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박찬근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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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세상입니다.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고 선택이 많아졌다고 하나 뭔지 모를 불안감이 주변을 떠나지 않습니다. 세상이 혼란스럽습니다. 정치는 끊임없이 서로를 비방하며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고 경제는 매일이 살얼음판입니다. sns는 개인의 선택을 무한정 확장시켰지만 무료함과 공허함을 남겨두었습니다. 무엇보다 빈약한 자기 존중감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를 발전이나 진보라 말하지만 어떤 이는 인간 본연의 목적이 상실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나란 존재, 스스로를 안다고 말해왔지만 사회적 물결에 흔들리고 휩싸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시로 불안한 감정이 다가오며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에 몸과 마음이 지쳐갑니다. 자신이 걸어왔던 길, 앞으로 가야 할 길, 마음을 다독이며 자신에 주어진 본성을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중용은 인간의 본성과 덕, 교를 강조한 유교 사서중 하나로 공자의 손자 자사가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용의 중심은 본성입니다. 본성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잠재력과 핵심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주자는 天命之謂性(천명지위성)을 통해 우리 안에 이미 선하고 올바른 방향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은 이치를 뜻하며 본래 하늘이 내려준 명령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만물은 이치를 통해 강건함, 유순함, 인의예지신의 덕을 갖추게 됩니다. 중용의 성은 본성을 의미합니다. 또한 본성을 따르면 마땅히 해야할 길이 ()입니다. 率性之謂道(솔성지위도)는 본성을 따를 때 드러나는 올바른 삶의 방식이자 경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에겐 저마다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타고난 기질이 다르기에 배움을 통해 조절하고 다듬어서 개인의 본성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이가 修道之謂敎(수도지위교)입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감정을 통해 표현됩니다. 중용은 () ()를 통해 감정과 삶의 조화를 풀어갑니다. 주자는 인간의 정을 감정이라 말하며 감정이 아직 드러나지 않는 상태가 본성이며 이때가 어떠한 치우침이 없으므로 ()이라 부릅니다. 중은 감정이 생기기전 순수하고 공정한 마음입니다. ()는 감정의 올바른 발현이며 상황과 이치에 맞게 조절하고 표현하는 조화로운 상태를 의미합니다. 중은 곧 천하의 이치인 본성이고 화는 본성을 따르는 도, 인간이 가야할 길을 의미합니다. 감정은 수시로 발현되어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지만 감정이 일어난 원인을 안식하고 공감하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감정에 흔들릴 때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주자철학의 깊은 묘미가 엿보입니다.

 

