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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단편 중 가장 미래 인공지능과 함께할 사회에 대한 충격적이면서 고무적인 에피소드는 ‘사랑의 문제’였다. 인공지능과 연관된 살인사건에서 인간의 소송의 상대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개발한 기업이 된다는 점, 그러한 대립 구도는 결국엔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계란으로 바위치는 겪이 돌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감정적이지 않고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는 전제로 인공지능이 배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설정도 인상적이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침투해왔을 때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예견, 흔히들 강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해오는 전투적이고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지만, 일각에서는 약한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보다 인공지능과의 유대를 선호하고 인간성을 상실하게 되는 미래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하오징팡의 책에서는 이보다 한발 더 앞서나가 약한 인공지능에 의해서도 불완전성이라는 이유로 인간이 주체성과 주도권을 상실하게되어 권력구조가 전복되어 버리는 미래를 예견하고 있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소송, 다수의 인공지능 배심원들에 의해 인간에게 불리하게 된 판결, 그 뒤에 숨은 기업과 자본의 힘에서 인간 개인이 잃지 말아야 할 정치적인 자세와 안목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출현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인공지능이 우리를 파멸시키기보다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상황이다. - P7
"회장님은 정말로 저희의 ‘분신‘ 상품을 한번 써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회의 여덟 개도 거뜬히 참여할 수 있다니까요." "하하." 장진타오는 살짝 웃었다. 런이의 너스레를 받아주는 건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글쎄요. 이야기대로라면, 우리가 한 세트를 사면 다음번에 만날 때 당신을 대하는 건 당신의 상품이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 P10
쑤쑤가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건단순히 돈 때문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자신이 의지할 만한 버팀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 P12
하지만 면접은 순탄치 않았다. 쑤쑤는 이제 막 졸업한 대학생이 아니다. 그들처럼 취업의 관문을훌쩍 통과하는 우월한 신분도 아닐뿐더러 그들처럼 기회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걸 만큼 열정적이지도 못하다. 면접관의 비위를 맞추려 마음에도없는 말을 할 리가 없고, 일해본 경험도 있고 창업을 지켜본 바도 있어 소위 말하는 자기 성격이라는 게 있다. 면접관이라면 하나같이 "전 정말이지이 일을 좋아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지만, 쑤쑤는 사실 그대로 "이런저런 쪽으로 이력서를냈어요"라고 말해 있는 대로 눈총을 받곤 했다. - P12
"난 단지 그게 정말로 두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들어. 유전자와 기억은 똑같고 단순히 신체만 바뀌었을 뿐이야. 그러면 같은 사람으로 봐야 하지않을까?" - P28
"그것 역시 그렇지 않아. 대뇌 역시 날마다 변하고 있지. 비록 기억은 연속적이지만, 인간의 생각은 전부 변한 것이지. 대뇌 역시 변한다고 할 수있어." - P29
"그렇다면 사람한테서는 대체 뭐가 안 변할까요?" 가짜 어머니가 말했다. "만약 구체적인 원소나 사상이...... 그러면 아무것도 아니겠지. 하지만 이런 문제에 너무 천착할필요는 없어. 천착해봤자 답이 없을 테니까. 변하는 건 부분이고 변하지 않는 건 총체야. 넌 언제나여전히 너야." - P29
첸루이는 죽음을 앞둔 날들 속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자신의 생명이 다 되어간다는 사실을 알고스스로 가족 안에 차지했던 자신의 자리를 신인에게 내주길 원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출렁이는 연연함일 것이다. 자신과 아버지를 향한 버리지 못한 애착이자 자신과 아버지에 대한 위로 일것이다. - P33
"맞습니다. 나는 인간을 통제합니다." "당신이 인간을 통제하는 목적이 뭡니까? 당신을 섬기라고? 왜 인류를 죽이지 않죠? 당신이라면 식은 죽 먹기일 텐데." "내가 왜 인류를 죽여야 합니까? 인류는 내 데이터의 출처인데, 데이터는 나의 토양입니다. 누가자신이 사는 집을 허니까? 그리고 모든 인간을죽이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들겠습니까? 인간은 대자연이 수억 년 동안 진화해온 결과물입니다. 많은 부분에서 완벽에 가까운 능력을 갖추었습니다. 이미지 식별, 신체의 움직임과 유연성에 대한 통제, 상황에 대한 판단과 반응 등 여러부분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습니다. 인간의 신체기능을 갖춘 로봇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아십니까? 인간은 그저 음식만 조금 먹으면 되는데 말이죠. - P86
나는 나의 냉담을 인정하지만 당신은 인정하지않을 뿐입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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