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
정선임 외 지음 / 해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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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단편소설을 모아놓았는데, 거기다 한명이 아닌 네명의 작가의 단편소설집, 그거도 표지가 너무 이쁜 책

그래서, 서평단 신청을 안 할 수가 없었던 책이다.

독서모임을 여러개 하다보니 '읽어야 할 책들'과 '읽어야 할 책' 거기에 '읽고 싶은 책'까지 책상에, 침대 주변에 쌓여가는 요즘이다.

네명의 '젊은 여성 작가' 가 외부인이 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민자로서, 여행자로서, 유학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각자의 다른 사정,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방인으로서의 이야기

주제는 같지만 작가가 다르다보니 글마다 다른 분위기로 시작하게 끝맺게 되는 부분이 정말 매력적인 소설집이었다.

이름이 좀 낯 익은 작가도 있고, 처음 보는 작가도 있는데

낯 익은 정도에 상관없이, 4개의 이야기가 모두 새롭다.

이렇게 새롭다 보니 좀 형식적인 면에서 읽기 좀 불편한 부분도 없지 않다.

대화체만으로 이어지는 소설의 경우는 분량이 길지 않음에도 잘 이해되지 않아 다시 읽어야 할 만큼 이야기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짧은 이야기인 단편, 그 짧은 이야기안에 압축해서 많은 것을 담아야 하는 만큼 어떤 작가에게는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더 이상 못 쓸 형식이라는 데

과연 이 네편도 그렇게 어렵게 쓰인 소설들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앞으로의 다른 이야기가 기대되는 소설들이었다.

신선함이라는 부분에서는 충분한 별점을 받을 수 있는 책.

조심스레 추천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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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컬러 명화 수록 무삭제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현대지성 클래식 63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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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페스트>는 1940년대 프랑스령 알제리의 작은 도시 오랑을 무대로 시작된다. 평온하던 일상은 어느 날 거리 곳곳에서 쥐들의 죽음이 발견되면서 조금씩 균열을 일으킨다. 이내 정체불명의 질병이 퍼지고, 당국은 도시를 폐쇄하기에 이른다. 의사 리외를 중심으로, 기자 랑베르, 공무원 그랑, 신부 파늘루 등 다양한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전염병과 맞서 싸운다. 죽음과 고립, 두려움 속에서도 이들은 서로 연대하거나 때로는 절망하고, 인간의 나약함과 존엄을 동시에 드러낸다. <페스트>는 단순한 전염병 소설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알베르 카뮈(1913~1960)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철학자이다. "부조리"와 "실존"의 문제를 깊이 천착한 그는 <이방인>, <시지프 신화>, <페스트> 등으로 현대문학사의 거장으로 자리잡았다. 1957년, "심오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양심의 문제를 다룬 문학"을 평가받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카뮈는 삶의 부조리를 직시하면서도 인간적 연대와 저항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문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삶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든다.

이번에 내가 읽은 <페스트>는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새롭게 펴낸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중 하나다. 현대지성은 고전문학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시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로, 엄선된 번역과 정성스러운 편집을 통해 명작들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표지는 통일된 짙은 녹색 바탕에 세련되면서도 고전의 품격을 나타내는 명화를 싣고, 본문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여백을 많이 넣는 편집을 선보인다. 단순한 재출을 넘어, "지금 이 시대에도 고전이 왜 읽힐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주는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스트>는 <이방인>과 더불어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사실 나에게 카뮈는 이 작품으로 처음 다가왔다. 그때가 중학교 시절,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이번에 현대지성의 새 번역본으로 다시 읽으며, 마치 처음 읽는 사람처럼 신선한 긴장감을 느꼈다.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서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

카뮈는 전염병이 창궐하기 전과 후의 인간 군상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평범했던 삶이 무너지고,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담담하고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한, 이 모순된 듯 조화를 이루는 그의 문체 덕분에 <페스트>는 단순한 재난 서사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을 되묻는 작품이 된다. 언뜻 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그러나 바로 그 평범함 속에서 인간성과 연대, 희망을 끄집어내는 힘이야말로, 알베르 카뮈를 대단한 작가로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임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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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원 AI
원동연.민진홍 지음 / 성안당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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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AI라는 말에 관심을 가지고 사는 요즘이라 서평단을 신청했다. 운 좋게 당첨되어 읽게 된 책이다.

