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의 최근 단편집을 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라 그런지, 작가의 초기작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것 같다. 가족과 20대 여성의 삶이 대부분의 주제라는 점이라서.
작가의 가족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구지 알아봐야할 것 까지도 없다. 중요한 건 역시나 김애란 작가의 글을 통해 투영해 낸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봐야 하니까.
아버지란 애증의 관계를 지나 증오만 남아버린 나같은 입장에서는 작가가 그리는 아버지의 모습에 큰 흥미가 가진 않았다. 몇 몇 화자들이 느끼는 좋지 않은 감정에 공감하는 정도랄까. 무정하고 무책임한 아버지라는 작자들도 따스하게 감싸 안는 화자들이나, 애타게 그리워 하며 아버지를 찾아헤메는 화자들이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지나치게 혐오스럽지도, 매정하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은 멀어지면 잊혀지기 마련이지만 가족들은 멀어질수록 더 잊혀지지 않는 습성이라고 이해해야 하나. 어쩌면 타인이 보기엔 참으로 애석하다 싶을 정도로 감정이 단련이 되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는 한 인간일 뿐인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와 역할을 추궁해 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답이 없는 그들의 표본을 무엇이라 생각(착각)하고 나는 아버지들을, 부모들을 그렇게 비판하려고 했던 것일까. 자식들도 하나의 인간일 뿐이고, 부모들도 그저 하나의 인간일 뿐이다.

예의바름, 그것은 태어나내가 세상에 대해 느낀 최초의 불쾌(不快)였다. (9p)

만일 어머니가 아버지를 오늘까지만 기다리겠다고 마 음먹었다면, 아버지는 항상 그 다음날 오는 사람이었다. (11p)

대수롭지 않은 일 같지만, 도시락을 혼자 먹 어본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곤혹스러운 일인지 알 것이다. 그것의 고통은 내가 혼자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혼자인 것을 모두가 보고 있다는 데 있다. 나는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132p)

나는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늘 그 자리에 있었고, 그래서 의심받지 않았다. 물론 나는나의 이력이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단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대단하지 않다는소리를 듣는 것은, 대단한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왠지 더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148p)

내 꿈은 훌륭한 사람이 되는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보통 사람이되기 위해서는 남보다 두배는 더 노력해야 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몰랐지만 말이다.(148p)

안녕하세요. 가늠할 수 없는 안부들을 여쭙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안녕 하고 물으면, 안녕 하고 대답하는 인사 뒤의 소소한 걱정들과 다시 안녕 하고 돌아선 뒤 묻지 못하는 안부 너머에 있는 안부들까지 모두, 안녕하시길 바랍니다.(180p)

하지만 그는 한자나 영어를 읽을 줄 몰랐고, 그가 읽는 신문은 대부분 구멍투성이였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면에선 다행이었다. 그는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속지 않을 수 있었다.(199p)

—그리하여 절실함은 내게 언제나 이상한 수치(羞恥)를 주 었다.(2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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