sns는 극히 자기중심적인 정보전달 시스템입니다. 꾸며진 겉모습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받아들입니다. 진실 여부는 거의 고려되지 않습니다. 때론 공허한 존재감을 조금이나마 보상받기위해 삶의 대부분을 투자해야합니다. 문제는 비윤리적 행동과 양심의 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중용은 신독을 통해 자기 양심의 중요성과 보이지 않는 습관의 차이를 강조합니다. 愼獨(신독)은 홀로 아는 곳에서 더욱 삼간다는 의미입니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비방적인 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그들에겐 국민의 의지보단 자신의 표면적이익이 가장 중요합니다. 못된 말은 피곤함과 불편함, 사회적 기피를 안겨줍니다. 실상이 이러할 진데 보이지 않는 곳에선 얼마나 음흉하고 속을 알 수 없는 말들이 오고가겠습니까? 신독은 외부의 시선이 있든 없든 항상 자신을 경계하고 두려워함을 의미합니다. 홀로 아는 곳에서는 더욱 삼간다는 신독은 중용의 가장 핵심 문장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개인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복잡하지 않은 세상이 없었고 혼란스럽지 않았던 인류사가 극히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선조인들은 언제나 고전을 통해 삶의 본질을 일깨우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했습니다. 우선적으로 자신의 본성에 집중했고 자신에 주어진 길을 고민했습니다. 고전은 방황하는 마음에 따듯한 위로를 건네주지만 간혹 죽비와 같은 깨달음을 전달합니다. 혼탁한 세상일수록 자신을 돌봐야합니다. 중용은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수양을 통해 정도의 길을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 책은 신독과 중화의 힘을 시작으로 삶의 방식을 뜻하는 도의 이해, , 의 효와 덕을 중심으로 한 중용의 실천적 철학, 보다 깊은 중용의 완성을 위한 실용적 지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원문을 중심으로 한 풀이와 저자의 해석, 실천적 방안과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통해 배움의 길을 확장시킵니다. 내 마음이 가두고 있는 본성은 무엇인가? 저자의 표현처럼 내면의 나침반으로서의 중용의 실천적 지혜를 성장의 디딤돌로 만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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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필사 : 헤르만 헤세 편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문장들
헤르만 헤세 지음 / 코너스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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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그대로인데 왜 나에겐 고통이 뒤따르는 것일까? 나 자신만 다른 것일까? 인생은 예상치 못한 굴곡들로 가득합니다. 특히 성장기엔 모든 것들의 난해하고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정체성은 성장기에 대부분 형성됩니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배웠느냐에 따라 한 개인의 인생이 결정됩니다. 신경쇠약증으로 신학교를 중퇴했던 헤세는 시인이 되지 못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 란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실제로 그는 신학교 시절의 경험을 수레바퀴 아래서를 통해 비판적으로 묘사합니다. 향수로 단번에 성공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서지만 세계대전으로 인간성의 환멸을 깨닫게 되었고 자선전적인 소설 데미안을 출간하게 됩니다.

 

데미안과 더불어 헤세의 사상을 가장 깊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싯다르타입니다. 두 전작에 비해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양인인 헤세가 동양철학에 깊이 매료되어 삶의 모순을 극복하며 인간본원에 대한 갈망을 찾아가는 철학적 작품입니다. 본 책은 세권의 책을 중심으로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구절을 선정, 필사로 엮은 책입니다. 내 이야기는 나 자신 즉, 한 인간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 헤세의 표현처럼 한 문장마다 헤세의 깊은 삶의 경험과 고요한 울림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본 책은 세권의 책을 한 번에 읽는 즐거움도 있지만 오랜 기간 독자의 마음에 담겨있는 소중한 기억이 새롭게 태어나는 기쁨을 선물합니다.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이 그토록 힘들었을까? ‘모든 사람은 그 자신일 뿐 아니라 세상의 현상들이 교차하는 유일하고 매우 특별하며 모든 면에서 중요하고 경이로운 지점이다. 모든 인간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영원하며 신성하다.’ 데미안 10쪽의 이야기입니다. 살아서 자연의 의지를 따르는 한 누구든 경이로운 존재이며 주목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해 세상을 인식합니다. 방황은 세상에 다가서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인간은 방황을 거치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인지하게 됩니다. 인생의 단 한 번의 교차점은 어디일까요? 우린 어떤 선택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있을까요?

 