<5차원 AI>는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학습과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다룬 책이다. 산업이나 경제적인 면을 다뤘던 다른 책과 다른점은 교육과 생활에 집중해서 풀어낸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우리의 생활, 그보다 더 근본적인 교육적인 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기존처럼 지식을 암기하는 방식이 아닌, AI와 함께 정보를 선별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 원동연은 교육공학자로서 다양한 학습 환경을 연구해온 전문가이며, 민진홍은 AI 기술을 바탕으로 교육 솔루션을 개발해온 스타트업 대표다. 두 저자는 기술과 교육의 경계를 넘나들며 실용적인 관점에서 미래 교육의 방향을 제안한다.

개인적으로는 삶이 더 편리해지고, 공부의 부담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비전이 흥미로웠다. 다만 AI가 초래할 수 있는 문해력 저하나 사고력 약화에 대한 반성 없이, 변화에 적응하자는 메시지만 담긴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도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 중 하나인 교육분야를 AI와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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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했던 소문은 고3 수험 생활과 모의고사에 잦아들었다. 희진의 말처럼 남 이야기를 수군거리는 것은 자신에게 집중할 일 없는 사람들의 가벼운 유흥에 불과했다.

"네 어두운 그늘까지 사랑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 말을 들으니 해가 내리쬐는 한낮인데도 어두운 그늘이지는 듯했다. 도담은 목적 없이 캠퍼스를 걸었다. 소나기가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비에 우산 없는 남학생들이 저들끼리 욕설을 뱉고 웃으며 뛰어갔다. 그들이 어리게 느껴졌다. 그들과비슷한 나이인 태준은 남들처럼 추억을 만들고 웃고 즐기는연애를 바랄 뿐이었다. 상대방의 지옥을 짊어진다는 선택지는없었다. 연애라는 건 상대방이라는 책을 읽는 거라고, 그렇게두 배의 시간을 살 수 있는 거라고, 태준은 말한 적이 있었다.
도담은 자신이 펼치고 싶지 않은 책, 끝까지 읽고 싶지 않은책처럼 느껴졌다. 전부 말뿐이었다.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은태준에게 자신이 그토록 상처를 받은 게 놀라웠다.

사랑이면 다 되는 걸까. 도담은 술을 마시며 창석을 생각했다. 엄마는 내가 해솔과 만나서는 안 된다는데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고 싶었다.
"예지야, 넌 감정에도 정당함이 있다고 생각해?"
술에 취한 도담이 예지에게 물었다.
"감정에 정당함이 있냐고?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배신감보다도 관계를 잃었다는 게 더 괴롭더라고요. 그 이후로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 과거 때문에 연애는 안 하고 애매모호한 만남만 한다고요? 에이, 핑계 좋네요."
어쩐지 도담의 입에서는 냉소적인 말이 튀어나왔다. 승주가 사랑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남자이면서 그런 자신을 잘포장한 것 같았다.
"그런가요?"
승주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반문했다.
도담은 아차 싶었다. 무례했다. 어쩌면 승주는 자신의 가장어려운 문제를 이야기한 걸 수도 있었다. 자신이 겪은 일과 비교하며 남의 상처를 가볍게 치부하는 냉소적인 태도는 20대내내 도담이 극복하려 했던 것이었다. 상처를 자랑처럼 내세우는 사람은 얼마나 가난한가. 나는 한 치도 변하지 않았구나. 도담은 익숙한 자기혐오에 휩싸였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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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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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는 갑작스러운 섬망 증세로 병원을 찾게 된 엄마와, 그런 엄마를 돌보는 딸의 시선을 따라가며 ‘돌봄’이라는 문제를 진솔하게 풀어낸 간병 에세이다. 대학병원 진료실, 요양원 상담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장면들을 통해 독자는 우리 사회의 돌봄 시스템을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저자인 유미 작가는 20여 년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왔고, 이번 책에서는 그림 대신 글로 어머니의 투병과 돌봄 과정을 섬세하게 기록했다. 딸의 입장에서 쓰였지만, 읽다 보면 엄마의 입장도 함께 떠오른다. 암과 치매 증상을 겪으며 점점 약해지는 몸과 마음, 그리고 스스로의 변화된 상태를 받아들여야 하는 노인의 현실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떠올랐지만, 탈출이라는 설정 외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책은 단순히 한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돌봄의 무게를 이야기한다. 병원에서의 무력감, 의료 시스템의 한계, 가족 간의 갈등 등은 모두가 공감할 만한 지점이다. 분량이 길지 않아 금세 읽히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은 절대 가볍지 않다. 그런 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자료 조사나 배경 설명이 조금 더 보강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잘 사는 삶’뿐 아니라 ‘잘 죽는 삶’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 결국 돌봄은 우리 모두가 마주하게 될 문제라는거.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먹먹해지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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