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이런 게 아니겠니!
곽미혜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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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생이라면 이 책 제목을 읽으며 멜로디가 떠올랐을 것이다.

나만 그런가? ㅎㅎ

제목부터 표지까지 말랑말랑하니 위로를 전할 듯한 에세이집이다. 

특이한점은 이 책은 작가들이 한꼭지씩을 맡아 쓰고 엮은이가 따로 있는, 참고로 내가 정말 좋아라하는 방식의 책, 에세이집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을 그 일의 진짜 주인공이 사회인의 글솜씨로 채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일상의 기록.

종이책에 대한 나름 엄격한? 기준이 있는 나.

개인의 기록에 해당되는 책들은 그림이나 사진이 있지 않은 이상 전자책으로 내는 것이 옳다는 기준 아닌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 이 기준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고,

도대체,

전문가의 글과 개인의 기록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하는

아무도 궁금 해 하지 않을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ㅎㅎ

이 책은 전업작가의 완벽한 허구에 해당되는 소설도 아니고

누군가는 필요할 지식을 전하는 전문서적이나 궁금해 할만한 사항들을 엮은 교양서적도 아니다.

그래도 그 글들은 꽤 짜임새가 있다.

직장에 처음 출근하던 순간의 설레임부터 매너리즘에 빠질락말락하면서도 열일을 해내는 고참이 된 지금의 이야기.

육아휴직을 끝내고 돌아온 직장의 낯설음에 올라오는 설움을 참아내며 육아와 일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워킹맘의 이야기.

내가 출근하는 곳에서도 매일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그걸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 이렇게 감탄하며 읽은 이야기도 있다.

고등학교 백일장 대회에 나온 듯 한 느낌의 글도 있고.

연예인이 내놓는 사진 몇장에 있어보이는 글인척 하는 문장 몇개를 보는 듯한, 내가 보기에는 겉멋만 잔뜩 들은 듯한 글들도 있다.

모두가 멋지고 아름답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엿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낼 수 있는 책.

가만 생각 해 보면 어디가서 이런 글을 읽겠는가 싶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모임이니 당연하겠지만

잘 쓰는, 잘 읽히는 글들이 많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본직업과 상관없이 자신의 문장을 가지고 태어나나 싶은 생각을 하며 마지막 책장을 덮었던 책이다.

직장인이라면 읽으면서, 아 내 동료가 이럴 때 이런 마음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공감을 할 수 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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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
수재나 캐헐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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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험이 항상 궁금했었다.

8명의 정상인(이 책을 읽고 나면 정상인으로 진단하는 기준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부터가 의아하지만) 을 정신병자로 속여 입원시키고, 20여일을 입원해서 지내도록 만든 이 위험천만한 실험.

이 시대가 1950년대여서 가능했던 건지

이 시대 이 로젠한 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던 건지..

실험 수행부터가 충격적이고

8명 모두, 한 사람의 예외 없이 정신병자로 진단되었다는 부분 또한, 아무리 시대를 생각한다 해도 충격적이다.

이 실험 자체는 유명하고

그 내용 또한 잘 알려져 있는 편인데

그 후속조치나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었다.

아마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없어져서 찾는 사람이 없으니 그에 대한 조사도 흐지부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그 뒷 이야기를 한 기자가 추적하고 취재하여 쓴 이야기이다.

아마 자신의 경험이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뇌염을 앓는 사람에게 조현병 진단이 내려지고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그야말로 지옥을 경험했을 저자. 그래서 이 작가가 낸 책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책이 많은 듯 하다.

그런 저자가 이 엄청난 실험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경험에 더해 그들의 뒷 이야기를 엮어냈다.

이 실험을 주관한 로젠한 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책임감 없는 사람이었는지는 실험내용이 알려질 때도 꽤 알려져 있었지만, 7명의 가짜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그는 정말 악인이었다. 자신의 지적 호기심과 명성을 위해 사람을 도구로만 보고 그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그의 거짓말과 무지, 태만의 정도는 알려진 바 이상이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운 내용이 많았다.

그래도 이 실험의 결과 외에, 이 엄청난 일을 꾸민 개인이 어떤 결말을 얻게 되는지가 궁금해서 계속 읽어냈던 거 같다. 그 과정에 개인들의 마음아프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읽기가 좀 편했다.

