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이라는 곳에서 예술서적 발간지원사업을통해 책을 낸게 이정도라니 서울의 건축관련 서적의 현실이 안타까울따름.
전반부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보편적으로 정신못차리고 사는 서울의 아류들을 수집해 놓은 인터뷰로, 후반부는 잉여로운 동네탐방을하며 현실부정 자기부정이 가득한 에세이 정도로 정리하면 되려나. 두껍지도 않고 그림도 많은 책이 이렇게 지루할 수가 라는 느낌이 드는건 공감을 염두하지 않는 글쓰기와 냉철하게 보이려고만 하고 발전적인 비판은 부재해서 오는 밑도 끝도 없는 부정적 인식때문인가.
힘든 독서였다.

직선의 규칙은 어수선한 배관만 가리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까지도 통제한다. 인천공항의청소부들은 쉴 곳이 없어 화장실에서 간식을 먹고, ‘높은분이 나타나면 화분 뒤에라도 숨으라는 지침을 받는다. 극단적인 예, 일반적이지 않은 사건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보여주기 위한 껍질과 삶을 위해 작동되어야 하는 것들 사이의두터운 경계는 도시의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다. 인권보다는브랜드 이미지가 더 중요한 대기업의 상업 공간뿐 아니라집값 떨어진다고 발코니에 이불을 널지 말라는 안내문이붙는 아파트 단지까지… 질서와 통제를 내세우는 이들은 자연스러움을 혼란이라 이해한다. (184p)

아름답게 꾸민다는 뜻의 ‘장식‘이라는 말은 본래 중국어에서‘정돈’의 의미로 유래되었다.(228p)

요즘엔 디자이너와 일반인(?)의 경계를 잘 모르겠다.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은 특이하지만 기능성이 떨어지는 뭔가를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기 때문이다. 돈 들이고 시간 들인것이 무색할 정도로 전시용에 그치거나, 단지 디자이너의작품이라는 것 하나로 불편함은 눈감아주는 경우들. 그런 것에이러쿵저러쿵 과도하게 의미 부여하는 것도 질린다. 그래서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솔직한 모습에 더 끌리는것인지도 모른다. 코앞에 닥친 생계를 위한, 즐기기 위한, 혹은 둘 다를 위한 삶의 면면에서 배울 것들이 많다. 기름기 없는생생한 장면들에서.(249p)

내가 사진으로 채집한 것들을 보고 추하다고 말하는 지인들도 있지만, 미추를 판단하기 전에 존재하는 것을 보는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몇몇 풍경에선 고운 피부로 가려진 끈적한 내장을 보는 느낌을 떨치기 힘든 게 사실이다.(281p)

"저긴 걍 돈이 없고, 거긴 술 땜에 돈이 없고, 너님은 집사느라 돈이 없고, 모 교수는 자식 유학 보내느라 돈이 없고, 저 사장은 요트 사느라 돈이 없고, 모 회장은 개인 리조트만드느라 돈이 없고… 다 돈은 모자라."(296p)

자연생태계의 종 다양성에 관해 이야기하듯이 도시에서도 삶의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308p)

비공식 건축은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변화한다.
제도적이고 체계적인 건축으로는 일일이 충족되지 않는세부적인 요건들이 발생할 때, 그때그때 해결하는 방식이 좀더 예민하고 대응도 빠르다. 아파트나 쇼핑센터는 어딜 가나다 비슷하지만 비닐 장판이 덮인 평상과 포장마차, 오래된건물은 지역마다 다르다. 그런 것에서 그 지역의 느낌을 알 수있다. 비공식 건축은 지역의 성격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이자, 효율을 위해 균질화하려는 도시의 관성에 저항하는 장치다.(300p)

내 건물도 아닌데 왜 내가 창피할까? "허영심과 빈약한 현실 사이에서 태어난 건물들. 원대한 허영심은 있는데 실력과 돈이 없으니 허접한 것이 나온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감당할수 없는 허영심과 빈약한 현실이 동시에 들켜버린 형국.(3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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