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렌커의 소설인데도 밑줄이 잘 그어지지 않았다. 한문장 한문장 나약하진 않았지만 큰 임팩트도 없었다. 다만 책을 덮고나니 삶의 비참함이 쓸쓸함이 조심스레 와 닿았다. 내가 잠시 유체 이탈하여 영혼을 맡겼던 이 책에는 비극이, 희극도 결국엔 비극이 될 결말이 담겨있다. 옌렌커가 늘 그러했듯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현실을 배회하는 주인공들이 많았다. 현실에서 죽음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캐릭터도 있었고. 그들이 다른 현실세계의 사람들과 유별나게 차이나는 부분은 없었으나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부분에서 신실주의라는 것에대한 이해를 좀 해보려했다.

나는 옌렌커의 팬이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로 입문하여 꾸준히 책을 넘기고 있다. 이런 비참함에 끌리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학창시절 고뇌하던 캐릭터를 자주 등장시킨 헤르만 헤세를 좋아했던 맥락과 일맥상통하는 듯 하다.
희극이 우리를 위로해 주나. 잠시 도피를 시켜주지.
나는 비극으로 위로를 받는다.

마침내 그는 이 세상에서의 인생살이가 끝없는 노동과 쓸데없고 자질구레한 소모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세월은 기름등처럼 꺼졌다가 다시 타고 탔다가 다시 꺼지다가 탈 기름이없어지면 또 다른 전경前景이 나타났다.(3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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