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땡땡이들의 수업 - 최승호 시인의 한글그림 동시집
최승호 지음 / 상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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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동시집을 읽었던가? 기억에 없다. 아마 읽었겠지? 교과서에 실린 동시는 읽었을 테고. 나이 마흔이 넘어 읽는 동시집은 새롭다.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데 과연 내가 제대로 읽어낼 수 있을까. 제목 위의 부제를 다시 본다. 한글 그림 동시집이다. 그림을 한글로 그린 거다.

최승호 시인은 말한다.

"물땡땡이들의 수업"에 초대합니다. 한글로 그림을 그려 보세요. 시 낭송을 해 보세요. 어린 시인이 되고 어린 화가가 되어 물땡땡이들이랑 놀아 보세요.?

<큰 코다친 사자>
호저는 가시로 찔러

치타도 찔러

표범도 찔러

괴롭히면 다 찔러

호저를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쳐

사자야

너도 코 찔렸지

거봐 그럴 줄 알았어

호저 우습게 보면

큰코다친다니까?


아이와 함께 동물원에 가서 봤던 호저와 사자가 떠오른다.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과연 호저가 사자의 코를 찌를 수 있을까 싶다. 완전히 잠이 든 사자가 아니라면. 호저를 괴롭히면 사자든 표범이든 다 가시로 찔린다. 호저는 온몸이 가시로 덮여있으니.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시로 자신을 방어한다.
친구가 작아 보인다고, 약해 보인다고 해서 얕잡아보고 괴롭혀서는 안 된다.

<배꼽달팽이>
달팽이 달팽이

배꼽달팽이

내가 기르는 배꼽달팽이

이 오이 주세요

푸른 오이 이 오이

싱싱한 이 오이를 주세요

달팽이 달팽이

배꼽달팽이

달이 가고 해가 가도

내가 돌보는 배꼽달팽이

달팽이, 배꼽달팽이, 이, 오이, 달이.

'이'로 끝나는 둥그런 단어들. 입술은 옆으로 벌어져도 동그라미가 연상되는 이 단어들.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험에만 집중해서 각운을 배우게 되기 전, 그냥 느낌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아름다운 때가 있구나.

한글로 그린 그림들을 연결해서 달팽이도 그리고 부엉이도 그려두었다. 아이들과 함께 보면 더욱 좋을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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