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할 수 있는 즐거움 - 최고령 프로페셔널 15인의 행복하게 일하는 법
도쿠마서점 취재팀 지음, 양영철 옮김 / 상상너머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지인이 운영하는 커피숍에 자주 들린다. 1년간의 방황을 멈추고 시작한 커피숍,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여름, 가뜩이나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이곳저곳을 탐문(?)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을 당시에 비하면 지금 그의 모습에선 여유마저 넘친다. 그가 만든 커피는 강하게 입맛을 자극한다. 칭찬할라치면 기호에 맞을 뿐이라며 다른 숍의 커피도 맛볼 것을 권한다. 한결 여유 있다. 그는 이제 자신이 가야할 길을 선택한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커피를 마시러 갈 때마다 그의 행동과 여유가 점점 부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작지만 자신만의 가게를 운영한다는 묘미는 분명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직장생활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에게서 평생 일하는 즐거움을 발견했다면 지나친 오만일까?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이미 고전이 되었다. 40대가 되면 퇴직을 준비해야하는 시대에 평생직장이란 개념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그나마 전문직이라면 은퇴시기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퇴직과 동시에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가? 노후에 대한 사회적 대비가 철저하게 이루어진 사회라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미 한국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사회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노인을 위한 시대가 아니라 노인 자체가 문제가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알던 삶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필요로 한다. 중년 취업인구의 증가, 그들은 부자가 되려는 목표보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고 있이다. 그나마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해야한다.

 

‘평생 일할 수 있는 즐거움’ 노년을 안식의 시간으로만 생각하던 이들에겐 무슨 당치도 않는 소리냐는 비아냥거림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년 취업인구의 증가를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어쩔 수 없이 나서는 일이라면 고역일 수밖에 없다. 일의 수준도 낮지만 그들을 평가하는 사회적 잣대도 냉혹하다. 노후를 준비하는 이들에겐 불안한 미래이자 두려움이 아닐 수 없다. 이젠 일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사회변화를 받아들여야한다. 그런데 이를 효과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평생하면 되는 것이다. 직장에 다닌다면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시작해 일의 연속성을 유지하면 된다. 결국 일은 돈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지루한 대답이 될 것이다.

 

기타하나 만드는데 2,3년이 걸인다면, 이러한 기타는 누가 만들고 누가 사용하는 것일까? 78세인 야이리씨는 명품기타를 만드는데 인생을 건 기타장인이다. 그의 지론은 오래될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진짜를 만들어야한다는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 근근이 삶을 유지하던 야이리씨의 인생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게 된 계기는 미국의 기타공장을 방문하면서부터다. 그는 스스로에게 가치있는 기타를 만들고 싶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기타 산업 역시 성장했지만 그의 기타에 대한 집념은 대중성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일본 유일의 주문 제작 기타를 생산한다. 그가 만든 기타는 폴 매카트니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팝 가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애장품이 되었다. 기타 박물관을 만들어 누구나 최고급 기타를 쳐보게끔 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그의 기타인생은 너무도 자신감 있고 행복해 보인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다. 아무리 좋은 직업도 구린내가 나면 천한직업이 되듯이 좋지 않게 보이는 직업도 어떤 사람이 맡느냐에 따라 최고의 직업으로 변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가 인식하는 직업은 극히 타인 의존적이다 보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직업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먹고살기 위해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일본 최고의 양조 기술자로 인정을 받은 츠구에다 유이치씨, 그는 죽도록 일이 힘들면 ‘딱 이틀만 다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다시 고삐를 잡았다고 한다. 숙성될수록 좋은 맛을 내는 양조는 그의 인생철학과 너무도 닮았다. 몰아보지 않은 비행기가 없다는 다카하기 준씨는 88세의 현역 파일럿이다. 놀라운 것은 그의 뛰어난 몸 관리다. 그는 비행을 하기위한 까다로운 신체검사를 지금까지 통과하며 수많은 젊은이들의 멋진 교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96세의 베리스타, 세키구치 이치로씨, 호빵맨을 만든 야나세 다카시씨는 91세로 여전히 만화를 그리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이렇게 나이를 먹은 줄 몰랐다고 말한다. 또한 최악의 순간에서 최고의 순간으로 역전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무엇보다 ‘시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하게 인식한 사람들이다. 인생의 여유시간에 자신을 위해 노력하다보니 세상이 알아주더라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외부적 요인으로만 돌리며 주어진 것을 쉽게 포기하는 현대인들에게 일침을 놓는 소리다. 일은 즐거워야 한다. 즐겁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일도 타인의 일이 되고 만다. 21세기는 평생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항상 사회적 변화라는 외부적 변수를 인정해야할 것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