모든 현자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모든 것을 돌보았다. 하지만 하나이자 유일한 존재, 가장 중요한 것, 단 하나의 중요한 것을 알지 못한다면 다른 모든 것을 아는 게 가치 있는 일일까?’ 싯다르타 13쪽의 구절입니다. 싯다르타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싯다르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의 가치를 위해 세상에 뛰어들지만 결국 세상에 빠져드는 모순을 반복합니다. 싯다르타는 고행의 과정을 통해 수많은 질서를 만나게 됩니다. 누구나 자신이 추구하는 길이 최상의 경지라 말하며 이목을 끕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평온을 가져다주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비워놓고 싶었던 그는 가장 큰 욕망을 버리지 못합니다. 모든 시간이 지난 후, 과거의 그림자도 미래의 그림자도 없는 강을 바라보면서. 현재의 모습만이 진실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은 자신의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인식합니다. 언어는 삶의 대부분을 통제하며 감정을 일으키고 감각을 일깨웁니다. 헤세는 작품마다 자신을 투영합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살아있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인간의 감정은 구름과 같아 하루도 바뀌지 않은 날이 없고 형태가 다양해 삶의 불안과 걱정, 위로를 닮았습니다. 우린 누구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이유가 발목을 잡습니다.‘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지금 존재하고, 모든 것에는 존재와 현재가 있습니다.’싯다르타는 131쪽 문장을 통해 존재와 현재를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놓치는 것은 현재와 존재입니다. 한 필지의 글귀가 자신의 미래를 선택한다면 이는 위대한 작가의 일생이 함께 한 결과일 것입니다. 헤세와의 하루 필사,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일상의 경험을 축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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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 - 양자 역학부터 양자 컴퓨터 까지 처음 만나는 세계 시리즈 1
채은미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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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2년 연속 노벨상을 수상자를 배출했다. 분야는 단연 AI와 양자분야다. 그런데 이번엔 양자에 관한 특별한 이론이 눈에 띈다. 거시 규모에서 나타나는 양자역학적 효과를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미시적 세계에만 국한된 줄 알았던 양자연구를 거시적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과학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사실적으로 양자는 컴퓨팅을 중심으로 거대기업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연구하고 투자하는 분야다. 양자의 매력은 예측불가능성과 불확정성에 있다.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가득한 양자. 양자는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가? 양자를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세계는 눈으로 보고 느끼는 거시세계에 집중되어 있었다. 뉴턴의 역학, 맥스웰의 전자기학은 거시세계를 대표하는 고전물리학이다. 그런데 과학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미시세계를 탐험하게 되었다.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아주 작은 것들로 이루어진, 미시세계는 세계의 근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구심점이 되고 있다. 양자는 양을 의미하는 Quantity에서 유래되었다. 고전역학의 물리량이 연속적이라면 양자역학은 불연속적으로 하나의 광자, 입자와 같은 개수로 표현할 수 있다. 그동안 빛은 파동의 성질만 알려져 왔다. 하지만 1905년 아인슈타인의 주장과 192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콤프턴의 실험에 의해 빛의 입자성이 증명되었다. 이는 브로이에 의해 입자라고 믿어온 모든 물질들도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가질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양자역학이 고전역학과 구분되는 점은 연속성의 차이다. 1913년 닐스보어는 전자의 행성모델을 제안하며 전자가 원자핵을 중심으로 일정한 궤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브로이는 보어의 궤도 안 전자를 더욱 확장시켜 파동입자의 이중성 개념을 제안하는데 전자의 파동이 궤도를 한 바퀴 돌고나서 원래의 파동모양으로 정확히 겹치는 경우에만 전자가 그 궤도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전자의 위치를 확률적으로 표현한 파동함수의 개념을 제안하게 된다. 파동함수는 물질이 존재할 확률을 결정해주는 함수로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위치와 운동량의 불확정성 원리를 설명한다. 파동함수는 양자역학을 대표하는 원리다.

 

