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죽음
에밀 졸라 지음, 이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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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꽤 오래전 출간한 책인데 한국에는 번역이 뒤늦게 된 것 같다. 이제서야 번역이 되어 소개되었지만 오래된 책임에도 현대적인 감각과 유머러스한 위트가 돋보인다. 아니, 사실 이건 거의 코미디에 가깝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이란 건 인간 영혼의 순수함을 뒤집어 씌운 금전거래였다. 이런 안타까운 사회 현실에 통곡하지 않고 조소를 날려보내는 자세가 유쾌하고 재밌었으나, 그래서 나는 결혼을, 나아가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고 살아가야 할지는 더 막막해 졌다. 지금도 순수함 보다는 반사적인 이해관계를 더 따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선뜻 반성하며 성찰의 시간을 갖아야 겠다는 결심이 서는 것도 아니다.
에밀 졸라처럼, 이상과 괴리된 현실을 유쾌하게 조소하며 살아가고 싶다 정도....?

최근에 인간이 아직 아이를 생산하는 기계는 발명하지 못했다는, 어느 산업가의 투덜거림을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을대신해 밀을 쌓는 기계, 천을 짜는 기계 등 다양한 노동을 할 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 이 대단한 세기에 가담하는 대단한노동자들을 대신해 사랑까지 해줄 기계가 탄생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인간은 그들이보유한 다양한 관심사를 통해 바라봐야 한다. 이 시대의 인간은 자신이 가진 재산보다 더 많은 재산을 늘리려는 욕구에휩싸여 주로 밖에서 생활한다. 그들의 두뇌는 계속 생겨나는 바깥 문제에 쏠려 있으며 육체는 일상적인 전투로 만성 피로 상태다. ‘사회‘라는 한창 가동 중인 거대한 기계 속에 완전히 발목이 잡혀버린 격이다. 애인이 있기는 하지만 말을 보유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다시 말해 육체 훈련용이다. 만일 결혼을 한다면 수많은 선택이 그렇듯 결혼하는 편이실용적이기 때문이고, 만일 자녀가 있다면 아내가 원했기 때문이다.

막심은 다혈질에다 좀 과격한 고집불통이고, 앙리에트는 고집불통인 남편 앞에서 이런저런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바람에 오히려 상대방의 화를 돋우는 침묵의 소유자였다.

게라르 부인은 과부다. 팔 년 전에 미망인이 되었는데 남편은 법관이었다. 그녀는 상류 부르주아에 속했으며 재산이이백만 프랑을 헤아렸다. 자식은 아들만 셋으로, 남편이 사망했을 때 제각기 오십만 프랑씩 유산을 배당받았다. 냉랭하고도 엄격한 이 집안에서 아들들은 도대체 누구를 닮았는지 모르겠지만 돈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낭비벽을 가지고 잡초처럼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몇 년 만에 오십만 프랑을 모두 날려버렸다.

아델은 건강이 좋지 않다. 항상 기침을 달고 살았다. 밀폐된 공간인 판매대 뒤에서 늘 부동자세로 있다 보니 건강이 좋을 리가 없었다. 만나본 의사 말로는 무엇보다도 휴식이 필요하며 화창한 날에는 산책하라고 했다. 하지만 가겟세까지내며 먹고살려면 돈을 벌어야 하니 실천할 수 없는 처방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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