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중국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중국문학을 읽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고 했는데 사실 더 정확한 표현은 내가 읽은 중국문학이 중국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평가받고 있는가를 아는 것일 듯하다.
라오서의 ‘낙타 샹즈’나 ‘찻집’을 아주 재밌게 읽었다. 중국문학에 입문하게 된 책이었고 그 이후로도 중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칫 주변에서 중국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은 줄 알기도 한다.
라오서는 말년에 홍위병들의 구타로 인해 죽음을 맞게 된 비참한 작가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낙타샹즈를 기념하는 지하철역이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예전에는 ‘낙타샹즈’같은 작품을 비롯해 ‘찻집’같은 공산당 친화적인 작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적인 사상으로 홍위병들에게 구타를 당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낙타샹즈’라는 작품 안에서 무엇이 공산당을 불편하게 했는지를 찾아내기는 거의 불가사의에 가까웠다. 공산당의 검열에 의해 삭제되거나 대거 수정되었다던 부분을 찾아봐도, 근대적이고 민주적인 사고를가진 우리에게는 상당히 난해한 문제였는데 이번 ‘마씨부자’를 읽으면서 그 불가사의가 어느 정도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라오서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워낙 초기작이다 보니) 특유의 해학적이거나 휴머니즘적인 요소로 독자를 작품에 빠지게 하는 점은 부족했던 것 같다. 사실 라오서의 작품이라 기대하고 보면 재미는 없다. 다만 라오서가 영국에서 느꼈던 이민자의 고난이 중국이 영국과 대비되어 국력의 취약함이 두드러지는 점이 공산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으리라는 짐작이 가능하게 한다. 덕분에 라오서의 일대기에서 의문이 되었던 부분이 풀리는 명쾌함이 있었다. 뒷부분 해설에서도 얘기한 계몽사상은 사실 영국의 선진 문명과 비교되어 요구된다는 점이 충분히 문제가 되었을테니.

국내에 존재하는 라오서의 번역작품을 모두 읽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그리고 주변의 오해를 사실로 입증하기 위한 중국문학의 조예를 조금 더 깊이 파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만족한다.

닭장수가 닭을 사랑해서 닭을 기르는 것이 아닌것처럼, 영국인이 중국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 역시 중국인을 사랑해서가 아니었다.(24p)

사랑의 달콤함은 아무도 모르게 음미해야 하듯, 마음에 걸리는 경제문제 역시 달콤한 사랑으로 포장해야 했다.(43p)

고민은 인간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미천한 것이다. 처음 생각은이치에 맞는 듯해도 한번 더 생각해보면 별로다. 세번 생각해보면정말 바보스럽다. 생각할수록 애매모호해진다. 그래서 이전에 생각한 것은 전혀 쓸모없어진다. (62p)

풍속이죠. 풍속은 옳고 그름의 이유가 없습니다. 그 사람들처럼 하지 않으면 야만인이 되는거죠. 게다가 그들은 본래부터 우리 중국인을 무시합니다! (95p)

영국인의 독립정신에 기초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은 각기 생각이 달랐다. 둘 다 한발도 양보하지 않으니 의논을 할수록 견해 차이는 심해졌다.(107p)

웬델 부인은 중국인을 싫어했지만, 천성적으로 남들 하는 대로따르는 걸 더 싫어했다. 다른 사람이 붉은 장미가 가장 향기롭다고 하면, 그녀는 흰 장미의 향기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아니면 적어도 분홍 장미가 가장 향기롭다고 말했다. 사실 붉은 장미가 분홍장미보다 향기롭다는 것은 그녀도 이미 알고 있지만 말이다.(108p)

웬델 부인은 조금 별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을 일부러 좋아했다.(144p)

체통!
우스운 것은 중국인이 ‘체통을 중시하는 것‘이 ‘수치를 모르는 것‘과 함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에 있을 때였다. 마쩌런은 체통 없이 1위안을 빌려 친척집에 가 잔칫술을 마셨다. 체통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장 원수가 일본에서 구원병을 데려와 주 원수와 전쟁을 벌인 것도 체통 때문이었다. 리 부사장이 나쁜 놈이라는알고도 왕 회장이 그를 면직시키지 않은 것 역시 체통 때문이었다. 중국인의 일상사는 모두 ‘체통’ 밑에 엎드려 있다. 체통이 살면 괜찮다. 사실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187p)

하지만 지금 중국인을 대표하는 마쩌런은 흐리멍덩한 가운데 타고난 심미안만 조금 갖추었을 뿐, 상식이 부족했다. 애석하게도 마쩌런은 귀국하려고만 할 뿐, 국가가 무엇인지 몰랐다. 안타깝게도 마써런은 관리가 될 생각뿐, 관리의 책임은 몰랐다. 아쉽게도 마쩌런는 아들을 사랑했지만,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는 몰랐다. 아쉽게도…(223p)

"저도 알고 있습니다!" 마웨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리쯔롱을 흘겨봤다.
"그녀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왜 헛수고를 하려고 합니까!"
"안다고요!"
"그럼 한가지 묻죠! 당신이 무얼 아는데요?"(254p)

장위안러우의 판 사장은 붙임성이 좋았다. 태어나서 한번도 잠에서 깬 적이 없는 것 같은 작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다녔는데, 그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걸려 있었다.(2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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