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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품절
저자는 미래가 보장된 소위 성공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나 젊은 나이에 형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자 돌연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로 취직을 하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10년 동안 미술관의 그림들과 그 그림들을 그린 화가들로부터 마음을 치유하게 된다. 작품들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 또한 그의 슬픔의 깊이만큼 깊다.
형의 죽음으로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일이 벌어졌으나 세상이 멈추는 일은 없다. 그래서 저자 패트릭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야 하는 세상에서 벗어나 시간을 벗어나는 혹은 오히려 시간을 역행하는 미술관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형과 자신, 누이를 미술관에 대리고 다녔던 덕분에 그때 그가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형의 죽음 후에 자연스럽게 떠올렸을 지도 모른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나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로 일을 할 수 있는 행운이 없을까 생각해게 된다. 꼭 한번은 반드시 방문하고야 말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작품에 대한 그의 감상과 통찰력을 밑거름 삼아 과연 나의 상처도 얼마나 치료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패트릭은 서류를 다루고 마감기한까지 처리해야 하는, 시간에 쫓기는 삶에서 벗어나 어쩌면 형을 잃은 슬픔을 형처럼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여러 화가들에게서 위로받지 않았을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미술관 밖의 세상에서는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시간을 쫓아야 하지만 미술관 안에서는 시간이 흘러가도록 놔둘 수 있었다.
예술 작품이 시간을 견뎌내고 끝내 살아남았듯이 그도 시간을 견뎌내고 끝내 살아남아야 했다.
하나는 네 소원을 위해서, 다른 하나는 네
소원만큼 간절한 다른 누군가의 소원을 위해서.
P.143
저자는 예술에서 삶을 배웠다. 예술가들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수년 씩 걸렸다. 그 수년간의 고뇌와 인내심의 결과 덕분에 우리는 그 시간의 힘으로 힐링을 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한다.
형을 잃은 슬픔을 수많은 화가와 그 화가들의 작품 덕분에 이겨냈다. 10년의 기간을 보내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 슬픔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아니었다면 치유가 가능했을까?
치유가 가능하더라도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이 필요했을까?
수백 년을 견뎌낸 작품들의 세월이 저자의 슬픔을 끌어안을 수 있었기에 결코 짧지 않은 1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