양자역학의 가장 중요하고 신비로운 현상이 중첩과 얽힘이다. 기존 컴퓨터가 정보를 01로만 인식한다면 양자 시스템은 0이면서 1일수도 있는 양자 중첩상태를 설명한다. 앞면을 0 뒷면을 1이라 써진 동전을 빙글빙글 돌린다면 회전 중일 때는 앞면과 뒷면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측정순간, 반드시 0 이거나 1이 결과로 나온다. 중첩은 여러 번 반복할수록 확률의 크기를 결정한다. 중첩상태는 파동함수로 나타낼 수 있고 전자를 발견할 확률은 그 위치의 파동 함수의 크기의 제곱으로 나타낼 수 있다. 두 번째가 양자 얽힘이다. 얽힘은 2개 이상의 시스템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각각의 상태를 따로따로 기술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실로 두 시스템이 강하게 묶여있는 것처럼, 하나의 상태가 다른 상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아인슈타인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양자 얽힘은 벨 실험에 의해 사실이 증명되었다. 양자 얽힘은 순간이동이라 불리는 텔레포테이션을 연상하게 한다. 2017년 중국 인공위성 묵자호는 지구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위성 사이에 얽힌 광자를 생성하고 지구에서 우주로의 양자 텔레포테이션을 성공했다. 양자 텔레포테이션은 양자 통신, 양자 컴퓨터의 완벽한 정보전달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상을 재편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책은 1부를 통해 양자의 세계를 설명하고 2부에선 양자컴퓨터의 미래를 다루고 있다. 인간은 빛을 어떻게 발전시켜왔을까? 광자는 인류를 이해하는데 가장 본원적이고 실체적인 물질이다. 인류는 백열등으로부터 LED까지 빛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세상을 밝혀왔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양자현상은 레이저, 광통신, 원자시계, GPS와 같은 기기를 통해 변화하는 세상의 중심이 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양자컴퓨터는 빛의 파동성에 주목한다. 기존의 컴퓨터가 직렬형구조로 연속적 계산을 수용한다면 양자 컴퓨터는 문제를 중첩된 상태로 계산해 모두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비트가 많을수록 반복적 계산을 통해 엄청난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의 발전은 기존문제를 훨씬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인류가 원하는 문제에 훨씬 빠르고 쉽게 다가갈 수 있음을 설명한다. 양자현상 못지않게 AI도 급격히 부상 중이다. 간혹 양자를 탑재한 AI를 상상해본다. 인류는 어떤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과학발전의 목적이 인류에 보다 나은 삶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자체로 목적이 될 것인가? 양자는 특별한 학문을 벗어나 교양에 가까워지고 있다. 양자현상은 더욱 빠르게 주변을 장악할 것이며 우린 양자세계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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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케빈 J.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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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특징은 무엇일까? 어떤 특성이 개인의 차이를 특징하는 것일까? 유전자는 어떻게 인간의 성향을 좌우하는 것일까? 인공지능시대가 다가오면서 인간 행동성향의 차이에 대한 해석이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사유와 경험,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력을 가지는 인공지능의 출현이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인간은 자신에 주어진 생체학적 비밀에 훨씬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분자생물학은 DNA에 담긴 프로그램이 어떤 방식을 통해 개인의 특징을 규정하며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지에 대한 과학적 해석을 다루고 있다. 먼저 집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과학은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의 상상을 훨씬 앞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식은 빠르게 수정되고 교체된다. 기존의 유전자에 대한 생각이 어떤 오류를 일으키고 있는지, 사고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본 책은 우리는 무엇을 타고 나는가에 대한 질문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유전자의 선택적 의미를 파악한다. 우리는 타고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란 두 분류를 중심으로 본성과 양육으로 구분하여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과학적 증거를 제시한다. 유전자 구조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의 심리적 특성과 뇌기능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최신 MRI와 뇌 스캔기계의 도움으로 쌍둥이는 뇌구조의 여러 측면에서 상당히 높은 유전성이 확인되었다. 역으로 이는 개체변이의 상당 부분이 유전적 차이로 발생함을 의미한다. 또한 신경로의 측정값을 활용하여 뇌 영역의 전체 연결망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본 결과 네트워크 매개 변수 역시 유전적 요인에 좌우되고 있음이 확인 되었다. 신경망 연결은 뇌 배선 방식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직접적 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유전체에 내재되어있는 유전 프로그램을 통해 발현된다.

 

그동안 본성과 양육은 대비되는 개념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뇌의 반응방식은 선천적 특성을 지닌 자기조직화란 특징을 지녔다고 말한다. 자기조직화는 선천적 차이를 상쇄하기보다 증폭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특성변이는 개인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회로의 형성방식을 통해 일어난다. 이는 유전적 변이뿐만이 아니라 발달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작위변이도 능력의 선천적 차이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전반부를 통해 인간 능력의 선천적 차이를 중심으로 유전적 요인을 살펴보았다면 후반부엔 성격과 지각, 지능, 성적취향등 다양한 인간 심리영역의 특성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자폐증과 조현병, 뇌전증과 같은 신경질환도 공통된 유전자 돌연변이에서 비롯된 신경발달 장애가 원인임을 밝혀낸다.

