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회사다니면서 쓴 소설이라니, 선입견이 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문장이 조금 거슬리면 나도 직장인인데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지 않겠어 같은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인지 착각인지도 모를, 부러움과 시기와 질투가 섞인 감정까지 들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을 꼭 보고 싶었다. 어느 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뻤다. 왠지 박상영작가가 성공하는 모습에 내가 뿌듯하듯이, 그냥 그런 직장인이 뻔한 직장인의 감정을 글로 담아주고 베스트 셀러로 올라가는 것이 기뻤다.
누구나 다 이러고 살지만 나 만큼은 그러고 살지 않는다는 믿음에 내가 아닌 누군가의 그런 삶을 들여다 보며 비웃는 느낌.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남의 배아픈 성공을 인정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처럼.
(감상을 쓰기엔 너무 어려운 젠더 감수성은 생략해야겠다.)

물론 휴대폰으로 듣는 일이 더 많았지만 그럴 때에도 장우는 무조건 앨범 전체를 다운받아들었다. 그게 음악을 만든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디지털싱글은 책을 원하는 장만 찢어서 가지는 것처럼 이상하게 여겨졌다.(110p)

그녀가 나쁜 의도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 세대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가치일 테니까.(142p)

여자는 이 무난하다‘는 평균의 가치가 역설적으로 얼마나 희소한 것인지를 해가 지날수록 체감하고 있었다. (171p)

나에겐 고심 끝의 결정이자 엄청난 도전이고 인생의 특별한 이벤트였는데, 다 준비하고 나서 보니 결국 남들이 한번씩 해보는 걸 나도 똑같이 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게, 유행의 일부일 뿐이라는 게, 그저 준비운동을 마친 것일 뿐이라는게,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졌다.(193p)

연봉계약서에 서명하던 그 순간, 씁쓸한 감정이 들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나는 정말이지, 진심으로, 기뻤다. 방송국이고피디고 뭐고 지긋지긋했다. 대신 4대 보험이 어쩌고 하는 말들과상여금, 특근수당, 연차와 실비보험 같은 단어들이 그렇게나 따뜻하고 푹신하게 느껴질 수 없었다. 수습 기간이 끝나고 정직원이 되면서 회사에서 가족 의료비도 지원해주었다. 아빠는 그 돈으로 수술할 수 있었다.(2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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