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엔 독서에 성공할 것이다.
무엇을 집어 들던 이것보단 나을테니.

혹시나 한국작가가 부천이나 성남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라면 재미가 있었을까란 생각도 해봤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는 왠지 저기 지구 반대편 볼리비아 사막의 문학소년이 황정은의 ‘디디의 우산’을 읽고 있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 들었다.

그냥 젊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하다. 우리생은 비참해.
어설프게 마술적 리얼리즘을 흉내내거나, 새로운 소설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작가의 욕망이라면 면죄부를 줄 수 있겠다. 사실을 확인할 수 없으니 이건 그냥 ㅆ, ㅈ이다.

이제는 열 살짜리 아이들을 보아도 무감각하다. 그 나이 때 그녀 안에 있던 것이 요즘 아이들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80p)

리아는 네드의 장황하고 흥분된 설명에 굴복한다. 이 도시를 향한 네드의 열정이 부럽다. 네드는 교외의 소수 민족거주지에 가서 동포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럭비 경기를 보며 시간을 때우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 감탄할 정도다. 네드는 혼자서 도시를 구석구석 탐방한다. 공연장, 강연회, 영화관, 전시회, 멀리 떨어진 공원, 신비스러운 옥외 수영장 등을 찾아다닌다. 런던 토박이인 리아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86p)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이 뭐였는데?
커피나 콜라 같은 걸 대령하는 일. 이런 게 내가 하는 일이었어. 허구한 날 그런 것만 했다고. 그 사람들은 그런 일에서 나를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게 했어. 왜 자꾸 사실이 아닌 얘기를 지껄이는 거야?"(253p)

그 같은 끈질긴 성격이 다른분야에 적용되면 ‘지적 능력으로 나타났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사전을 찾아보았다. 완벽을 추구하여 책 한 권을 읽으면 관련된 책을 찾아서 계속 읽었고, 그런 여정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늘 그렇듯 그런 삶 은 그녀에게 조금도 기쁨을 주지 못했다. 처음에는 욕망과능력이 근본적으로 보조를 맞추어 가는 것처럼 보였는데아무튼 키샤는 끊임없이 읽고 싶어 했다. 읽지 않고는 견딜수 없었다. 책 읽기는 쉽고 비교적 돈도 많이 들지 않는 일이었다. 반면에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 그 같은 조건 반사적인 습관 때문에 남들에게 칭찬을 받았을 때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많은 것에 대단히 무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지능으로 착각하는 것이 사실은일종의 변형된 의지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293p)

"때로는 허구보다 진실이 더 낯설다"

질을 따라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며10펜스 동전 크기로 살짝 돋아 나온 자그마한 살이 만져가는 듯한데, 바로 이곳이 ‘엉덩이를 앞뒤로 살살 움직임이 그써’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부위일 것 같았다. 다만 키사로는 그 부위가 질 안의 성감대인 지스팟이라는 곳인지, 거의참을 수 없을 정도의 쾌감을 일으키는 곳인지 확인할 길이없었다. 확인했다 하더라도 질 오르가슴에서 중요한 것은그 지속 시간과 강도라고 생각했다. 질 오르가슴은 마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듯 질 자체가 열렸다 닫히는 연속적인경련을 통해 느껴질 터였다. 그렇다면 그것이 바로 오르가슴이 아닐까. 그러나 키샤는 그 쾌감이 ‘멀티플 오르가슴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성의 전형적인 겸손한 성향 탓에 한차례의 ‘절정에 가까운 상태‘만을오르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것은 단순히 현상학적인 문제일지 모른다. 어떤 꽃을 두고 리아 한월도 키샤 블레이크도 파란색이라고 말했다 치자. 그렇다고해서 둘 다 파란색‘이라는 단어로 같은 현상을 이해한다고확신할 수 있을까?(312p)

"어울리려면 로드니 같은 애와 어울 려 봐." 마샤가 키샤 블레이크에게 접시를 닦으라고 건네며넌지시 말했다. "그 애는 너처럼 항상 책을 끼고 살더구나."
바로 그런 이유에서 키샤는 늘 로드니를 경계하고 피했다.
콜드웰 같은 곳에서는 더욱 그래야만 했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 가장 필요 없는 존재가 그 사람에게 매달리려는 또 한 명의 물에 빠진 사람이라면 키샤에게 로드니이야말로 그런사람이었다.(315p)

"우리는 생각하는 습관을 익히기도 전에 살아가는 습관에 젖어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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