 

성격을 바꾸면 자신을 바꿀 수 있을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심리적 프로그램은 오랜 기간 인간에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왔다. 흔히 말하는 자기계발 프로그램이다. 불안이나 분노를 잠재우고 자신감을 높여주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자기계발 프로그램이 신경과학의 획기적인 발견을 접목시켰다는 것이다. 그 두 가지가 신경가소성과 후성유전학이다. 신경가소성은 뇌의 구조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연하다는 개념이다. 여기서 문제는 시냅스의 연결이 혁신적이지 않으며 뇌의 유연함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또한 어린이의 뇌는 가소성의 반응이 높지만 나이가 들수록 뇌도 사람도 존재하는 상태로 머문다고 한다. 가소성은 인간의 변화를 이끌 수 있지만 상당히 제한적이다. 후성유전학은 분자수준에서 유전자를 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후생유전학이 매력적인 이유는 환경변화에 반응하여 세포기억처럼 작용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심리적 특성은 피부 색소처럼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저자는 유전적 결정론을 통해 심리적 특성엔 차이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는 프로그램 내 유전적 차이이고 두 번째는 내부 프로그램 작동으로 발생하는 무작위 변위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결정론은 태어날 때부터 많은 것이 정해져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하지만 저자는 유전자와 뇌 발달 방식의 차이가 타고난 행동 성향의 차이를 낳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율성이나 자유의지, 생각과 감정, 판단은 어떤 기준의 적용을 받을까?

생각과 감정은 단순히 뇌의 물리적 흐름에 불과한 것일까? 저자는 그 자체로 인과적 힘을 지닌 창발적 현상이라 설명한다. 무엇이 인간임을 증명하는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만의 차이를 가지고 세상과 조우한다. 우린 일생을 유전자의 명령과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그 이면엔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이 포함되어있다. 저자는 인간의 조건을 새롭게 조명한다. 무엇보다 나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유전적 결정론을 넘어서 새로운 관점의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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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 이겨놓고 싸우는 인생의 지혜 현대지성 클래식 69
손무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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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영욕은 지칠 줄 모르고 자기 확장의 세계를 갈망한다. 탐욕적인 정치인들은 교묘하게 민심을 자기방편의 수단으로 활용하여 대중선전의 기폭제로 사용한다. 그들은 철저히 자기 이익적이지만 평화공존이란 명분을 내세우며 감언이설로 대중을 호도한다.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이상적인 평화가 전쟁으로 가능할까?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실체화될 수 없다. 전쟁으로 평화를 이룩한다는 전제가 허망성실이다. 전쟁 후 평화, 패권 후 안정, 혼란 후 질서, 지속될 리 만무하다. 결국 현실은 자기기만에 빠져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다. 기원전 5세기, 백 개가 넘는 제후국들은 자신이 패후국의 주인임을 자처하며 대륙을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500년 동안 중국대륙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환란은 용맹한 장수와 탁월한 군주뿐만이 아니라 지략이 뛰어난 전략가와 사상가를 탄생시킨다. 워낙 많은 변수들과 이해관계가 난립하기에 전략적 판단과 사상가들의 철학은 곧 승패를 판가름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 춘추전국시대엔 전략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이론들이 전쟁의 틈바구니를 파고들었다. 당시엔 공자, 노자, 맹자와 같은 동양철학을 집대성한 유수한 철학자들이 인간의 올바른 도리를 설파했으며 법가는 혼란한 세상엔 법이 가장 중요함 규정임을 역설했다. 그리고 손자는 세계 최초의 체계적 병법서인 손자병법을 세상에 내놓는다. 손자병법은 중국의 직관과 통찰을 집약한 테스트라는 헨리 키신저의 극찬을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키신저는 무형의 흐름을 말하는 ()를 읽고 손자병법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는 본 책 4편의 ()과 짝을 이루는데 ()이 실질적 군사력과 물질적 역량을 말한다면 ()는 무형의 정신적 역량을 의미한다. 형은 수치화가 가능하나 세는 가변적이고 비가시적이다. 키신저는 서양에 존재하지 않는 세의 확장을 군사전략의 필수적인 잠재적 에너지로 평가한다. 세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간의 무역, 관세전쟁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드러난다. 미국이 모 아니면 도라는 방식으로 몰아붙이기식 정쟁에 익숙하다면 중국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세력을 확장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실력을 쌓아간다. 즉 직접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상대적 우위를 인내심을 가지고 축적하는 것이다. 중국굴기라는 말은 허장성세가 아니다. 키신저가 세를 통해 중국을 바라본 관점은 전쟁 자체를 필요 없게 만든다는 손자의 철학과 뜻을 같이한다. 손자는 형세를 미리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어떻게 승리 할 수 있을지를 논한다. 이는 손자병법의 핵심주제인 싸우기 전에 미리 승리하는 것과 같다.

