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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역설 - 우리가 몰랐던 지능의 사생활
가나자와 사토시 지음, 김준 옮김 / 데이원 / 2020년 5월
평점 :
저자 가나자와 사토시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진화 심리학자이며 <지능의 역설>에서 GSS(종합사회조사), Add Health(청소년-성인 건강 장기 연구), NCDS(국립 아동 발달 연구)라는 신뢰성 있는 조사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지능에 대한 오해를 풀어준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사회학자들과 달리 뇌도 신체의 일부로써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빈 시판으로 태어나서 환경의 영향만 받는 것이 아니란 거다. 책이 개정되면서 제목이 바뀌었는데 예전의 <지능의 사생활>보다 훨씬 더 좋은 제목이다. 책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이래서 제목이 중요한가 보다.
지능의 역설이란, 지능이 높은 사람은 똑똑해서 현명한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바나 원칙이란?
우리의 뇌는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상황은 잘 이해할 수 없으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p.62
우리는 석기 시대의 뇌를 가지고 있다. 뇌는 우리가 지금도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수렵과 채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사바나인 것처럼 주위 환경에 반응하고 있다.
사바나 원칙만 알고 있어도 인간 행동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사바나 원칙에 따르면 남성의 뇌는 포르노 사진이나 비디오에서 보는 여성과 성교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제로는 모르는 것이다. 조상들이 살던 환경에서는 이런 이미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성의 뇌는 진짜 여성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는 뒤에서 저자가 사바나-IQ 상호작용 설로 보완을 해 주는데, 지능이 높은 남성에게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여성 역시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우연한 성교를 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포르노를 봐도 임신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뇌가 이해하지 못한다.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 있다. 서로 상대방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는 모른 채, 동시에 결정을 내린다. 양쪽 모두 '협력'을 선택할 수도 있고 '배반'을 선택할 수도 있다.
협력을 고르면 상대방이 이득을 보고 배반을 고르면 상대방은 손해를 본다. 딱 한 번의 선택이니, 배반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절반이나 되는 사람들이 '협력'이라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내린다. 모르는 상대방과 다시 볼일도 없는데 말이다.
이 역시 조상들의 환경 때문이다. 사바나 원칙을 적용해 보자. 150명 남짓한 아프리카 사바나 집단에서 배반으로 따돌림을 당한다면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다.
사바나 원칙으로 대표되는 진화심리학의 가장 핵심적인 통찰은 인간의 뇌가 아직 우리 조상들의 환경, 즉 아프리카 사바나에 있는 줄 알고 주변 환경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현재가 21세기라는 사실을 의식상으로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뇌는 모르고 있다. 당신의 뇌는 아직도 1만 년도 더 지난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수렵 채집 생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p80
사바나-IQ 상호작용설이란?
저자는 사바나 원칙에 지능의 관점을 도입하여 보다 정확한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지능이 낮은 사람일수록 조상의 환경에는 없었고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존재와 환경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그러나 조상의 환경에도 있었으며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땐 당연하거나 익숙한 존재와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제대로 대응 가능할지는 일반 지능과는 관계가 없다.
p.110
사바나-IQ 상호작용설로 인간의 대부분 행동이 설명 가능하다. 지능이 낮은 사람일수록 TV 화면이나 스크린에 자주 말을 걸고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결혼과 육아가 늦다. 피임을 통해 인위적으로 출산율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서 저자는 이를 강하게 비판한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자식을 두지 않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행위이며, 번식에 성공하는 일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궁극적인 목표다.
지능의 역설이란?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는 없었던, 진화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기호와 가치관을 갖기 쉽다. 그러나 조상들의 환경에도 있었던, 진화의 관점에서는 당연하고 익숙한 기호와 가치관을 가질지는 일반 지능과 관계가 없다.
지능의 역설이란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진화의 과정에서 부자연스러운 행동과 선택을 하는 것이다. 진화의 역사에서 당연하고 익숙한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것인가 하는 관점을 통해서.
5장의 보수주의자보다 진보주의자 쪽이 지능이 높다는 것, 6장에서는 우리가 종교를 믿는 이유, 지능이 높은 아이는 저녁형이라는 것, 지능이 높은 사람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것등 모든 것이 지능의 역설로 설명이 가능하다. 심지어는 알코올, 담배,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까지도 지능의 역설로 통쾌하게 설명이 된다.
인간의 뇌와 진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읽어보길 권한다.
우리가 궁금하게 여겼던 행동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인간의 모든 행동들이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