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나를 위로한다
김선희 지음 / 예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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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성장하며 일생을 이루기까지, 나,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나를 알기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선지자들의 철학적 견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나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선 최소한 몇 가지의 생각은 해보았을 것이다. 나는 육체적적인 허물을 벗어나는 순간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둘과의 상관관계를 통해 나를 인정하는 것일까? 모두들 나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지만 정작 나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나를 알지 못하기에 삶의 중심을 타인에 맞추는 것은 아닐까? 그럼으로써 최소한 나라는 존재를 타인과 동일시는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살기위해서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인간은 스스로에게 높은 자존감을 부여한다. 인간이 모든 만물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도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끝없이 되풀이 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에게 의무를 부여한다. 생각하는 인간, 사유하는 인간, 그리고 도덕이나 윤리, 정의를 만들었다. 나라는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다. 인간의 끝없는 존재론적 이기심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그 최종적인 선택은 무엇이 될까?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나를 아끼고 사랑할수록 외롭고 고독하다는 것이다. 최종적인 목적이 나의 행복이었는데 모두들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나라는 존재인식은 분명 어디서부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많아졌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다.

 

사회는 수많은 다양함과 변수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 자신이 원하는 일일지라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특이 다양한 개인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살아가는 조직에선 이러한 상황들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 최근에 급격하게 증가하는 이혼, 삶의 욕구충족에 대한 갈망,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쉽게 빠져드는 중독성 강한 게임, 허망한 욕망,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대부분의 유혹들이 ‘나’라는 강한 존재 의식에서부터 비롯된다. 진실한 나인지, 허상의 나인지, 불분명한 나는 항상 혼란과 지독한 이기심 속에서 갈등하고 갈망한다. 외로운 나. 그런 나를 위로해주고 배려하며 존중해줄 수 있는 보호막은 없는 것일까?

 

사랑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철학이다. 어떤 사랑을 하느냐는 사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로 귀결될 것이다. 그만큼 사랑에 대한 고대 철학자들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은 현대인들이 처한 위기의 사랑을 구해내는데 특별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플라톤은 사랑을 합일이자 완성으로 보았다. 두 개로 갈라진 원이 다시 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플라톤의 사랑관념은 영혼의 반쪽, 소울메이트라는 낭만적인 이야기와는 달리 불완전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에로스는 격정적이고 파괴적인 사랑의 힘이다. 그리고 충분히 충동적이며 충족에 대한 갈망을 요구한다. 에로스는 자아도취적이고 결여되고 부족한 자신의 사랑에 집착한다. 에로스가 만들어낸 사랑은 탐식과 탐미다. 모든 것을 흡수하고 내 안에 있을 때 완성될 수 있는 사랑, 결국 불완전한 둘이 만나 하나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는 종속되고 하나는 충족한다. 흡수된 사랑의 결말은 내안의 타자를 영원히 가두거나 그가 사라질 때까지 충족을 멈추지 않는 것뿐이다. 저자는 플라톤의 에로스적인 사랑을 인류가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사랑으로 인식하며 우리가 아는 사랑의 문제가 결국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가 찾는 철학자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개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철학자 ‘루소’다.

 

‘성형을 권장하는 사회’ 외모지상주의가 만들어낸 성형 이론은 나를 부정하는 가장 적극적인 사회현상이다. 나 이외의 나에 대해 사회와 타인의 평가를 기대하는 사회, 자신의 의지보단 외모가 경쟁이 되고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되는 사회, 이러한 사회에서 나라는 존재는 한없이 나약하고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고대소설 ‘박 씨 부인’의 박명을 예로 들며 이미 우리사회는 선조들로부터 외모를 중시하는 풍토를 가지고 있었다고 비판한다. 저자가 주목하는 인물은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다. 그녀는 푸코의 ‘감시와 처벌’이라는 작품을 통해 감옥과 같은 감시체제와 권력의 발생을 현대인들의 성형중독과 사회의 성형권장에 비유한다. 우리 사회엔 얼굴없는 시선들이 가득하다. 그들은 감시라는 권력을 통해 사회를 다루기 쉬운 방향으로 유도한다. 마치 모든 이들이 자신의 의지라 여기고 있지만 결국 주체를 인정하지 않은 채 떠다니는 조각배와 같다.

 

‘철학이 나를 위로한다.’ 는 사회를 짓누르는 다양한 문제들의 원인에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고찰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철학자들의 혜안을 제시한다. 저자 특유의 가슴을 후비는 문장은 나의 존재의미에 대한 신랄한 일깨움으로 가득하다. 나라는 존재의미에 대한 인식이 철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또한 우리들이 삶의 과정을 통해 깊이 깨달아야하는 나는 누구인지 저자가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가 마음에 울려온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자신을 포기한다면 후회에 대한 결과는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다. 우린 철학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기계문명이 빠르게 우리의 사고를 접수하고 우리들에게 필요치 않은 수많은 과정과 결과들이 우리의 삶을 잠식한다. 그 어느 때보다 자신에 대한 의지와 발견이 필요한 때임에도 우리의 시선이 오직 한 곳만을 보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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