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주변의 친구들에 대한 오래전 잃어버렸던 감정들을 복귀시키는 시간이었다. 조부모 밑에서 자란 작가의 성장배경과 비슷한 나도 책을 보면서 계속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그런 듯, 일상적이고 담담한 문체에서도 꽤 심한 감정이 복받쳐 오르기도 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이별도 아닌 어른들의 자연스러운 멀어짐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일상적으로 생겨나는 오해,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인한 상처들이 우리를 누군가로부터 점점 멀어지게하는 상황들을 그리면서도 누군가를 너무 미워하지않고 무정함으로 버티려는 우리들의 일상을 상기시켜주었다.

당시의 나는 쇼코가 너무 쉬운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했 다. 스물세 살에 벌써 직업을 정하고 태어난 소읍에서 떠나지 못한다는 건 형편없는 선택이라고.
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비겁하게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그런 이상한 오만으로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 어버렸지만. 그때는 나의 삶이 속물적이고 답답한 쇼코의 삶과는 전 혀 다른, 자유롭고 하루하루가 생생한 삶이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31p)

할머니는 일생 동안 인색하고 무정한 사람이었고, 그런 태도로 답답한 인생을 버텨냈다. 엄마는 그런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태도를 경멸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 무정함을 조금은 이해할수 있었다. 상대의 고통을 같이 나눠 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부분 같이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택하는것이 나았다. 그게 할머니의 방식이었다.(105p)

시간은 지나고 사람들은 떠나고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억은 현재를 부식시키고 마음을 지치게 해 우리를 늙고 병들게 한다.(165p)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 고통에 대해 시위하고 싶지 않았다.(168p)

신경석씨, 민주주의 사랑한다고하셨어요? 이 작은 집단에서도 자기보다 약한 사람 위에 서야 후련한 사람이 무슨 민주주의 운운이에요. 당신 같은 사람은 차라리 독채가 편할 거야. 인간이 평등하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잖아요,솔직히. (198p)

"김연숙씨나 잘하세요. 여자인 게 그렇게 부끄럽고 괴로운 일이었 어요? 여자들은 감정적이고, 분란 일으키고, 이기적이어서 조직 배반하기 쉽고, 여자의 적은 여자고, 그런 자기부정이 김연숙씨가 말하는건강함이었습니까? 여자 후배들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아세요." (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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