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무 웃기다.....ㅠ

전립선염의 통증은 차라리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남성성을 상실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쓸데없는 능력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쓸데없는 것과 쓸 수 없는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작다는 것만으로도 암울했던 20대 중반의 암흑기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35p)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이 부장은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 존재였는지 깨달았다. 알고 있다고 믿었던 많은 것들에 대해 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의미 없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이 사실은 다채로운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 부장은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이를테면 그날 이전까지 이 부장은 자신이 오르가슴을 경험해 보았으며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었다.(65p)

"그렇기에 위대한 겁니다. 인간 존재의 본질은 애를 낳는 기계도, 어떤 생산을 위한 도구도 아닙니다. 그 자체로 자유로운 존재이자 고귀한 존재죠. 그런데, 인간은 스스로를 수단화 하고 있습니다. 목적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리며, 목표를 위해 자신을 버립니다. 즉, 어떤 기능으로 스스로를 한정하고 소외 시키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떻습니까? 아네로스를 사용하는일은 그 누구를 위한 일도 아닌 완벽히 여러분 자신을 위한르러니다. 이것이야말로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자족적인 행복추구이자 완전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정인 것입니다"(68p)

이 부장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본인이 경험하지 못했다면도저히 믿지 못할 이야기였다. 만약 그날 이전의 이 부장을데려와 똑같은 강연을 듣게 했다면 이 부장은 코웃음 쳤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웃을 수 없었다. 저 앞에 앉아 있는 수상하게 생긴 수염은 이 부장의 경험이 수상한 것이 아니라며, 자연스러운 경험이라 이야기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부장이 느꼈던 감각에 대해 고유명사가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 새로운 세계는 이 부장만이 느낀 세계가 아닌 인식 가능한 세계였다. 바꿔 말하자면, 이 세계에서도 자신이따를 룰을 찾을 수 있고, 목표를 만들어 잘해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불안이 사라졌다. 불안이 물라무시기 차크라의 감정이라 했으니 그동안 느끼던 불안조차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리라. 어쩌면 처음 수염이말했던 것처럼 이 모든 것은 이 부장이 이해할 수 없는 우주적인 거대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필연일지도 몰랐다.(83p)

"근대란 말이야, 대단한 게 아니라 딱 두 가지가 발전한 거라고, 개인의 자유를 인정해 준 것과 개인의 욕망을 긍정해주는 거. 그게 전부야."(118p)

물론, 그가 없어도 회사는 돌아갔고, 일은 굴러갔다. 하지만 부장 정도가 되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것이 정말 두려운 일이라는걸, 자신이 없어도 회사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을 인정하면 그동안의 헌신이 다 무엇이었나 싶었다. 그러나 이런 허무함도 그의 부하 직원들이 이 부장 역시 대체 가능한 무언가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회사 내 이 부장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물색모르는 사람들은 엉망인 이 부장의 얼굴을 보며 애사심을 칭찬했고, 사정 뻔히 아는 사람들은 복잡한 마음으로 혀를 찼다. 그렇게, 늘 먹는 한 보따리의 약에 진통제를 더해 이 부장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126p)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 안정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태한 노력 위에 서 있는지를, 그리고 남편이 얼마나주눅 든 채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아갈수록 실망스러운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남편을 미워할 수 없었다. 겉보기엔 멀쩡한 안정을 위해 남편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으 니까. 다만 계속 그렇게 지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이에게온 정성을 다했던 것이다. 아이에 대한 사랑만이 이 가족을 묶어 주는 전부였으니까. (162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