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클래식 오디세이 7
다자이 오사무 지음, 뉴트랜스레이션 옮김 / 다상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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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서 값어치도 없는 화자의 자기성찰인 듯 싶으나 누구보다 인간적인 고뇌를 다룬 소설이라 생각이 든다. 작가의 분신이라고 할만한 화자가 겪는 인생의 씁쓸함. 인간실격이라는 타이틀 아래 화자의 사고가 인간답지 못함을 대놓고 얘기하지만 상당히 인간적이게도 요조의 심리에 공감이 가는 면에서 과연 인간다움이라고 우리가 규정해 놓은 것들이 무엇이고, 그러한 것들의 정당성은 어디에서 오는건가 라는 생각도 든다.
누가 감히 요조를 실격처리 하는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타인이 비난을 퍼붓거나 화를 내면 기분이 좋을 리 없겠지만, 나는 화를 내는 인간의 얼굴에서사자나 악어나 용보다 더 끔찍한 동물의 본성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는 그 본성을 감추고 있다가 불시에, 예를들어 소가 초원에서 무방비 상태로 자고 있는 척하다가 꼬리로 배에 앉아 있는 쇠등에를 쳐 죽이듯, 느닷없이 무시무 시한 인간의 정체를 분노라는 형태로 드러낼 때면 나는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의 전율을 느꼈습니다. 이 본성 역시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격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나 스스로에 대해 절망감에 휩싸였습니다.

비합법. 나는 그것을 적잖게 즐겼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편안했습니다. 세상의 합법은 두렵고(거기에는 한없이 강한 힘이 느껴집니다) 그 구조가 이해되지 않았기에, 창문도 없고 뼛속까지 냉기가 스며드는 그 방에 앉아 있을수가 없어서 차라리 비합법의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치다 죽음에 이르는 편이 마음 편할 것 같았습니다.

"이제 너도 이 선에서 계집질은 끝내야지. 더 이상은 세상이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
그가 말한 ‘세상‘ 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인간의 복수형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아무튼 그것을 강하고 살벌하고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의 그 말을 듣고는 문득,
‘이 세상이라는 건 사실 네가 아닐까?‘
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그를 화나게 하는 것이 싫어서 내뱉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용납하지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된통 당할걸.‘
세상 사람들이 아니라 너겠지."
‘이제 곧 세상에서 매장당할 거야."
나를 매장하는 건 세상이 아니라 너겠지.‘
"너는 너 자신의 끔찍함, 기괴함, 악랄함, 능청맞음, 요괴성을 깨달으란 말이야!‘

나는 신조차 두려웠습니다. 신의 사랑은 믿지 못하고 신의 벌만을 믿었습니다. 신앙, 그것은 단지 신에게 채찍질당하기 위해 고개를 떨구고 심판대로 향하는 일로만 느껴졌습니다. 지옥이 있다는 것은 믿어져도 천국의 존재는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호리키와 나.
서로 경멸하면서도 만나고, 만남이 깊어질수록 점점 우정이 망가져가는 것이 흔히들 말하는 ‘친구‘의 본모습이라면나와 호리키 사이도 분명 그런 ‘친구‘ 임에 틀림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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