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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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에서는 담담하게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는 문체가 좋았다. 누군가는 문학성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사실을 그대로 서술하는 문체가 현실의 문제의식을 드러내주기에 더 적합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받아들이기도 좋았다. 다만, 사하맨션같은 판타지를 설계했으면 이런 환상을 독자들에게 흡입시키기 위한 다른 작법, 좀 더 섬세하고 디테일한 서술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냥, 재미가 없었다. 새로운 세계관에 다양한 등장인물에 숨은 과거들까지 서사가 어마어마 한데 몰입감도 없고 감동도 없고 담담하기 보다는 건조하다.

돌아보니 이제껏 이익이 큰 쪽을 선택해 본 적이 없다. 늘 잃게 되는 것을 떠올린 후그나마 덜 잃는 쪽을 선택했다. 모두 스스로의 선택이었으므로 그 결과를 온전히 책임져야 했다. - P101

적지 않은 목격담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수와 도경을평범한 연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언보다 상식이더 설득력 있었기 때문이다. - P200

"차마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쁘지 않아.
어떻게든 둘러대는 사람들이 주로 나쁘지." - P240

그러니까 우미에게 질병은 신체에 드러나는 여러 증상이나 징후들을 종합해 판단하는 결과물이 아니었다. 당연하게 주어진 운명 같았다. 통증과 불편을 느끼기 때문에 건강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검진과 치료를 받는다. 인과관계는 후자쪽에만 존재했다. - P273

우미의 가슴속에는 분노로 키운 맹수 한 마리가 있다. 언제든 표적이 나타나면 급소에 송곳니를 박아 넣고 단박에 숨을 끊을 수 있도록 거칠게 단련시켰다. 발톱은 금세 날카로워졌고 가두어 놓기 어려울 정도로 공격성이 자랐다. 안에서 종종 우미를 할퀴기도 했다. 그런데지금, 그 사납던 짐승이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린다. 우미는 맹수를 키운 힘이 분노가 아니라 외로움이었다는것을 알았다. - P278

당신을 보기 전에는, 막연한 책임감? 죄책감? 그런데 지금은 나도 같아요. 당신이 안쓰러워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마음이 사람을 움직이죠. 신념은, 그 자체로는 힘이 없더라고요.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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