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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인생 그림 - 자화상에 담긴 상처와 치유의 순간들, 2022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강필 지음 / 지식서재 / 2022년 9월
평점 :
미술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보니 처음 미술책을 읽었을 때는 작품들만 감상했다. 다음 책에서는 그림도 보고 글도 읽고, 그다음 책부터는 작품들에 대한 얕은 지식을 쌓아갈 수 있었다. 몇 권의 미술책들을 읽다 보니 작품을 보면 화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 같고, 처음 보는 작품들은 그림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이미지로 화가가 누구인지 대충 짐작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 후부터는 미술책 읽는 것이 두렵지 않고 심지어 직접 볼 수 없는 나의 안타까운 마음에 대리 만족도 되고 힐링도 되었다. 미술 작품들에 관한 설명은 중복되는 부분도 많아서 건너뛰며 읽기도 했다. 역시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화가들의 인생 그림>을 읽기 시작했다.
대박이다. <화가들의 인생 그림>에서는 내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그림에 대한 정보와 지식들이 넘쳐났다.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되고 책을 넘기는데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미술책들을 보면서 항상 아쉬웠던 부분들이 이 책에서 거의 다 충족되었다. 협찬을 받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다시 주문할 생각이다. 두고두고 참고할 만하다.
앞뒤로 2개의 부록이 있다. 첫 번째 부록은 화가들의 출생지를 표시해두어서 알기 쉽게 한눈에 들어온다. 유럽에 집중되어 있다. 총 14명의 쟁쟁한 화가들이다.
첫 번째 화가는 네덜란드의 얀 반 에이크. 한때는 영어 교과서에도 등장했던 그림이다. <조반니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은 몇 년간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에 실려서 문제로도 출제되곤 했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 이제는 그 이유를 알겠다. 그 당시 이 작품에 대한 분석이 지금에서는 틀렸기 때문이다.
잘못된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한 꼴이니 빨리 교과서에서 뺄 수밖에. <화가들의 인생 그림>에서 내가 반한 것은 책을 가득 채운 크기의 판형과 세부 사항들을 설명할 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크게 확대해서 확실히 볼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이 부분이 대박이다. 다른 미술책에서는 너무 작아서 도저히 식별이 안되는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이 책에서 충족된다.
<조반니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은 마치 부부가 결혼하는 모습과 같다. 실제 그 당시 교과서에서도 그렇게 설명을 했었다. 여자의 배가 불룩한 걸로 임신 상태라는 설도 있는데 당시에는 이런 식으로 드레스를 입는 게 유행이었다고 한다.
이 그림은 결혼식이 아니라 여자가 죽은 첫 번째 아내 코스탄자라는 것이다. 그 증거로 샹들리에의 초가 왼쪽에 한 대만 켜져 있는 이유는 그 방향에 있는 남편만 살아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오른쪽의 한 촛대에는 초가 다 타서 없어지고 촛농 흔적만 남아있다. 오른쪽에 있는 아내가 죽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볼록거울 주변의 원형 장식에는 예수 수난 10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예수가 살아 있는 장면은 남편 영역인 왼쪽에, 예수가 죽고 나서 장면은 아내 영역인 오른쪽에 그려져 있다.
작품에 대한 설명들은 더러 중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그림을 확실하게 확대해서 보여주는 미술책은 처음이다. 여러 미술책들에서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을 설명할 때에는 확인할 수가 없어서 항상 아쉬운 부분이었다. 처음으로 속 시원하게 해소가 되었다. 독자들을 배려한 부분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최대한 그림을 책에 딱 맞추어 크게 꽉 차도록 실어주어서 정말 너무 감사했다.
알브레히트 뒤러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미켈란젤로로 넘어간다.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을 때, 미리 미술책을 몇 권 읽어보고 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실제 천장화를 마주치는 순간 그때의 감정을 말로 적당히 표현할 길이 없다.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하나하나 보고 싶었지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았다.
천장화를 이렇게까지 설명해 주는 책이 없었다.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성경 이야기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천장화 규모는 깊이 41미터, 너비 13미터나 되는 데 그냥 올려다보는 데에도 목이 아파서 몇 번이나 목운동을 하고 다시 올려다보곤 했다. 책에서는 여러 번 읽고 봐도 그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았는데 실제 보고 나서는 미켈란젤로의 고통과 인내를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시스티나 예배당의 제단 벽화도 왼쪽의 그림과 오른쪽의 구체적인 인물 설명으로 한층 더 이해하기가 쉽다. 이렇게 궁금증을 보기 쉽게 이해시켜주다니, 얼마나 철저히 독자의 입장에서 고민했는지 다시 한번 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세부 그림들에 대한 설명도 여지없이 최대한 확대해서 충분히 이해시켜준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이렇게나 많이 한꺼번에 많이 보는 것도 처음이다. 20대의 청년기부터 63세까지의 자화상을 이렇게 펼쳐 감상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빈센트 반 고흐와 뭉크는 정신적인 질병으로 많은 괴로움을 겪으면서 그런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 같다.
평생을 고통 속에서 몸부림친 프리다 칼로는 미술사적 설명이 없어도 그녀의 그림만으로도 그 고통이 느껴진다.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매번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칼로 살을 오려내는 듯한 그 이상의 고통이 그림 속에 녹아 있다. 그런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도대체 그 고통이 얼마나 크고 깊었을까.
총 14명의 화가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화가는 앤디 워홀이다.
'전직 CIA 요원 도널드 제임슨의 증언에 따르면 CIA는 비밀리에 지식인, 역사가, 작가, 시인, 미술가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는데요. 추상표현주의자들에 이어 후배 격인 팝아트 작가들도 지원하는데요. 이들에 대한 지원은 성공적이었습니다.'
p.349
시대를 잘 타고 나야 하는 건 어느 시대나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워홀도 자본주의 미국에 발맞추어 스스로 대중문화의 상품이 되었다.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