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는 은주의 얼굴을 곰곰이 뜯어봤다. 이 여자의 뻔뻔함은 타고난자질일까, 연마한 무기일까.(79p)

은주의 화법은 교묘했다. 직접 부탁하지 않고도 자기 뜻대로 사람을부리는 재주가 있었다.(196p)

좋다, 싫다‘를 드러내지 않는 대답이었다. 몸에 밴 듯한 언어습관이었다.(197p)

은주는 머리뚜껑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줌마라니. 그녀가 아는아줌마란, 유부녀에 대한 은근한 경멸과 억세고 질긴 생명체에 대한 부당한 혐오, 친근함을 가장한 젊은 것들의 무례함이 뒤섞인 호칭이었다.
국어사전이 알려주는 아줌마란,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낮추어 부르는 말이었다. (202p)

은주는 자기인생의 최대과오가 최현수와 결혼한 일이라고 자인했다.
자인하고 나자 남편에 대한 온갖 실망과 현실적인 고난을 견딜 수 있었다. 짊어져야 할 짐을 한탄하는 대신, 짐을 지고 달리는 쪽을 택했다.

"한 집안의 희망이 된다는 것, 가족의 희생을 담보로 대학에 다닌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아세요?"
알지. 알다마다. 현수는 승환이 내민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 역시어머니의 희망이었다. 고교졸업 후 프로지명을 받았으나 어머니가 입단을 반대했다. 대학을 거쳐 프로에 가는 것이 엘리트코스로 통하던 시절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엘리트가 되기를 원했다. 어머니의 선택은 그의 선택이었고, 그의 실패는 어머니의 실패였다.(323p)

천하의 강은주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무서운 진실, 너무나 어마어마해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은 못 본 체하고 싶은 것이 인간이라는 영장류의 천성일지도 몰랐다.(3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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