 

손자병법은 총 13편의 6천여자로 이루어져있다. 손자병법이 역대 수많은 지도자들의 병법서로 이름을 날린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손자병법엔 전쟁의 기술뿐만이 아니라 삶의 원리를 꿰뚫는 통찰이 담겨있다. 1()는 전쟁의 승패는 이미 결정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계는 계산을 뜻한다. 즉 군사적 전략으로 민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와 구체적 전술인 ()가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 필승의 형세를 갖춘 후 싸움을 시작한다란 先勝而後求戰(선승이후구전)는 손자병법의 핵심사상이다. 전쟁의 가장 피해자는 백성이다. 전쟁은 백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재산을 파괴하며 생사의 고통을 안겨준다. 손자는 전쟁이 주는 메시지를 가장 먼저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을 병법의 첫째 조건으로 보았다전쟁은 국가의 대사다. 수많은 사람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이 달린 일이므로 반드시 신중하게 살피지 않으면 안된다.’신중은 고사하고 전쟁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지도자들의 무능함과 현실정치의 부패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모든 전쟁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知彼知己(지피지기) 白戰不殆(백전불태), 3謀攻(모공)편에 나오는 손자병법을 대표하는 명제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謀攻(모공)은 지략과 계책으로 적을 공격한다는 뜻이다. 또한 知勝(지승), 즉 승패를 미리알고 헤아리는 통찰력이다. 손자는 병법의 핵심 주제로 ()을 강조한다. ()은 전쟁의 ()이 아니라 완전하다, 온전하다는 의미로 싸움 없이 이기는 것을 말한다. 전은 모략으로 승리를 거둔다는 伐謀(벌모)와도 같다. 이는 손자병법이 전쟁론이 아니라 비전쟁론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온전한 승리는 아군의 피해를 줄이고 빠르게 전쟁 국면을 벗어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막대한 전쟁비용과 백성의 수고를 덜 수 있다. 손자는 전쟁 자체를 막고 평화를 이루는 전략을 최상 책이라 여겼던 것이다.

 

본 책은 제1()부터 13用間(용간)까지 손자병법의 원문을 소개한다. 저자의 설명, 원문해석과 함께 고대 중국 고사와 역사적 교훈이 병법의 실증에 무게를 더한다. 오월동주는 스스로 비천하게 보임으로 적을 교만하게 만든다는 卑而驕之(비이교지)의 전술을 그대로 따른 사례다. 손자병법엔 노자 철학이 숨겨있다. ()편에서 보았던 ()는 노자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전쟁의 형세를 물의 흐름에 비유한 허세는 전쟁 중 수행해야할 용병의 규율을 이야기한다. 도덕경 69장은 병서의 내용이 기록되어있다. 손자는 노자의 통찰을 통해 더욱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병법을 만든 것이다. 손자병법을 읽는 동안 세상의 흐름에 눈을 뜨게 된다. 거짓뉴스와 리더의 무능함에 대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간다. 손자병법은 한번보기 아쉽다. 병법이 주는 메시지도 훌륭하지만 저자의 탁월한 해석에 마음을 빼앗긴다. 지금 시대가 춘추전국시대만큼 혼란스러울까? 하지만 형세는 변하지 않았다. 손자는 시대를 관통하는 인물이다. 손자병법을 읽어야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곁에 두고 필독할 보고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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