이다.
우리의 사무실 공간이나 일하는 방식은 우리가 임의로 정한 게 아니다. 기술적·산업적 진화에 사회적 진화가 더해져서 만들어진 산물이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기계공학자이자 산업공학자엔지니어 프레드릭 테일러 Frederick Winslow Taylor, 18:56~1915는 ‘과학적 관리법 Scientifie Management‘을 창안해 공장 개혁과 경영 합리화에 큰 기여를 했다. 그에 의해 완성된 테일러리즘 Taylorism(1904)은 사무실 공간 설계를 할 때, 업무의 효율적진행과 함께 쉬운 감시 감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탁 트인 넓은 공간에 책상들이 직급별로 일렬로 배치된다. 동일공간 내에서 가장 많은 책상을 밀집시켜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초기 사무실은 대부분 이런 형태였다.

코로나19는 누굴 만나고, 어떤 모임에 나가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 평판 관리와 투명성에 대한 자각에 좀더 눈뜨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낯선 상대의 호의나 오지랖에 대해 더 경계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의 행동에서도 남들이 알았을 때 문제가 될 것에 대해 더 조심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흥업소에서 접대받고, 뇌물 주고받고, 짬짜미로 계약하는 것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관성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이것이 문제라는 자각이 부족했던 이들도 생각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접대 없이는 비즈니스가 안 된다는 한국적 마인드를 깨는 데 사회적 투명성과 함께 언컨택트 트렌드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직접 대면하면서 몰래 하던 것과 달리, 언컨택트의 방식으로 하게 되면 근거가 다 남는다. 가장 대표적인 언컨택트가 캐시리스 다.

여전히 이런 구조를 유지하는 업종들도 있다. 사실 사람들이 앉아 있을 때 그들을 감시 감독하고 제어하는 것이 훨씬 쉽다. 사무실 내의 모든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쉽다. 현대적 사무실의 책상과 의자 배치는 이런 의도가 담긴 채 만들어졌고, 이 방식은 전 세계 기업의 사무실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후 1960년대 독일식 사무 공간‘이라는 뜻의 뷔로란트샤프트 Bitrolandschetit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유행했는데, 파티션도 일부 도입되고 프라이버시 보호에도 신경 쓰는 등 테일러리즘의관료적이고 감시 감독하는 환경에서 조금 벗어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1980년대 들어 개방된 공간에서 벗어나 파티션도 많아지고, 아예 독립적인 칸막이로 나눠진 구조가 확산되었다. 1990년대 들어 컴퓨터가 사무실 책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사무 공간 구조도 변화하게 되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개성적이고 독특한 사무 공간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더 보편화되면서, 매일 출근하는 게 아니다 보니 상시적 자기 책상이 있는 사무 공간에서공용으로 쓰는 사무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대학들은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넓은 캠퍼스와 수많은 건물을 지으며 부동산 가치를 자산으로 삼고, 스포츠팀을 운영하며, 수익사업과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대학이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건지, 대학의 비즈니스를 위해 학생들이 존재하는 건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대학의 중심이 교육이 되기 위해선 오히려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모델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미네르바 프로젝트 Minerve Project의 설립자이자 CEO인 벤 넬슨 Ben Neson이 미네르바 스쿨을 만들기 위해 가졌던 문제의식이라고 밝힌 내용들이다.

비대면 주문 자체가 핵심이 아니다. 비대면이라는 것은 사람은 빠지지만 그 자리에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가 들어간다는 것을의미한다. 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야 경쟁력을 가지는 시대에선 중요한 자원이 된다.

중요한 건 이들 모두 AI 스피커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개인화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결국 이들의광고 수익은 우리의 사생활이자 개인정보를 활용해 얻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로 인해 벌었지만 우리에게 나눠주진 않는다. 엄밀히 말해 여기서 우린 데이터 노동을 했다. 우리가 뭘 샀는지, 뭘 봤는지, 뭘 좋아하는지, 뭘 관심 있어 하는지등 데이터의 흔적을 남겼고, 그 과정에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그래서 이런 데이터 노동에 대해 수혜를 본 기업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된다.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데이터 노동의 가치를 더 인정해줘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지만, 기업으로선 이런주장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 기존에 공짜로 활용하던 우리의 사생활과 데이터 노동에 돈을 지불하기 시작하는 건 그들로선 끝까지저항해서라도 버틸 이슈이기 때문이다. 이건 기업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와 공동체의 문제다.

사회 양극화, 경제 양극화는 단지 부자와 서민의 차이가 커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회 불평등의 심화를 얘기하고, 중간계층이 사라지는 것을 얘기한다. SF영화에서 다룬 미래 사회의 모습에서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만든 사회적 신분에 따른 거주 지역의 분리다.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계층은 대부분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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