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전모가 이처럼 간단하고 두루뭉술했다. 너무 많은 과정과 디테일이 생략되어 있었다. 사실 이 사랑이야기의 발생과 결말도 이처럼 간단하고 직접적이어서 반드시 있어야 할 수많은 과정과 디테일을 결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정과 디테일이 언제나 힘 있고 위대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생략이 더 힘 있고 확실하여 사물의 발전과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었다. 이야기 속의 현재처럼 우 꽝은 생략 속에서 문을 밀고 방 안으로 들어갔고, 그제야 그는 방에 불이 켜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53p)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모든 과거는 미래가 되고 미래는 다시 과거가 된다. 우다왕의 다음 행보는 바로 그의 과거가 지렛대 작용을한 결과였다. 아주 가볍게 한 번 비틀어주자 운명의 지구가 새로운방향을 갖게 되었다. (73p)
그는 류롄과의 심각한 관계를 이제 대수롭지 않은 마음으로 덮어버리려 했다. 사실 과거든 현재든 아니면 미래든, 수많은 문제들에 있어서 단순함이 항상 복잡함을 지배하는 법이었다. 단순함은 언제나황제였고 복잡함은 신하에 불과했다. 무수한 복잡한 일들이 그 표피를 벗겨내면 남는 것이라고는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과 같은 너무나도 간단한 핵심뿐이었다. 우다왕이 사단장 사택으로 다시 돌아온 것도 바로 이런 단순함이었다. 영웅이 되살아나 그의 운명을 구해준 것 같은 단순함이었다.
바로 그 순간 그는 그녀를,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웬일인지 그녀가 눈물을 흘렸고, 그 역시 따라 울었다. 두 사람의 마비되었던 내면 기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눈문이었다. 미친 듯한 성애가 그들이 한 번도 의식하지 못했던 위대한 사랑을 깨닫게 해준 것 같았다. 어쩌면 두 사람 모두 이미 마음속 깊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느꼈지만, 필연적으로 남천지북南天地北으로 하늘과 땅처럼 멀어져야 하는 현실을 인식한 것인지도 모른다. 환락은 끝이 없었지만 고통은 항상 서둘러 찾아왔다. 이것이 바로 모든 인간의 공통된 감상이다.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누구도 먼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누구든지 먼저 말을 하거나 움직이면, 그 순간 모든 것이 끝장 날 것만 같았다.(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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