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대체로 자기 자신을 기만하는 사람이 많다. 일반적으로 그러한 사람은 자기의 그런 엉뚱한 마음을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뿐이다. 특히 그러한 사람이 대다수의 의견에 반대되는 행동을 기꺼이 하려고 하는 것은 그가 이웃의 찬성에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상의 인습을 타파하는 것이 곧 그 자신의 인습이 될 때, 세상의 이목(耳目)에 인습을 타파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쯤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경우 그러한 행위는 터무니없을 정도의 자존심을 부여해준다. 따라서 위험이라는 불편을 의식하지 않고서도 용기라는 자기 만족을얻게 된다. 타인의 칭찬을 얻고자 하는 욕망은 아마 문명인의 가장뿌리 깊은 본능일 것이다. 때문에 격분한 사회의 도덕적 화살이나 공격에 자신을 노출시킬 만큼 대담하게 인습을 타파하려는 사람일수록사실은 체면이라는 껍질을 쓰기 위해 가장 먼저 서두를 것이다. 그러므로 세간(世間)의 평판에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고 큰소리치는 인간일수록 나는 그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허세에 불과하다. 그들이 자기들의 조그만 실수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비난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다만 아무도 그들의실수를 모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 P83

"여자들 마음이란 딱하기 그지없군! 사랑, 언제나 사랑뿐이야, 왜남자가 떠나면 다른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하지. 당신은 내가 한 여자를 위해 바쳐온 일을 다른 여인을 위해 또 다시 재현할 만큼 어리석은 인간으로 보이나?" - P72

맥앤드루 부인은 남자들이란 언제나 자기에게 애정을 품고 대하는 여자를 버리는 잔인한 습성이 있는데, 그러한 처지에서 남자가 여자를 버렸다면 그 점에 대한 책임은 여자 쪽에 있다는, 여성들의 공통적인 견해를 공유하고 있었다(감정은 이성과도 관계 없는 특별한동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 P91

고생이 사람의 인격을 고상하게 만들어준다는 말은 결코 진실이 아니다. 행복이 그렇게 만들 가능성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고생은 흔히 사람을 옹졸하고 표독스럽게 만든다. - P100

남편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은 남편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세상 사람들의 험담을 두려워하기 때문인지 나로서는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러자 그 부인의 비통한 가슴속에 들끓고 있는 버림받은 사랑에 대한 고뇌는 상처받은 허영심으로부터 오는 고통—— 내마음에 천한 것으로 느껴지는——과 뒤섞인 게 아닌가 하는 의혹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나는 아직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성실성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위선이 들어 있고, 고상함 속에 얼마나많은 비열함이, 그리고 패륜(悖倫) 속에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내재해 있는지 나는 아직 알지 못했던 것이다. - P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