기자출신인 저자가 지은 책 답게 읽기가 편하고 이야기 중심이라 결말까지 깔끔하게 나와 있다. 심리학, 정신분석학 등 우리가 그 가치를 무겁게 두는 분야들이 사실 얼마나 빈 곳이 많은지를 확인하게 되고, 아직 해나가야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AI의 인성을 이야기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생각과 논란을 불러올 책이다.

학생들이 읽고 토론을 해 봐도 좋은 책이라 생각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인 부분이 많아 또 어른이 되어 읽어야 하나 싶기도 했던 책.

정신의학의 과거와 현재를 흥미롭게, 좀 덜 지루하게 알아내고 싶다면 완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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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테이션: 명예 1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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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서평단에 당첨되어 가제본으로 읽은 소설이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어 소설의 일부만 받았고, 궁금함만 증폭시키게 된, 설렘과 후회가 함께하는 상태를 경험하게 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여주일공이 시체와 함께 있는 극단적인 공포의 상황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날짜와 주인공이 함께 표시되는 제목들로 등장인물들의 시선으로 한가지 사건을 향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국 소도시 지역의원인 여주인공

이혼했고, 딸이 하나 있으며, 남편은 자신의 친구와 재혼을 했다.

거기다 자신의 지역구민 중 일부 마초들은 그녀를 페미니스트로 몰아세우고

딸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언론은 그녀의 사생활을 들추어내려 혈안이 되고...

여러가지 문제들이 그녀를 압박 해 온다.

이 소설은 다른 장르소설과 비슷한 점이 많이다.

어차피 소재는 이제 다 나와있는 요즘, 그 소재를 어떻게 버무리냐가 관건인데 그 부분에서 꽤 잘 한다는 평을 주고 싶은 작가이다(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이 무슨 거만한 평이냐 싶지만..)

아주 유명한 드라마의 원작소설 작가라고 소개를 읽었다.

그래서인지 정말 유명한, 인기 있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전개다.

뻔한듯한 상황들이 난무하지만,

개개인의 개성과 그들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그래서 궁금하고, 걱정되고, 공감이 되는...

다음 페이지가 궁금하고, 이 끝은 분명 통쾌하리라는 웬지 모를 믿음을 주는..

읽고 나서 잘 읽었다 싶을 듯한 이야기

아, 그래서 지금 엄청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상황에 2권을 사야 하나 라는... 지금 읽을 책이 말 그대로 책장에 10권이 쌓여있는데 ㅎㅎ

그래도 이 소설, 끝이 정말 궁금하다.

가독성 좋고 깊이도 있는 외국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사족.

소설은 영국사회의 여러가지 문제를 다룬다.

여성혐오, 남녀차별, 교재폭행, 학교폭력 등등

비단 영국사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꽤 격렬한 토론을 했던 친구 생각이 났다.

시스템의 힘을 믿는 친구가 있다.

시스템이 바뀌면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고 그러다 보면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부조리한 상황들(애기 키우기 힘들어하는 엄마들의 불필요한 죄책감, 학교폭력 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장담하듯 하는 그와 , 그런 것들은 인간 본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였다. 

그 친구가 유럽은 bullying, 즉 학교폭력을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부터 사회적으로까지 그것을 막으려는 시스템이 철저하게 갖춰져 있어서  우리나라의 학교폭력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이야기 했던 것이 생각났다. 물로 그 대화 자체가 몇년 전이고, 지금은 또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지만, 과연 그 때에는 완벽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 속 영국학교의 학교풍경과 학교폭력의 수위는 절대, 우리나라의 그것에 비해 약하지 않다.

그 친구가 말하는 완벽한 시스템이란 것이 가능은 한 것일까?

여기서 말하는 완벽한 시스템이 기준으로 삶은 올바른 사회는 도대체 어떤 기준일까?

너무 내 기준에 맞춰서 해석을 하다 보니 소설의 이야기가 또 이렇게 보인다.

심각함의 경중은 있겠으나, 사람 본성이라는 것이 참... 어디나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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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논어에서 길을 찾다
한인수 지음 / 좋은땅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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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눈으로 해석한 논어

공자의 가르침을 현실에 적용하며 읽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언행을 적은 논어는 편찬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 사람들이 논어를 읽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방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탓인지 한자는 읽기 쉽지만 해석과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에 저자는 여러 학자들의 견해와 해석을 모으고 현대에 맞는 예시를 통해 논어를 설명함으로써 좀 더 쉽게 논어를 읽을 수 있게 하였다.

