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 미술사 수업 -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관점을 배우다
강은주 지음 / 이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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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관련 책을 좋아한다. 얕은 지식으로 그림을 보는 수준밖에 안되지만 볼 때마다 하나씩 더 알아간다는 기분으로 책을 읽고 그림을 감상한다.
이 미술책은 다른 미술책과 뚜렷한 차별성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여성 화가들을 중심으로 작품들을 설명해나간다. 한 번씩 익숙한 여성 화가들일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지은이는 남성 위주의 화가와 작품에 반기를 들고 왜 여성이 묻혀 있어야만 했는지 설명하면서 여성들도 위대한 화가였음을 또박또박 논리적으로 독자를 설득시킨다.

기억에 남는 화가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남성 화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여성 미술가들은 존재하지 않았었나? 그렇지 않다. '위대하다'라고 정의해놓은 소수의 미술가들을 중심에 놓고 쓰였기 때문이다.

<소수의 미술가들에 누가 속할까요?>
p. 19
바로 주류 백인 남성 미술가입니다. 이들이 중심이 된 계보적 서술에서는 여성과 비주류 남성 미술가, 유색인 미술가와 같은 소수 그룹에 속하는 미술가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됩니다.

"카라바조의 작법은 미켈란젤로에게서 왔다." "카라바조의 작법을 렘브란트가 계승한다."

모네와 함께 인상주의 여성 화가인 베르트 모리조를 기록할 수 있었음에도 피카소를 이어서 입체주의 미학을 발전시킨 여성 화가 소니아 들로네를 언급할 수 있었음에도 그녀들의 존재를 간과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미술사 속에서 여성 미술가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과거 남성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이 소외되어 온 사회적 배경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리고 지은이는 미술 제도권 안에 여성들이 포함될 수 없었다는 것을 큰 이유로 지목한다.

미술 제도는 미술학교, 미술시장, 미술관 등을 말한다. 이런 제도가 백인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졌기에 여성 화가들에게는 기회가 박탈당한 것이다. 그러다가 18세기나 19세기에 비해 20세기에 여성 미술가들이 많이 등장하게 된다.
그 이유가 19세기 후반 여성들에게도 제도권의 미술 교육이 본격적으로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미술뿐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여성들은 오랫동안 제한적인 활동만을 할 수 있었다. 유리 천장을 깬지 불과 몇 십 년밖에 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엄마들이 사회생활을 하면 '여자가 무슨....'이라는 편견을 가졌었다.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로 엄마들은 주로 집에서 집안 살림을 했었고 선뜻 사회생활을 하기는 어려웠다. 그게 불과 20~30년 전이다.
지금은 고위직에도 여성 임원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는 걸 보면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뀐 걸 알 수 있다. 그래도 아직 여성과 남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존재한다고 하니 갈 길이 멀었나 보다.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성차별과 성의 위계화를 정당화하는 모든 사고 체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성차별, 성 불평등, 성 위계를 합리화하는 사고 체계를 총칭한다. 남녀를 분리하고(성차별), 남녀를 상하 관계로 설정하여(성 위계), 불평등한 구조(성 불평등)를 합리화하는 모든 사고 체계를 젠더 이데올로기라고 한다.

서양 미술의 누드화에서 여성의 몸은 대상화되고 사물화되어 소비되어 왔다. 제롬이 그린 <동방 노예 시장>을 보면 거래를 하는 남성이 여성의 치아를 들여다보고 있다. 마치 동물을 보듯이. 그러나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남성 누드를 많이 제작했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인들에게 예술 작품이 될 만큼 아름답고 이상적인 인간은 오직 남성이었다. 건강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의 조화로운 상태로 남성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중세 시대로 넘어가면서 여성의 누드는 상품화되고 만다.

미술 관련 책들을 읽다 보면 그림이 너무 작아서 설명하는 부분을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판형이 크게 나오기를 항상 기대하는데 그렇게 되면 책값이 뛰게 되니 출판사들도 선뜻 도전하기가 힘든가 보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주제에 맞게 모든 작품들을 설명하고 나서 크게 작품을 확대해서 다시 실어준 것이다. 그래서 책이 두꺼웠나 보다. 그래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너무 마음에 든다. 그림들을 큼지막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도 그 점을 염두에 둔 것 같다. 나와 같은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림이 작게 나오면 답답해하면서 읽어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여성 화가들을 단독으로 이렇게 친절히 설명해 주는 미술책은 처음 본 것 같다. 확실히 차별성이 있는 책이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기꺼이 추천드린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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