책은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어짐(仁)’, ‘2장 정의(義)’, ‘3장 예의(禮)’, ‘4장 지혜(智)’, ‘5장 믿음(信)’, ‘6장 성찰(省)’, ‘7장 배움(學)’이다. 논어의 원문과 해석을 수록함과 동시에 현대에 맞는 예시를 통해 논어의 내용을 풀어쓰고자 했다. 논어를 자신의 상황에 접목하여 읽다 보면 삶을 자유롭고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통상적인 입에 발린 말이 있지 않나? 길에서 만나면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읍시다.” 혹은 전화 통화할 경우 “우리 식사 한번 하자.” 등 겉치레 인사인데, 이것도 나쁜 말은 아니나, 차라리 그냥 인사만 나누고 겉치레 약속도 안 하는 것이 좋다. 실천을 염두에 둔 사람들은 이런 말도 하지 못한다.

- ‘· 말은 쉽게 하는 것이 아니다(其言不怍 爲之也難)’ 중에서

저자는 책에 실려 있는 한자와 해석을 통해 독자가 인격의 함양과 군자가 되는 것을 기대한다.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 구제하고자 했던 공자의 사상과 언행을 현실에 적용하여 읽다 보면 독자는 어느 순간 군자의 덕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자의 논어를 현대인의 시각에 맞추어 풀이하고, 편집하여 엮은 책.

사서삼경

논어, 대학, 맹자, 중용, 시경, 역경, 서경

이 외에도 여러가지 고전을 현대적으로 엮은 책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유학자의 대표격인 공자

그의 유일한 강설집(본인이 엮은 것은 아니지만)인 논어

이 책은 매년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책들이 꽤 나오는 편이다.

그 내용이 인생을 살면서 되짚어야 할 주용한 내용이라는 것이 출판사들이 이야기하는 이유다. 그만큼 또 논어 안티팬?들도 많다.

군자의 덕에 대해서 보고는 갑갑함을 느낀 작가가 군자는 안 해야 겠다고, 군자는 하지말자, 군자비추 라는 말을 당당히 말하는 문장을 읽으며 완전 빵터졌던 기억이 있다. (ㅎㅎㅎ 아직도 웃음이 난다, 김하나 작가 센스는 진짜 인정)

어찌보면 이 고리타분한 이야기들을 계속 다시 해석하고 전달하는 작가의 뚝심에 존경을 표한다. 사실 이 내용이 궁금하기 보다 한자어 풀이가 궁금해서 선택했던 책이다. 서평신청하기 전에는 놓쳤는데 책소개에 보니

"한자는 읽기 쉽지만 해석과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

라는 문장이 있다. 아니 한자 읽기가 어떻게 쉽지? 도저히 공감하기 힘든 문장이다. 이 어려운 한자를 요리 조리 해석하고 현대에 맞게 적용하는 부분은 꽤 재밌었다. 논어 강독집에 가깝지만 지루함은 적고 가독성을 많이 높인 책이었다. 논어에 관한 책을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고 싶다고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꺼내서 펼친 페이지를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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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1-1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자 읽기는 옥편만 있다면 읽기 쉽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헤아리기는 어렵다는 말로 이해되는 문잘 같네요. 취향에 맞는 도서라 찜했습니다.
 
쑥떡 - 백시종 연작장편소설
백시종 지음 / 문예바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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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굉장히 많다.

근데 내가 읽은 글 중에 먹거리에 대한 것은 보통 에세이였다.

그 중에 이 책을 읽으며 계속 생각났던 음식 에세이

공진옥 작가의 행복한 만찬

일단 음식이 각 꼭지의 제목이라는 것과

내가 알기보다, 우리 엄마 세대가 겪으셨던,

모든 것에 풍족함이라는 건 없던 시절,

모든 것이 부족하고, 귀하던 시절의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분에서 그 결을 계속 같이 한다.

그 결핍의 시대와 모든것이 남아도는 현재에 걸쳐있는 세대인 나.

환경에 집착하는 사람으로서

모든것이 귀해서, 구할 수가 없어서

아낄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를 매번 그리워 하고 갈망하는데

그 시대를 작가의 글을 통해서,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겪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

행복한 만찬 과는 다르게

식재료보다는 그 식재료로 만들어 낸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서

입에 계속 침이 고이면서 읽었다.

백시종 작가의 묘사력이 정말 엄청나다는 걸 알게된 작품이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로 가득한 소설집. 완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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